감기인가? 2주 넘게 마른기침…숨쉬기 힘들면 ‘천식’
‘감기 오래되면 천식된다?’...맞지 않아
중증 천식, 생물학 제제 급여 확대 필요
2일은 세계천식기구(GINA)가 정한 ‘세계 천식의 날’이다.
천식(asthma)은 폐로 연결되는 통로인 기관지에 나타나는 질환이다. 특정한 유발 원인 물질에 노출됐을 때 염증에 의해 기관지가 심하게 좁아져 기침, 천명(숨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 호흡곤란, 가슴 답답함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신아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 안에는 공기를 신체 안팎으로 전달하는 수천 개의 작은 기관지가 있는데, 천식이 있을 경우 여러 유발 요인들에 의해 기관지에 염증이 생기고 이들 관이 예민해지며 이때 과민해진 기관지는 자극에 반응해 부풀거나 점액을 분비하고 주위 근육이 경련을 일으킨다. 이는 기관지를 좁혀 숨쉬기를 더 어렵게 한다”면서 “반복되면 섬유화(딱딱해짐)와 기도개형(기도의 구조적 변화)이 발생하면서 영구적인 폐기능 저하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소아에서 노인까지…국민 10% 앓아
한국천식알레르기학회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국내 천식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자료 공유서비스(NHISS)를 통해 분석한 통계에 따르면 천식 유병률은 2006년 1.62%에서 2015년 4.74%로 증가세에 있고 천식 관련 사망률 또한 2003년 대비 2015년 약 2.9배 이상 증가했다.
중증 천식 유병률도 느는 추세다. 중증 천식은 고용량 흡입형 스테로이드제, 기관지 확장제 등 대부분의 치료법을 제대로 사용했음에도 잘 조절되지 않는 경우 해당된다.
건강보험청구자료 분석 연구에서 중증 천식 유병률은 6.1~10%로 보고되고 있으며 이는 세계천식기구에서 제시하는 6.1% 이상의 높은 수치다.
서울아산병원 김태범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간담회 발표를 통해 “중증 천식 환자의 외래방문 횟수는 비중증 천식 환자에 비해 약 3배, 연간 입원 횟수는 약 2배에 달하며 외래 비용 또한 비중증 천식의 약 3배, 환자당 약제 비용은 9~10배에 달한다”고 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천식으로 진료받은 인원은 85만855명으로 나타났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이는 전년도인 2021년 67만8150명보다는 17만여명, 약 25.5% 증가한 수치다. 천식은 유·소아부터 노인까지 전 연령층에서 겪을 수 있고, 전체 인구의 약 10%가 앓는 흔한 질환이다.
#숨쉬기 힘들고 2주 이상 마른기침 시 ‘의심’
천식의 대표 증상은 기침, 천명, 호흡곤란, 가슴 답답함 등이다. 감기와 혼동하기도 하는데,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감기와 천식은 엄연히 다르다. 증상도 마른기침, 쌕쌕거리는 숨소리, 호흡곤란 등이 천식에서 더 심하게 나타난다.
만약 숨쉬기가 힘들거나 마른 기침이 2주 이상 계속되고 이런 증상이 주로 밤이나 이른 아침 또는 날씨 변화, 매연 등에 노출될 때 심해진다면 천식을 의심해야 한다. 간혹 감기를 그냥 두면 천식으로 진행한다고 생각하지만 틀린 얘기다.
신아영 교수는 “천식은 평소에는 증상 없이 정상 생활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감기 등 특정 요인에 의해 기관지에 염증이 생기고 이 상태에서 염증이 악화하면 비로소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며 “이 때문에 감기에 걸리고 나서 천식이 생겼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감기가 천식으로 진행한 것은 절대 아니다”고 했다.
천식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다. 유전적 요인은 가족의 알레르기 병력, 기도 과민성 또는 기도 염증 관련 유전자, 비만, 성별 등이 있고 환경적 요인은 알레르기, 찬 공기, 꽃가루, 심한 운동, 먼지·곰팡이, 면역력 저하, 집먼지진드기 등이 꼽힌다.
유전적 요인이 천식의 40~6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모가 천식이면 자녀의 천식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4~5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천식은 개인마다 원인과 증상이 다르다. 진드기, 꽃가루, 특정 음식물 등 천식 유발인자나 기후변화, 대기오염, 감기나 독감 등 악화 인자에 따라 증상의 호전과 악화를 반복한다. 먼저 전문의와 상담 통해 본인 증상을 심화시키는 인자를 파악한 후 이를 생활 속에서 피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적절한 약물 치료로 꾸준히 증상을 조절하는 노력도 병행한다.
#증상 좋아졌다고 흡입기 사용 중단 안돼
치료는 약물을 기본으로 한다. 약물 치료제는 기도의 알레르기 염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해 천식 증상이 조절되도록 하는 조절제인 ‘흡입용 스테로이드제’와 좁아진 기도근 육을 빠르게 확장시켜 증상을 개선하는 증상 완화제가 있다. 단 증상완화제는 필요할 때만 사용한다.
신 교수는 “천식의 약물 치료로 우선 흡입제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는 약제를 직접 기도에 전달해 효과가 빠르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으로 그 중 흡입용 스테로이드가 가장 효과적인 항염증 효과를 나타낸다”며 “스테로이드라는 거부감이 들 수 있지만 흡입제인 만큼 장기간 사용해도 부작용 위험이 적다고 알려져 있다”고 했다. 천식은 환자 각 개인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고 자주 변화하는 특징이 있는 만큼, 환자 상태에 따라 약물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처방받은 흡입기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천식이 악화할 수 있다. 의료진은 사용법을 환자에게 자세히 설명하고 환자는 이를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 또 증상이 좋아졌다고 해서 흡입기 사용을 자의적으로 중단해선 안된다. 의료진과 먼저 상의 후 흡입기 사용 횟수를 조절한다.
#중증 천식, 생물학적 제제 접근성 높여야
한편 중증 천식의 경우 생물학적 치료제의 효용성이 높지만 국내에는 건강보험 급여권에 들어와 있는 제품이 많지 않아 급여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순천향대병원 부천병원 장안수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천식알레르기학회 기자간담회에서 “주요 국가들 대비 한국의 중증 천식 생물학적 제제 보험 급여 환경이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및 여러 유럽국가들이 다양한 중증 천식 생물학적 제제에 보험 혜택을 제공하고 있어 한국은 유독 다른 나라에 비해 보험 급여가 상당히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했다.
장 교수는 이어 “천식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은 부작용 위험성이 높은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구 스테로이드제를 장기적으로 사용할 경우 당뇨나 고혈압 같은 심각한 부작용 우려가 높다. 또한 스테로이드제 의존성 천식의 경우 그렇지 않은 천식에 비해 사망률도 높은 것으로 보고돼 경구 스테로이드제 사용을 줄일 수 있는 생물학적 제제에 대한 접근성 확대가 더욱 시급하다”고 전했다.
#외부 항원과 접촉 줄여야…외출 자제
천식은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다. 꾸준히 치료받으면 건강한 생활도 가능하다. 하지만 증상이 개선됐다고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면 위험하다. 이때 다른 호흡기 질환이 겹치면 치명적일 수 있다. 폐렴에 걸리면 염증 때문에 기도가 더 막히고 결국 가래를 뱉지 못해 증상이 급속히 악화한다.
천식을 유발하는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음식물 알레르기는 흔하지는 않지만 특정 식품에 알레르기가 있는 게 확인되면 피해야 한다. 음식물 회피는 경구유발검사로 알레르기가 완전히 증명된 경우에만 해당 음식 혹은 식품첨가제의 섭취를 금한다.
음식물 보존제로 흔히 쓰이는 아황산염은 가공된 감자, 새우, 마른 과일, 맥주, 와인 같은 음식에 사용돼 천식 악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음식물 상태, 환자의 민감도, 잔여 아황산염의 농도와 형태에 따라 악화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천식 치료제와 함께 복용하면 위험한 약물도 있다. 고혈압 약과 녹내장 치료제(점안액) 중 일부 제품은 피해야 한다. 베타차단제 계열의 약은 기관지를 수축시키는 특징이 있어 천식 환자에겐 주의해서 써야 한다. 아스피린과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도 기관지를 수축시켜 천식 발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흡연은 천식 환자에게 폐암, 심혈관질환 위험을 증가시킨다. 특히 임신부가 담배 연기에 노출되면 신생아의 천식 위험이 높아진다.
천식 유발 요인 중 곰팡이는 습기 있는 벽에서 자랄 수 있는 만큼 실내 습도는 50% 아래로 낮춘다. 큰 곰팡이 포자를 거르기 위해 에어컨과 제습기를 사용할 수 있다. 집먼지진드기는 집안 전체에서 번식하기 때문에 매트리스 덮개를 사용하는 것이 집먼지진드기로 인한 기도 과민성을 감소시키는 데 효과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바퀴벌레는 없애고 털 있는 애완동물은 피한다.
신 교수는 “천식 환자는 봄철, 특히 황사나 꽃가루에 노출되지 않는 게 최선”이라며 “외출을 자제하고 부득이 외출 시에는 마스크뿐 아니라 긴소매 옷, 머플러, 보호 안경 등을 착용해 외부 알레르기 항원과 접촉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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