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尹에 90도 인사 안했다…"김기현 확 변했다"는 장면 넷
취임 두 달을 앞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확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8 전당대회 때 함께 지도부에 입성한 최고위원들이 잇따라 설화를 일으키며 ‘리더십 논란’까지 불거졌지만 최근 김 대표가 중심을 잡아가는 모습을 보여서다.
당장 1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위원장 황정근 변호사)는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김 최고위원은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우파 천하 통일” 발언이, 태 최고위원은 더불어민주당을 “JMS 민주당”이라고 지칭한 게 징계 사유가 됐다. 윤리위는 8일 당사자의 소명을 들은 뒤 빠르면 이날 징계 수위를 결정할 전망이다. 이같은 징계 속도전에 대해 당내에선 “김 대표의 의지가 담긴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영남권 중진 의원은 “김 대표는 영(令)을 세우기 위해 속전속결을 원할 것”이라며 “윤리위는 독립적인 기구지만 김 대표의 정무적 판단이 주효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윤리위가 가동되자마자 두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절차가 전격 개시되자 당내에서는 “김 대표의 단호함이 드러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처럼 ‘변화된 김기현’의 모습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①음주운전 사망 사고에 ‘김기현법’ 전격 발의…與 의원 81명 동참
김 대표는 1일 대표 취임 후 처음으로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운전자의 차량에 음주 상태로는 시동이 걸리지 않는 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이다. 당론이 아님에도 법안엔 김 대표를 제외한 국민의힘 소속 의원 114명 중 81명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해 무게감을 더했다.
김 대표의 법안 마련은 전격적이었다. 지난달 8일 대전에서 대낮에 술에 취한 운전자가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을 침범하는 사고를 일으켜 초등학생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직접 나선 것이다. 지난달 26일엔 서울 마포경찰서를 방문해 시동 잠금장치를 직접 시연하기도 했다. 전문가와의 장시간 토론도 거쳤다. 영남권 초선 의원은 “김기현식 꼼꼼함에 더해 추진력이 결합된 법안”이라며 “만약 이 법안이 처리되면 ‘김기현법’ 혹은 ‘김기현 음주운전방지법’으로 명명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②사라진 ‘90도 인사’…“자신있게 대통령실 대할 것”
최근엔 ‘톤 앤드 매너’도 확 바뀌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달 30일 방미 일정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을 마중 나갔을 때다. 김 대표는 윤 대통령을 웃으며 맞이하며 가볍게 고개만 숙였다. 윤 대통령이 양손으로 김 대표의 손을 잡자 김 대표는 왼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와 같은 모습은 대표 취임 직후인 3월 16일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으로 출국하는 윤 대통령을 배웅하며 ‘90도 인사’를 했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당시 김 대표는 윤 대통령뿐 아니라 김건희 여사에게도 90도로 허리를 숙여 여권에서조차 “보기 안 좋다”는 평가가 나오며 빈축을 샀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당시 논란 뒤 김 대표가 자신이 집권 여당을 대표하는 중요 자리를 맡고 있다는 점을 새삼 깊이 깨달은 것 같다”며 “앞으로 대통령실을 향해 더 자신 있게 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③‘공천헌금’ 의혹 김현아에 조기 조치…기강잡기 속도전
최고위원뿐 아니라 당협위원장 기강 확립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지난달 27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천 헌금’ 의혹에 휩싸인 김현아 전 의원(경기 고양정 당협위원장)에 대한 당무감사위원회의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당시 김 대표는 “여러 의혹이 나오고 있는데 명확히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며 “당무감사위에 즉각적인 조사를 요구할 것”이라며 진상조사를 밀어붙였다. 한 참석자는 “다들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였는데 김 대표가 먼저 단호하게 입을 열더라”고 전했다. 최고위원 설화와 전광훈 목사의 흔들기에 대응 타이밍을 놓치며 리더십 위기까지 겪었던 만큼 빠른 조치에 방점을 둔 것이다.
지도부 관계자는 “김 대표가 ‘빠르고 확실하게 하겠다’는 생각이 있다 보니, 지도부에선 그의 의중을 살피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한 달간 공개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셀프 자숙’하던 김재원 최고위원은 1일 최고위에 참석해 “심려를 끼쳐 죄송스럽다”고 말하며 사과 대상으로 “대표님”을 가장 먼저 꼽았다.
④한나라당·새누리당 ‘리즈 시절’ 대표실로 이사
지난달 말엔 대표실을 국회 본관 243호에서 228호로 옮겼다. 228호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박근혜 전 대통령,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등 역대 대표가 집무실로 사용한 곳이다. 228호는 2017년 1월 새누리당이 분열하면서 바른정당에 내줬다가 2017년 11월 되찾았지만 회의 공간으로만 사용해왔다. 대표실 관계자는 “대표실 이전은 보수 진영 분열 이전으로 당을 원상 복구하고, 단일대오를 형성하겠다는 취지”라며 “지도부가 복도를 우르르 걸어가며 ‘조폭’같은 인상을 주는 것을 김 대표가 꺼린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실을 옮기면서 자연스럽게 취재진과의 즉석 질의응답도 줄게 됐다. 취임 초기엔 작은 현안 질문에도 답변했지만, 최근에는 사안의 중대성을 가려가며 답하고 있다. 영남권 중진 의원은 “대표가 시시콜콜한 일에 답하는 건 격에도 안 맞고 전례도 거의 없다”며 “김 대표 스스로 무게감을 점점 키워나가는 것 같다”고 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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