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野 공천 '심판' 박시영, 2천만원 총선 컨설팅 영업 논란
정치컨설팅업체 '㈜박시영'의 대표이사인 박시영 더불어민주당 정치혁신위원의 행보가 민주당 내부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민주당의 당헌·당규 개편에 영향을 미치는 현직 혁신위원이 내년 총선을 겨냥한 고가의 컨설팅 영업을 벌이고 있어서다.
중앙일보가 1일 입수한 ㈜박시영의 ‘총선 컨설팅 제안서’와 ‘22대 국회의원 선거 컨설팅 계약서’ 사본 등을 종합하면, 박 위원은 민주당 현역 의원과 원외 인사를 상대로 2000만원짜리 컨설팅 계약 영업을 벌여왔다. 계약 기간은 2024년 4월 총선 투표일까지로, 여론조사·홍보물 관련 비용은 별도다. ㈜박시영이 ▶PI(개인 이미지) 컨셉 및 전략 기조 수립 ▶캠페인 방향 수립 ▶메시지·홍보 자문 등을 제공하고, 계약자는 ㈜박시영이 요구하는 정보의 제공·협력 의무를 지는 구조다.
문제는 박 위원이 민주당 공천 방식에 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박 위원이 속한 정치혁신위 정당 분과는 현역 의원을 포함한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권리당원 평가제 도입’ 등 공천과 직결된 이슈를 다루고 있다. 앞서 박 위원은 지난달 13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박시영 TV'에서 “공천과 관련된 혁신 제도, 해당 행위에 대한 처벌권 강화라든가 당원소환권 등 (혁신위가) 처리할 게 많다”며 “저는 20번 회의 중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가장 열심히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민주당 혁신위 관계자는 “박 위원은 현역 의원 페널티 확대나 권리당원 권한 확대를 강하게 주장해왔다”며 “‘발언을 독점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박 위원의 총선 컨설팅 영업이 ‘이해상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정치 컨설팅을 하는 자가 당 혁신위에 들어가 자신에게 유리한 주장을 한다는 것은 이해상충의 소지가 있다”며 “총선 전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당 차원에서 선을 그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과 컨설팅 계약을 맺은 한 당내 인사도 “이른바 ‘업자’인 박 대표를 공천 제도에 영향을 미치는 혁신위에 끌어들인 것 자체는 매우 부적절했다”고 꼬집었다.
박 위원의 영업 방식도 구설에 올랐다. A 의원은 “박 위원이 처음에는 2000만원짜리 컨설팅을 제안한 뒤 이를 거절하면 700만원짜리 의정 홍보 영상을 다시 제안했다”며 “끝까지 고민하면 ‘당신 지역구에 원외 인사가 도전하려고 하는데, 내가 그 사람을 도울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A 의원은 “듣기에 따라 협박으로 느낄 수도 있었고, 실제 불쾌감을 느꼈다는 의원도 여럿”이라고 전했다.
박 위원의 제안을 거절했더니 공격을 받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B 의원은 “박 위원에게 컨설팅 제안을 받았다가 그게 왜 필요한 건지 이해가 안 가서 거절했다”며 “그랬더니 나중에 ‘박시영TV’에서 이른바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은어) 명단’을 만든 뒤 여기에 나를 포함해 공격했다”고 말했다.
박 위원의 유튜브 채널 ‘박시영TV’(구독자 42만6000명)는 ‘이동형TV’(57만4000명), ‘강성범TV’(53만2000명)과 함께 대표적인 친명계 유튜브 채널로 거론된다. 4월 한 달에만 정청래 최고위원, 안호영 전 수석대변인과 김병기·이해식·강선우·김경협·김남국·김두관·박주민·최강욱·허영 등 민주당 현역 의원이 13명 출연했다.
유튜브에서 박 위원의 발언도 종종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박 위원은 출연한 한 원외 인사를 가리키며 “OOO(호남 재선 의원) 지역구에 나갈 거다. 제가 잘 교통정리를 하겠다”(2월 23일)라고 말했고, 비명계 중진 의원을 가리키며 “그 지역구에는 최강욱 의원이 나가줘야 한다”(2월 27일)고 말하기도 했다. 듣기에 따라선 ‘경선 설계자’를 자처하는 듯한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박 위원은 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강압적으로 영업하거나)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며 “우리 회사는 컨설팅과 영상 의정보고 두 가지를 나눠서 정찰제로 하고 있다. 그마저도 업계에서 절대 과도한 금액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해상충 논란에 대해선 “혁신위원은 모두 16명이고, 그 가운데 현역 의원도 5명이나 있다. 총선 기획단이나 공천관리위원회도 아닌데, (내가) 10년 넘게 해 온 컨설팅과 무슨 상관이냐”고 했다.
오현석·정용환·김정재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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