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도 “시진핑 때려잡자”…문혁이 그를 바꿨다
[시진핑 탐구] 은인자중 리더십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은 꼭 제도와 규칙이 이끄는 나라는 아니게 됐다. 그는 “중국의 선조들은 2500년 전에 이미 ‘백성에게 이로우면 굳이 옛 법을 따를 필요가 없고 일하기에 좋다면 굳이 습속을 따를 필요가 없다(苟利於民 不必法古 苟周於事 不必循俗)’고 말했다”고 강조한다. 자연히 지도자인 시진핑 개인의 요소가 그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시진핑의 지인들 말에 따르면 그는 여러 사람과 다 잘 어울리지만, 결코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지 않는다. 다섯 명이 60도 배갈 10병을 마셨는데 마지막까지 제멋대로 허튼소리를 하지 않은 건 시진핑 하나였다. 시진핑은 친구를 만날 때도 이상하게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고 한다. 그는 왜 이리 조신한 걸까.
감옥서 탈출했지만…모친이 신고
시진핑이 13세 되던 1966년 12월의 일이다. 시진핑은 40여 년 후 자신이 교장이 되는 중앙당교(中央黨校)와 결코 잊을 수 없는 인연을 맺게 된다. 대륙을 광풍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문화대혁명이 시작된 그해 어린 시진핑은 문혁을 가볍게 평하는 말실수를 한다. 대가는 참혹했다. 바로 ‘현행 반(反)혁명분자’로 몰려 중앙당교에 갇힌 것이다. 당시 중앙당교는 6명의 ‘주자파(走資派)’를 상대로 비판대회를 개최했다.
비판 대상에 오른 5명은 성인이었고 시진핑 혼자 미성년 아동이었다. “때려잡자 시진핑” “때려잡자 시진핑”. 시진핑을 향해 무수히 울려 퍼지는 군중의 외침 속에는 어머니 치신(齊心)의 목소리 또한 묻어 있었다. 강제 동원된 것이다. 단하의 어머니가 단상의 아들을 때려잡자고 소리쳐야 하는 현실의 고통을 아마도 겪어보지 않은 이는 헤아리기 어려울 것이다. 비판대회가 끝난 뒤에도 지척의 모자는 자리를 같이할 수 없었다. 중앙당교에 갇혀 지내던 어느 날 밤에 비가 억수로 내렸다. 시진핑은 간수의 부주의를 틈타 집으로 도망쳤다. 깜짝 놀란 치신이 “어떻게 왔냐”고 묻자 비에 젖은 시진핑은 오들오들 떨며 “엄마 배고파”를 연발했다. 그는 엄마가 먹을 걸 해주고 옷도 따뜻한 것으로 갈아입혀 줄 거로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치신은 시진핑을 등진 채 비를 무릅쓰고 상사에게 신고하러 갔다. 가족도 반혁명으로 몰려 자칫 목숨을 잃을 걸 우려한 것이다.
금수저로 태어나 천민의 나락으로
더는 의지할 곳이 없어진 시진핑은 누나 안안(安安)과 동생 위안핑(遠平) 앞에서 목놓아 울었다. 그리고 빗속의 밤길로 뛰쳐나갔다고 한다. 이런 공포스러운 숙청을 경험한 이가 이후 어떻게 가벼이 입을 열 수 있겠나. 시진핑에 대한 탐구는 이처럼 그의 성장 과정에서 양성된 개인적인 특질과 분리해 이뤄질 수 없다. 금수저로 태어나 천민(賤民)의 나락으로까지 떨어졌던 삶이 그를 어떤 사람으로 만들었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그래야 시진핑의 중국이 걷는 길이 안갯속에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우리 사회는 최근 반중(反中)이 마치 시대정신이라도 된 듯하다. 지난해 여론조사에서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는 80%에 달하고 시진핑 주석 개인에 대한 비호감도는 이보다도 더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중국은 우리 운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이다. 중국을 상대로 싫다고 외면만 하는 건 우리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이다. 이젠 반중이 아니라 지중(知中)을 해야 한다. 마오쩌둥의 일생이 이상주의 혁명이었다면 덩샤오핑의 평생은 실용주의 혁명이었다고 한다. 시진핑은? 둘 다 끌어안으려 한다는 분석이 많다. 우리로선 그런 시진핑의 중국을 등지려고만 할 게 아니라 하나라도 더 알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시진핑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 앞으로 중국과 겨뤄야 할 수많은 대국(對局)에서 우리가 둘 수 있는 수가 더 많아지지 않겠나. 그런 취지에서 감히 시진핑 탐구에 도전한다.
유상철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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