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비싼 수업" 후회했던 JP모건 다이먼, 또 월가 구원투수로
"미국 최대 은행이 더 커졌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가 1일(현지시간) 파산한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인수하며 또 다시 은행 위기 사태의 '구원투수'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이번 인수로 최근 은행권 위기가 거의 마무리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자칫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위기가 재확산할 것을 우려한 미 당국은 현행법 상 예외까지 두며 JP모건의 퍼스트리퍼블릭 인수를 뒷받침했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다이먼 회장은 이날 퍼스트리퍼블릭 인수가 발표된 후 애널리스트 콜에서 "더 작은 은행들에서도 (문제가) 더 있을 수 있지만, 이번 인수로 거의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며 "위기의 이 부분은 끝났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불거진 은행권 위기가 대체로 일단락됐다는 진단이다.
앞서 캘리포니아 금융보호혁신부(DFPI)는 이날 새벽 퍼스트리퍼블릭을 폐쇄했다. 또한 파산관재인으로 지정된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JP모건이 퍼스트리퍼블릭의 모든 예금과 자산 대부분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퍼스트리퍼블릭 84개 지점역시 이날부터 JP모건체이스 은행 지점으로 영업을 재개했다.
이러한 인수 결정 전면에는 '월가의 황제' 다이먼 회장이 존재한다. 다이먼 회장은 직후 성명을 통해 "정부가 우리와 다른 기업들에 나서도록 권했고, 우리는 그렇게 했다"며 "우리의 재무 건전성, 역량 및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예금보험기금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실행하기 위한 입찰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JP모건이 은행권 위기의 구원투수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07년 금융 공황 당시 JP모건 설립자인 존 피어몬트 모건이 해결사로 나섰던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중앙은행조차 없던 상황에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으로 금융시장 패닉이 일어나자, 피어몬트 모건은 민간 대부자 역할을 자처하고 다른 은행들의 협의를 이끌어냈다.
다이먼 회장 역시 JP모건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이후 발생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파산위기에 놓인 베어스턴스, 워싱턴 뮤추얼 등을 인수하며 미국발 금융시스템 우려를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했었다. 지난 3월 SVB 파산 직후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의 전화를 받고 위기설에 휩싸인 퍼스트리퍼블릭을 상대로 미 11개 대형은행들의 300억달러 지원을 이끌어낸 인물 역시 다이먼 회장이다.
퍼스트리퍼블릭의 파산은 리먼브라더스 등 투자은행을 제외할 경우 2008년 금융위기로 무너진 워싱턴 뮤추얼에 이어 미 역사상 두번째로 큰 규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인수로 혼란스러운 붕괴를 막았다"면서 "최대 규모 파산인 워싱턴뮤추얼, 퍼스트리퍼블릭 모두 JP모건이 실질적으로 소유중"이라고 보도했다. JP모건으로서는 SVB보다 더 큰 규모인 퍼스트리퍼블릭이 파산할 경우, 업계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이 클 것으로 판단해 인수 결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날 JP모건측 경영진 일부는 퍼스트리퍼블릭 본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주로 바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시장에서는 JP모건이 과연 스스로 골칫거리를 떠맡았느냐를 두고 물음표도 쏟아진다. WSJ는 별도의 기사를 통해 과거 다이먼 회장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인수한 베어스턴스, 워싱턴 뮤추얼 등을 두고 종종 후회를 표명한 바 있다는 점을 주목하며 이러한 시장의 의문을 전했다. 앞서 베어스턴스, 워싱턴 뮤추얼 인수를 통해 금융시장 차원에서의 더 큰 위기는 막아냈지만, JP모건으로선 장기적인 법적 분쟁, 수십억달러의 추가 비용 등을 떠안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이 매체의 진단이다.
다이먼 회장은 2014년 보고서와 함께 투자자들에게 보낸 연례 주주서한에서 "우리는 베어스턴스 (인수)와 같은 일을 다시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 이사회가 그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는 "워싱턴뮤추얼 거래는 여전히 합리적일 수 있지만, 지속되는 법적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더 낮은 가격이 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아울러 이들 인수 결정을 두고 “내가 결코 잊지 못할 비싼 수업(There are expensive lessons that I will not forget)"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이먼 회장은 이날 JP모건의 퍼스트리퍼블릭 인수가 발표된 이후 기자들과의 통화에서 다른 어조를 보였다. 그는 과거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고 “엎질러진 우유 때문에 우는 것을 좋아하진 않지만 가끔 울기도 한다”며 “추가 비용 때문에 상당히 화가 났었다”고 답변했다.
이날 다이먼 회장은 퍼스트리퍼블릭 파산으로 인해 미국 경제의 침체 위험이 커지지 않았다고도 선을 그었다. 이는 불과 한달여전만해도 SVB사태로 경기침체 우려가 더 커질 수 있음을 경고해왔던 것과 대조적인 발언이다. 그는 지난달 연례 주주서한을 통해서도 "지금도 위기는 끝났다고 볼 수 없다"며 "지나갔더라도 향후 수년간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이번 사태가 시장 불안, 금융환경 긴축으로 이어지면서 경기침체 가능성도 더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미국 내 14위권 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은 지난 3월 SVB 파산 이후 줄곧 위기설에 시달려왔다. SVB처럼 예금보험으로 보호되지 않는 예금이 많은데다 저금리 대출에 노출된 탓이다. 특히 지난 주 실적발표에서 1분기에만 무려 1000억달러 이상의 예금이 빠져나갔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은행을 둘러싼 공포감은 한층 커졌다. 3월 초만해도 120달러 수준이었던 주가가 98% 폭락하자 당국은 퍼스트리퍼블릭의 회생이 어렵다고 판단, 개입을 결정하게 됐다.
주요 외신들은 금융 당국이 퍼스트리퍼블릭발 혼란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SVB와는 현저히 다른 접근방식을 취했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SVB 파산 당시에는 FDIC가 잠재적 인수자를 찾기 전 은행부터 폐쇄하면서 이후 인수 결정까지 시장 혼란이 불가피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발빠르게 인수자부터 찾았다.
또한 당국은 현행법 상 미국 내 예금의 10% 이상을 보유한 은행이 다른 은행을 인수하지 못하도록 한 것에도 예외를 뒀다. 미국 증시와 은행 영업이 시작되기 전인 이날 새벽 긴급 조치를 발표한 것 역시 시장에 미칠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행보다. 미 재무부 대변인은 이날 JP모건체이스 은행의 인수와 관련해 "재무부는 예금보험기금이 가장 적은 비용을 지불하고 모든 예금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 기관(퍼스트리퍼블릭)이 해결돼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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