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尹, ‘전략적 모호성’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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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요구했고, 미국은 수용했다.
미국과 대만 간의 모든 외교 관계는 끊겼다.
미국 의회는 1979년 4월 10일 대만관계법(Taiwan Relations Act)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는 '대만에 안보 위협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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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 외교정책에서 ‘하나의 중국(One China)’과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은 쌍생아다. 미국과 중국은 1979년 1월 1일 정식으로 국교를 체결했다. 충격파를 던졌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1972년 2월) 이후 정식 수교 문서에 도장을 찍기까지 6년10개월이 걸렸다. 외교 관계 수립 과정에서 미·중의 줄다리기가 얼마나 험난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요구했고, 미국은 수용했다. 미국과 대만 간의 모든 외교 관계는 끊겼다. 그러나 미국은 대비책을 갖고 있었다. 미국 의회는 1979년 4월 10일 대만관계법(Taiwan Relations Act)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는 ‘대만에 안보 위협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나의 중국’은 용인하면서도 대만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것이다.
#2. ‘전략적 모호성’은 어떻게 보면 ‘말장난’이다. 미국 외교정책에서 ‘전략적 모호성’이 적용되는 대표적인 사례가 대만 문제다. 미국은 1979년 이후 44년 동안 단 한 번도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이 대만 방어에 나설 것”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하지만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때 미국이 가만히 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언어유희는 미국 입장에서 고육지책이다. 중국의 대만 침공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만이 ‘미국 빽’을 믿고 중국에 독립을 선포하는 상황도 원치 않기 때문이다.
#3. 40년 넘게 유지됐던 ‘전략적 모호성’ 문제로 백악관이 발칵 뒤집혔던 일이 최근 있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9월 18일 미국 CBS방송 ‘60분’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침공할 경우 대만을 방어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 사실, 전례 없는 공격이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가정적인(hypothetical) 질문에 답했을 뿐이며, (‘하나의 중국’이라는) 주요 정책에 변화가 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급히 진화에 나섰다.
#4. 지난 3월 16일 일본 도쿄에서 열렸던 한·일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 윤석열 대통령은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일본 피고기업에 대해) 구상권 행사는 상정하고 있지 않다”며 “만약 구상권이 행사된다고 하면 이것은 다시 모든 문제를 원위치로 돌려놓는 것”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 기자들을 향해 “부족하면 제가 더 답변해드릴 수 있는데, 질문을 더 해주면 좋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기름장어처럼 핵심을 피해갔다. 기시다 총리는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 발표됐던 ‘한·일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통한 역사인식과 관련해 역대 (일본) 내각의 인식을 계승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과나 사죄라는 단어는 입에 올리지 않았다.
#5. 윤 대통령은 직설적이며 선이 굵다. 대통령 자리를 차지하는 데 그런 점이 도움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국정 최고지도자의 위치는 다르다. 윤 대통령의 외교 관련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외교 전략을 펼칠 때는 ‘포커페이스’도 필요하다. 국내 정치와 관련해선 윤 대통령이 특정 정치인이나 특정 사안에 대해 호불호를 너무 분명하게 드러낸다는 얘기도 있다. 대통령의 성향을 참모들이 간파하면, 직언을 하지 못하고 그 호불호에 자신의 생각을 맞추기 쉽다. 국내 정치와 외교 문제에 있어 윤 대통령에게 ‘전략적 모호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윤해 정치부장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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