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경기 부양,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경기가 나쁘다.
경제성장률이 반토막 났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많이 접하는 서비스업과 고용은 유지되고 있어 체감경기가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을 수 있다.
무역수지 적자가 우리 경제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만,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한다면 수입이 더 늘어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될 수 있다.
그러나 단기적 경기 부양책으로 우리의 잠재력을 넘어서는 성장을 추구할 경우 공급 능력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결국에는 물가가 오르고 경제는 불안정해진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기가 나쁘다. 작년 1분기와 비교해 올해 1분기 우리 경제는 0.8% 성장했다. 중장기적 성장률 추세가 2%인데 그 절반에도 못 미쳤다. 작년부터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 현상이 지속되고 있고, 이제는 저성장까지 겹쳤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고, 패권 경쟁으로 긴장감이 팽팽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는 난처해졌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 위기에서 우리 경제를 이끌었던 반도체산업이 극심한 불황에 빠지면서 수출이 7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저금리 시기에 대출을 늘렸는데 이제 금리가 올라 원리금 상환을 감당하기 버겁다. 우리 경제가 곧 위기에 빠진다거나 이미 빠졌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선 연휴를 맞아 공항에 발 디딜 틈 없이 여행객들이 붐비고, 아이돌 가수의 콘서트는 연일 매진이다. 목돈이 들어가는데도 자동차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고, 3월 취업자 수는 작년 3월에 비해 43만명이나 늘었다. 이 광경을 보노라면 과연 경기가 나쁜 게 맞느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최근 경기 상황을 이해하려면 코로나 위기를 돌아보는 게 유용하다. 당시 감염병 확산으로 서비스업은 위축됐지만, 전 세계적인 경기 부양책으로 제조업은 빠르게 반등했다. 특히 비대면 활동이 늘면서 반도체산업이 혜택을 받았다. 지금은 그 반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1분기에 수출 부진으로 제조업은 3.3% 감소했지만, 대면 활동 확대로 서비스업은 3.2% 증가했다. 일자리는 대부분 서비스업에서 생겨나기 때문에 제조업 부진에도 취업자 수가 대폭 늘었다. 경제성장률이 반토막 났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많이 접하는 서비스업과 고용은 유지되고 있어 체감경기가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을 수 있다.
경기 부진에 대응해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기가 둔화하고 물가가 하락하는 상황에선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리고 정부는 재정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이 유효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통상적 경제 상황과는 결이 다르다. 최근 경기 둔화의 근원은 고물가다. 한은이 금리를 올려 경기를 둔화시킴으로써 물가안정을 달성하려고 한다. 다시 말해 경기 둔화는 물가안정을 위한 중간 과정이다. 이 상황에서 만약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쓴다면 물가가 더 빠르게 오를 수 있으므로 문제의 근원인 고물가 현상이 오히려 악화한다.
세계 경기 부진으로 수출이 대폭 축소됐지만 소비·투자는 그렇게 나쁘지 않아 수입은 수출만큼 감소하지 않았다. 그 결과 무역수지 적자가 14개월째 발생하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가 우리 경제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만,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한다면 수입이 더 늘어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될 수 있다.
우리 경제가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국민 누구나 바라는 일이다. 경제 구조를 개혁함으로써 기업들이 혁신적 기술을 개발하고 성장 여건을 조성하는 일은 언제나 필요하다. 그러나 단기적 경기 부양책으로 우리의 잠재력을 넘어서는 성장을 추구할 경우 공급 능력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결국에는 물가가 오르고 경제는 불안정해진다. 이 과정에서 지출을 늘리고 세수를 줄이면서 국가채무는 더욱 증가한다.
한은은 고물가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다시 올릴 것이다. 경제가 불안정해지는 가운데 물가, 금리, 국가채무가 함께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근시안적 관점에서 경기를 부양하기보다는 경기가 둔화하면서 물가가 안정되기를 의연하게 기다릴 때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물론 경기가 부진하면 대응 여력이 부족한 취약계층이 충격을 받을 수 있어 사회안전망을 점검할 필요가 있지만, 물가를 자극할 정도의 광범위한 지원은 적절하지 않을 것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낮 만취운전’ 20대 차에 치인 40대 부부…아내 숨져
- “5월 4일 연차냈더니 욕먹어”…신입사원의 분노
- “머리 다쳤다”면서 한 달간 여행… 기막힌 보험사기
- “한국, 전세계서 양육비 가장 비싼 나라…2위 중국”
- ‘서지니형’ 왜 여기에?…尹대통령 “어떻게 오셨냐”
- 임창정, 다른 투자자 행사도? “내가 번 돈 다 쟤한테”
- “따뜻한 선임이자 친구” 임영웅, 군복무 미담 또
- 日 ‘9주 이하’ 낙태약 첫 승인… 낙태죄 폐지된 한국은?
- 진짜 정신 못차린 음주운전, 대낮에도 28명 적발 [포착]
- 떨어뜨린 생후 40일 아들 방치 사망 20대 친모 구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