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민기 목사의 플랜팅 시드] <6> 돈 들지 않는 일, 자신부터 준비시켜라
개척 후 모든 것이 부족할 때 드는 생각이 있다. ‘좀 더 나은 시설이 있으면 사람들이 더 오지 않을까.’ 그 생각을 쉽게 떨쳐낼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선후배 목회자들의 좋은 예배 환경을 부러워하게 되고, 둘러본 시설을 떠올리며 자신의 현장에는 더욱 애정이 식게 된다.
개척교회에 어쩌다 한 가정이 방문했는데 예배 후 왕처럼 대접하고 마음을 써도 속상한 일이 생긴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다. “예배는 너무 좋은데 아이들 교육시설이 갖춰지지 않아서 쉽지 않겠네요.” 그동안 멘탈로 부여잡았던 마음이 와르르 무너진다. ‘네가 와야 그런 교회를 만들지’라는 생각이 솟구치지만 기도해보시라며 ‘웃픈’ 얼굴로 그들을 보낸다.
‘이러다 우리 교회가 생존할 수나 있을까?’ 슬픈 마음이 짓누르는 주일 저녁은 쉽게 쉼으로 이어지는 시간이 아니다. 무엇을 배워보려 해도 예산이 들고, 해보려고 하니 더 막막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돈 들지 않는 것부터 하면 된다. 자신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난 회에 나누었듯이 가장 좋은 설교를 준비하는 게 가장 좋은 시작이다. 주일학교의 경우에는 지금 현재 아이들에게 집중하면서 사역을 하는 것이 좋다. 통합예배도 방법이다. 쉽지 않겠지만 통합예배를 연구하고 다 같이 예배를 드린다. 미국교회는 예전부터 찬양은 모든 가족이 함께 하고 담임 목회자가 강단 앞으로 아이들을 나오게 한 뒤 짧게 어린이 설교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나갈 때 성도들이 크게 축복한다. 개척교회 때는 이런 방법도 좋다.
돈이 없으면 아이디어 싸움이다. 아이디어를 내다 재정 때문에 못하는 것은 잘 묵혀둔다. 반드시 사용할 때가 온다. 너무 속상해하지 않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예배 처소를 꾸미는 일도 아주 중요하다. 라이트하우스 무브먼트 동역 교회들은 처음부터 건물을 갖고 시작하지 않는다. 다이소와 이케아를 애용한다. 조금만 발품을 팔고 노력하면 크게 돈 들이지 않고 세련되게 준비할 수 있다. 요 근래 방문했던 한 후배의 교회도 크지 않은 공간을 아주 세련되고 멋지게 꾸며놓았는데 100만원 정도 들었다고 한다.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아라. 가만히 있지 말고 자신을 준비하고 교회에서 할 수 있는 사역과 일들을 찾아라. 어두운 마음이 몰려오면 밖에 나가서 동네 한 바퀴 돌고 다시 돌아와서 일해라. 어두운 생각 속에 갇히지 않는 게 중요하다. 개척의 적은 고립이다. 혼자 있어서 고립이 아니라 나만의 어두움 속에 갇히는 게 고립이다. 할 수 있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돈이 없어서 못 한다고 생각지 말고,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라.
이 글을 쓰고 있는데 한 목사님이 찾아오셨다. 서울에서 많은 카페를 찾아다니다 예배 공간으로 빌려주는 곳을 찾았고 이제 첫 예배를 드렸다. 10여명의 성도들이 함께하기로 했다고 한다. 벅찬 가슴에 시작했지만 바로 ‘현타’가 밀려왔단다.
이분들에게 어느 정도까지 필요를 채워줄 수 있을까. 채워주지 못하면 그들이 함께 할 수 있을까. 어차피 개척 후 1~2년 동안 성도들이 오기도 하고 나가기도 한다. 성도가 나가는 것은 아무리 목회를 오래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아픔이다. 그러나 성도 중심의 교회가 아닌 하나님중심의 교회를 하기로 했으면 그 길을 가라. 사람 눈치 보지 말고 자신만의 콘텐츠로 한 걸음씩 걸어가는 것이다.
개척 후 돈이 마음을 아프게 할 것이다. 뭘 하려고 하면 항상 부족할 것이다. 이럴 때 누가 좀 도와주면 얼마나 좋을까. 대형교회서 오래 사역하고 나온 목사들 중 시작부터 적잖은 성도들과 함께 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자괴감이 몰려온다. 한 영혼을 위해 목숨 바치겠다던 비장한 각오는 이미 온데간데없다.
교회 개척을 처음 기도하고 계획했을 때 그 마음으로 돌아가자. 한 영혼에게 최선을 다할 것이고 주님을 기쁘시게 할 공동체를 세우기로 한 것. 그 마음이 옳다. 옆에 일어나는 일들과 들려오는 소식들 중 나와 비슷한 길이 아닌 다른 길들로 가는 분들을 비판하지 말고 부러워도 하지 마라. 혹독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오늘 할 수 있는 일, 내가 할 수 있는일, 그리고 나 자신을 준비시키는 일에 매진한다. 그 하루가 쌓여 많은 ‘하루들’이 될 때 이미 참 괜찮은 목회자로 세워져 있을 것이다.
홍민기 목사 (라이트하우스무브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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