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야, 내가 용서하지 않았는데 하나님이 너를 용서하실 리 없어!

박효진 2023. 5. 2.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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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자 수첩-당신이 궁금한 이야기] 미디어 속 ‘기독교 빌런’
“기독교가 만만하나. 왜 자꾸 드라마에서 이렇게 빌런으로 다루지?”

유튜브 채널 더미션 ‘박기자 수첩’ 코너의 ‘사라야 하나님이 네 회개 안 받으셨대!’ 콘텐츠에 달린 댓글 중 일부입니다. ‘박기자 수첩’은 기독교계 이슈와 정보를, 기독교인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비기독교인들도 알기 쉽고 공감할 만한 주제로 제작됩니다.

지난 20일 ‘박기자 수첩’에서는 최근 대중 미디어 속에 등장하는 기독교 빌런(악인, 악한)의 모습을 들여다봤습니다. 짧은 7분 영상으로 다 담아낼 수 없었지만 “너희가 말하는 기독교의 구원은 그렇게 쉬워?”라는 무거운 질문에, 성경이 말하는 용서와 회개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조금이나마 바로잡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제작했습니다. 아래는 ‘박기자 수첩’의 스크립트를 발췌한 것입니다.

대중문화 속 ‘셀프 구원’

지난 3월 전 세계 TV 쇼에서 1위를 차지한 넷플릭스 드라마 ‘더글로리’에서 문동은 역을 맡은 배우 송혜교가 극중 이사라(김히어라)에게 “너는 신이 있다고 믿느냐”고 묻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난 너한테 한 짓 다 회개하고 구원받았어.”

지난 3월 전 세계 TV쇼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는 학교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문동은(송혜교)이 자신을 괴롭힌 가해자들을 향해 치밀하고도 처절한 복수극을 펼치는 내용이다. 극중 이사라(김히어라)는 고등학교 때 문동은에게 학교 폭력을 행사한 5명의 가해자 중 한 명이다. 대형교회 목사의 딸이기도 한 그는 매주 주일 예배에 참석하지만, 실상은 마약, 알코올 중독자이다. 죄의식 없이 친구에게 폭력을 가하고 17년 만에 문동은을 만난 자리에서 “난 너한테 한 짓 다 회개하고 구원받았다”고 말한다.

2007년 개봉한 영화 ‘밀양’(이창동 감독)에서 가해자(조명진)가 피해자(전도연)에게 “눈물로 회개하고 용서받았다”고 고백하는 장면. CJ ENM 제공


가해자가 피해자의 용서보다 먼저 주님으로부터 용서에 도달해 있는 이 장면은 많은 이들을 분노케했던 영화 ‘밀양’(2007·이창동 감독)을 떠올리게 한다. 주인공 신애는 유괴범에게 어린 아들을 잃은 뒤 교회에 나가 신앙을 갖게 된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가해자를 용서하기 위해 교도소를 찾았지만, 유괴범은 죄책감 하나 없는 표정으로 신애에게 “눈물로 회개하고 용서받았다”고 고백한다. 피해자가 용서하지 않았는데 가해자가 “회개했고 용서받았다”고 말하면 그것이 과연 기독교에서 말하는 구원일까.

김병삼 만나교회 목사는 “셀프 구원은 하나님 중심적인 구원이 아닌 자의적인 인간적 해석이다. 자의적인지, 하나님 중심적인지 구분이 명확하지 못할 때 성경을 왜곡하거나 잘못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며 “하나님 중심적인 구원은, 구원받은 자 다운 삶의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 성경의 바른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성경이 말하는 ‘용서’와 ‘회개’

미디어에서 다뤄진 기독교의 구원은 세상의 정의보다 한참 못한 싸구려로 보인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가해자들의 ‘셀프 구원’ 때문이다. 성경은 “너희는 회개했다는 증거를 행실로서 보여라”(마 3:8)고 말한다. 만일 누군가에게 잘못을 저질렀다면 성경은 먼저 그에게 가서 용서를 구하고 합당한 처벌을 받는 것이 진정한 회개라고 가르치고 있다.

예수님은 참된 예배자의 태도에 대해서도 “예물을 제단에 드리려다가 거기서 네 형제에게 원망들을 만한 일이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그 후에 와서 예물을 드리라”(마 5:23~24)고 말씀하신다. 온전한 예배는 삶으로 준비돼야 한다. 겉으로만 드러나는 경건이 아닌 일상에서 증명된 삶으로 준비될 때 받아들여진다.

성경이 말하는 용서는 하나님의 완전한 은혜이다. 용서받은 자들에게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는 것을 전제한다. 즉 우리는 하나님께 죄를 고백함으로 ‘이미’ 용서받았지만 죄에서 돌이키는 선택이 남았다. 바른 용서란 결국 자신의 죄로 인해 고통당하는 이웃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

분노보다 변화를 위한 모색

대중 미디어에는 기독교의 위선과 민낯, 이단, 범죄가 자주 등장한다. 일례로 드라마 ‘오징어게임’(2021)의 서사는 기독교와 전혀 관련이 없음에도 크리스천들의 꼴불견과 위선을 폭로했다. ‘수리남’(2022)에서도 이 작품의 실존 인물 조봉행은 원래 기독교와 아무 상관 없는 마약 밀매업자였지만, 영화에서는 전형적인 사이비·이단 교주로 등장한다. 정통교회와 이단을 분별하지 못하는 비기독교인들에게는 기독교를 향한 왜곡된 정보와 인상만 줄 뿐이다. 대중문화 속의 기독교인 빌런은 어쩌다 단골 소재가 됐을까.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박진규 교수는 “대중성을 목표로 하는 콘텐츠에서 개신교인을 빌런처럼 그린다는 것은 일반 대중들의 생각과 일치한다는 것”이라며 “분노하며 억울해 하기보다 ‘한국사회에서 어떠한 맥락이 개신교인을 그렇게 보이게 만들었을까’를 들여다보고 변화를 위해 모색해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의 회개는 참된 회개였을까. 성경에서 말하는 구원 받은 자로서의 우리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할 때이다. 20세기 최고의 복음주의 설교자 마틴 로이드 존스 목사의 글을 인용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회개하지 않은 사람이 그리스도인이 된 적은 없습니다. 당신의 삶에 회개의 특징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표를 떼어 버리는 것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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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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