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중국서도 ‘슬램덩크’ 열풍, 그 뒤에 숨은 것
요즘 일본의 자부심을 지키는 건 ‘슬램덩크’다. 지난해 일본에서 관객 922만 명을 모은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한국·중국으로 건너가 일종의 신드롬까지 일으켰다. 중국에서는 지난 20일 개봉했는데, 관객 동원 속도가 일본이나 한국(누적 450만 명)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개봉 첫날에만 290만8000명이 영화를 봤고, 나흘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흥행 수익은 이미 4억 위안(약 774억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일본 아침 방송엔 영화 속 ‘북산고’의 붉은 유니폼을 입은 남성들이 극장에 길게 줄을 선 장면 등 중국의 ‘슬램덩크’ 광풍을 조명하는 기사가 연일 이어진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이 이토록 ‘슬램덩크’에 열광하는 이유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1990년대 TV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면서 당시 중국 내 농구 열풍과 맞물려 청소년들에게 깊게 각인됐고, 그 추억을 지닌 ‘바링허우(1980년대생)’들이 지금 극장으로 몰려든다는 것이다.
콘텐트 규제가 심한 중국에서 스포츠라는 부담 없는 소재도 강점이었다. 과거 ‘진격의 거인’ 등의 일본 애니메이션이 군중 봉기를 연상시킨다는 이유 등으로 중국 내 상영을 제한당했던 것과 달리, ‘슬램덩크’는 전국 전역에서 수많은 개봉관을 잡을 수 있었다.
중국에서의‘ 슬램덩크’ 열풍을 바라보는 일본의 시선엔 미묘한 부분도 있다. 중국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시장인 동시에 불법 해적판을 가장 많이 유통하는 나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일본콘텐트해외유통협회(CODA)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만화·애니를 포함한 일본 콘텐트 해적판 피해액은 약 2조엔(약 20조원)에 달한다. 공식 발표는 없지만 이중 상당수가 중국발 사이트를 통해 퍼져나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CODA는 해외에 거점을 둔 해적판 사이트를 찾아 개별 국가에 폐쇄 요청을 하고 있는데, 지난달에는 가장 큰 규모의 일본 애니 해적판 사이트로 꼽히던 ‘B9GOOD’가 CODA의 고발로 중국 당국에 적발돼 폐쇄됐다. 2021년 3월부터 2년간 이 사이트의 액세스 수만 3억회에 달했다. CODA는 지난달 중국판권협회와 불법 콘텐트 근절을 위해 노력하자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맺기도 했다.
중국 ‘슬램덩크’ 상영관에서도 ‘도촬’이 빈번하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공식 웨이보에 불법 촬영을 자제해달라는 호소문이 올라왔을 정도다. 반면 휴대폰으로 영화를 촬영하는 사람을 주변 관객들이 말리다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작은 움직임이지만 중국의 변화를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영희 도쿄 특파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남친과 대만 여행 간 한국 여성, 호텔서 숨진채 발견…부검 결과 보니 | 중앙일보
- 이강인, 6호골 폭발...한국인 최초 라리가 두자릿수 공격포인트 | 중앙일보
- 실제 동안이 더 오래 살았다...덴마크 쌍둥이 187쌍 추적 결과 | 중앙일보
- [단독] "투자수익금 절반 챙긴 라덕연, 골프장·갤러리서 돈세탁" | 중앙일보
- [단독] 김건희 여사, 직접 매장 찾았다…순방 때 신은 수제화 얼마 | 중앙일보
- 주부 알바, 많이 벌어도 고민…남편 직장건보 탈락 안하는 법 | 중앙일보
- 남편 앞 "남편 죽었다" 한방 날린 엄정화…6회만에 13% 뚫었다 | 중앙일보
- 임창정, 라덕연 향해 "아주 종교야"…주변에선 "할렐루야" | 중앙일보
- "성폭행 해도 돼" 2년만에 나타났다…소녀 흉기 들게한 '좀비' | 중앙일보
- 승무원과 부딪힌 40대…한 달 여행 후 52일 입원해 보험금 탔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