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일본, 이제는 한국 이익에 도움되는 일 해야”
오는 7~8일 일본 총리로서는 5년3개월 만에 한국을 찾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보따리에 ‘과거사 반성’보다는 ‘미래 협력’ 메시지가 담길 것이라는 전망이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다.
1일 한·일 관계에 정통한 한 외교 소식통은 “정부는 기시다 총리가 방한해 지난 3월 강제징용 해법 발표에 호응하는 과거사 반성 발언을 해주기를 기대하지만 일본은 한·미·일 공조의 윤활유를 공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방한을 계획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로서는 셔틀외교 복원을 위한 답방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실무 협의에서 일본 측은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담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기시다 총리가 언급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지난 3월 6일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에 호응해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한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밝혔다. 1998년 발표된 ‘김대중-오부치 선언’에는 과거 식민 지배에 대한 일본의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라는 내용이 담겨 있지만 기시다 총리는 이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도 이날 YTN에 출연해 기시다 총리의 과거사 사과 필요성에 대해 “딱 부러지게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답변을 비껴갔다. 이 같은 상황은 현재의 한·일 관계 개선 움직임의 출발점이 기본적으로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추동해 온 중국, 러시아, 북한 관련 한·미·일 공조 강화 드라이브에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기시다 총리의 방한이 미국의 요청으로 오는 19~21일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에서 ‘이전’으로 조정됐다는 점도 이런 상황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정부가 강제징용 해법을 발표하면서 “물컵에 물이 절반 이상은 찼으며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 그 물컵은 더 채워질 것”이라는 정부(박진 외교부 장관)의 바람은 당장 이뤄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교도통신도 지난달 30일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보수파의 동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 한국 측의 요청에 응할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와는 달리 일각에서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윤 대통령의 조치를 환영하며 협력 확대를 강력 지지한 만큼 기시다 총리가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진 않다.
대신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한·일 셔틀외교의 완전한 복원, 한·미·일 안보 공조 강화, 반도체 등 경제안보 분야 협력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조태용 안보실장은 YTN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가 정상화됐기 때문에 이제는 한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일들을 일본이 해야 한다”며 “국민들께서 ‘한·일 관계가 정상화되니까 이런 좋은 일도 있구나’라고 느끼실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미국 “G7 때 한·미·일 정상회담 개최”=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1일 전화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다”며 “이 기간에 한·미·일 정상회담이 개최된다”고 밝혔다. 한·미·일 정상회담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 당시 개최된 이후 6개월 만이다. 북핵 위협 고도화에 대응한 안보 협력, 공급망 문제 대응 등이 의제가 될 전망이다.
■ 정상화 속도내는 한·일 관계
「 2023년 3월 16~17일
윤석열 대통령 방일
16일 한·일 정상회담 개최(일본 도쿄)
5월 7~8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방한
한·일 정상회담 추진(한국)
5월 19~21일
기시다 총리, 윤 대통령 G7 초청.
G7 정상회의 개최(일본 히로시마),
기간 중 한·일 정상회담 및
한·미·일 정상회담(21일) 개최
」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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