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에 밀려 말도 못한다…무등산 케이블카 정말 나쁜가 [배훈천이 소리내다]

배훈천 2023. 5. 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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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해 관광객을 유치하자는 의견과 환경 파괴를 해서는 안 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맞서고 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광주 시민의 의식 변화가 무등산 자락을 타고 봄바람처럼 살랑인다. 개발과 보존의 논리가 부딪칠 때면 광주의 여론은 으레 보존의 편에 섰다. 상생과 연대, 광주 정신이라는 가치가 제시되는 순간 상대편 의견은 힘을 잃고 사그라든다. 무등산 케이블카 설치 문제도 그간 선거 때마다 가끔 제기됐지만 ‘환경’을 우선시하는 지역 분위기에 밀려 제대로 된 토론조차 없었다.

이런 여론 지형에 최초의 파열음을 낸 것이 ‘광주 복합쇼핑몰’이었다. 광역시에 복합쇼핑몰은커녕 15년 동안 대형마트 하나도 새로 들어서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 앞에 광주의 여론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광주는 언제까지 무겁고 칙칙한 ‘노잼 도시’로 남아있어야 하냐는 항변에 여론이 흔들렸다. 그 결과 ‘유통 대기업의 무덤’이라고 조롱받던 광주에는 지금 유통 3사가 입점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 펼쳐지고, 이러한 변화는 무등산 케이블카로 옮겨붙고 있다.
올해 첫 정상 개방 행사가 열린 3월 4일 오전 광주 무등산 국립공원 정상 일대에서 한 탐방객이 풍경 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전국 꼴등 국내 여행지


‘2021 국민여행조사’에 따르면 여행지별 국내 여행 횟수에서 광주광역시는 전국 시도 순위 꼴등을 기록했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지역별 방문자 수 추이에서도 광주는 항상 전국 최하위 수준에 머무른다.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하며 건립한 전국 최대 규모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매년 600억원 이상, 2021년에만 736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은 결과다. ‘예술관광 대표도시’를 자부하며 광주비엔날레를 개최하고 시내 곳곳에 문화의 거리와 탐방길을 조성해 놓은 결과가 이러하다.

광주에는 무등산이 있다. 무등산은 전 국민에게 호남의 대표 관광지로 손꼽힌다. 인구 145만 명이 넘는 광역시에 해발 1187m의 ‘비할 데 없이 높고 큰 산’이 어머니의 품처럼 도시를 감싸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될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은 무등산은 주상절리가 장관을 이룬다. 봄에는 진달래, 여름에는 참나리, 가을에는 단풍과 억새, 겨울에는 설경 등 사계절 생태 경관이 뚜렷하여 어디에 내놔도 우수한 관광자원이다.

광주에 복합쇼핑몰 사업제안서를 접수한 신세계 프라퍼티는 목표 방문객을 연간 3000만 명으로 제시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제안한 복합쇼핑타운도 연간 3000만 명 이상의 방문객 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관광공사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해 추산한 광주 방문자 수는 최근 3개년 평균 5800만 명 수준이다. 복수의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면 광주 방문자 수는 지금의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 예상된다. 이처럼 대기업 쇼핑몰로 유입된 방문객을 쇼핑만 하고 돌아가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이들을 시내 전역으로 유도해서 골목 상권에 생기를 불어넣고 대기업 쇼핑몰의 낙수 효과를 소상공인들이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등산 케이블카라는 킬러 콘텐트를 지금 준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3월 27일 오후 광주 북구 옛 일신방직 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광주시 군형발전 현안회의'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지하철·아시아문화전당 활성화도 기대


광주에도 지하철이 있다. 그것도 2004년에 개통하여 벌써 20년째 운행 중이다. 그러나 일일 평균 이용객이 3만 명 수준에 그친다. 인구가 비슷한 대전 지하철 1호선 평균 이용객이 11만 명 선이라고 하니 그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이 광주 지하철 1호선은 KTX 광주송정역에서 아시아문화전당역으로 향한다. 아시아문화전당역과 무등산 정상을 잇는 케이블카가 생긴다면 KTX 타고 광주에 와서 지하철로 아시아문화전당에 도착해 관람하고 케이블카로 무등산 정상을 오를 수 있게 된다. 무등산 케이블카를 통해 아시아문화전당과 광주 지하철 1호선까지 활성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이다.

지하철 1호선과 아시아문화전당 말고도 세금만 낭비하는 애물단지가 최근 광주에 하나 더 생겼다. 무등산 지산유원지에 자리한 신양파크호텔이 그것이다. 호텔 영업이 부진하여 사업자가 고급 빌라를 지으려 했다. 그러나 무등산 난개발이라는 여론을 등에 업고 민관정위원회까지 만들어 사업자를 압박한 끝에 광주시에서 369억원에 매입했다. 민관정위원회는 난개발을 막겠다며 매입한 호텔을 다시 ‘생태’라는 수식어만 넣어 ‘생태시민호텔’로 조성하자는 의견을 냈다. 리모델링 비만 400억원이고 연간 운영비가 17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무등산 지산유원지는 많은 시민의 사랑을 받았으나 도로가 좁고 교통이 위험해서 발길이 끊겼다. 지산유원지 활성화를 명목으로 77억원을 들여 지산IC 진출로를 만들었으나 안전상의 문제로 폐쇄를 검토하다가 며칠 전에는 146억을 들여 다시 뜯어고치기로 했다. 진출로가 개통되더라도 지산유원지 내부도로 사정이 이를 소화하기 힘들어 국민 혈세만 낭비하게 된다. 무등산 케이블카를 아시아문화전당에서 시작해 지산유원지를 거쳐 무등산 정상으로 이어지게 한다면 지산유원지 활성화와 신양파크호텔 활용 문제까지 동시에 해결이 가능해진다.
3월 3일 오후 제3회 국립공원의 날 기념식이 열린 광주 무등산국립공원에서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를 허가한 환경부를 규탄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천혜의 자원으로 지역경제 키워야


광주광역시와 광주의 주류 시민단체는 경제성과 환경 파괴를 이유로 무등산 케이블카를 검토하는 것조차 반대한다.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는 다른 지역과 매우 다르다. 국가 예산을 받아오는 일이라면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를 요구하고 경제성이야 있건 말건 무조건 많이 받고 보자는 태도를 보이지만, 천혜의 자원을 활용해서 스스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방안을 찾아보자는 제안에 대해서는 검토조차 거부한다.

민원과 시민단체의 위세에 휘둘려 낡은 호텔을 매입하고 순환도로 진출입로를 뜯어고치는데 수백억원을 낭비하는 것은 당연시한다. 반면 케이블카의 경제성을 따질 때는 목포나 남산에 있는 고수익형은 외면하고 낡고 오래된 변두리 케이블카의 적자를 예로 든다. 비법정 등산로와 통신탑, 군용도로를 축소하고 케이블카를 놓으면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무등산을 살리는 길이며, 지하철 1호선과 연계한 무등산 케이블카는 친환경적일 뿐 아니라 탄소 중립을 실천하는 길이 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아예 귀를 닫는다.

‘생태’와 ‘환경’을 앞세우고 이를 광주정신으로 포장하는 순간 얼어붙고 말았던 광주 시민의식이 무등산 너머에서 동이 터오듯 달라지고 있다. 광주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서는 시민사회를 개혁하고 자본과 선진 문물에 개방적이어야 한다는 각성이 무등산의 여명처럼 밝아온다. 그 각성이 무등산 케이블카로 열매를 맺어 빛고을 광주에 풍요를 선물하게 될 날을 고대한다.

배훈천 광주시민회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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