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박쥐상 보러 왔어요”…함평에 나비처럼 날아든 관광객
“황금박쥐상을 보러 서울에서 달려왔습니다. 100억원이 넘는다는 얘길 들어서인지 신비로운 느낌마저 드네요.”
지난달 28일 오후 전남 함평군 황금박쥐 생태전시관에서 만난 박정자(67·여)씨가 한 말이다. 황금박쥐상은 인근 함평엑스포공원에서 열린 ‘2023 함평나비대축제’의 개막과 동시에 일반에 공개됐다. 이날 전시관은 황금박쥐상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온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황금박쥐상 앞에 선 관람객들은 휴대전화 카메라로 연신 사진을 찍었다. 금값 상승의 영향으로 황금박쥐상의 가치가 계속 높아지는 것도 방문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관광객 김동민(46·목포시)씨는 “최근 직업을 바꿨는데 황금박쥐를 보면 좋은 기운을 얻을 것같아 왔다”며 “뉴스를 보고 찾아왔는데 실제로 보니 사진보다 더 멋있고 화려해 좋은 일만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황금박쥐상은 오는 7일까지 열리는 나비축제장 인근 황금박쥐 생태전시관에서 축제 기간 동안 무료로 전시된다. 전시관 측은 “오전 9시에 문을 열었는데 개관 첫날 하루에만 1000명 정도 온 것 같다. 관람객 수를 집계하지는 않지만, 나비축제만큼이나 인기가 많다”고 했다.
함평군이 황금 조형물로 제작한 황금박쥐(붉은박쥐)는 천연기념물 제452호로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포유류 1급이다. 함평군에서는 1999년 대동면 고산봉 일대에서 황금박쥐가 집단 서식한 사실이 확인됐다. 함평군은 이를 관광 상품화하기 위해 2008년 28억원을 들여 제작했고, 15년이 지난 현재 가치는 5배가량 상승했다. 함평군 관계자는 “금값 상승에 따라 현재 140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황금박쥐상은 순금(24k) 162㎏, 순은 281㎏ 등으로 만들어졌다. 가로 1.5m, 높이 2.1m 크기의 은으로 된 원형 고리 안에 금으로 된 황금박쥐 4마리가 날갯짓을 하는 형상이다. 중앙 상단에는 크고 작은 황금박쥐 2마리가 날개를 활짝 펼치고 나는 모습을 하고 있다.
140억원의 가치를 감안해 보안도 철저하다. 황금박쥐상은 철제셔터와 유리문, 철제셔터 등 3중 문을 통과해야 실물을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3㎝ 강화유리 안에 보관돼 있고, 전시관 내외부에는 폐쇄회로TV(CCTV) 10대가 설치돼 있다. 강화유리는 망치로 쉽게 깨지지 않으며, 3중 문 중 하나라도 강제 개방을 시도하면 경보음이 울리도록 설계됐다. 경보음이 울리면 보안업체와 경찰서에 자동으로 실시간 통보된다.
황금박쥐상을 노린 절도범도 있었다. 2019년 3월 15일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대에 3인조 절도범이 황금박쥐를 노리고 생태전시관에 침입을 시도했다. 이들은 준비한 절단기로 셔터 자물쇠를 끊고 셔터를 50㎝가량 들어 올리던 중 경보음이 울리자 그대로 달아났다. 온라인에서 만나 범행을 공모한 이들은 달아난 지 54일 만에 모두 붙잡혔다. 당시 황금박쥐상의 시세는 85억원에 달했다.
황금박쥐상은 제작 이후 상시 개방을 했으나, 관람객이 많지 않자 매년 5월 나비축제와 10월 국향축제 기간에만 공개됐다. 함평군은 매년 황금박쥐상 작품 보험료로 예산 2000만원을 지출하고 있으며, 접근성 등을 보완한 상설 개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함평군 관계자는 “올해를 목표로 축제가 열리는 엑스포공원으로 옮기는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희규 기자 hwang.heeg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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