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따로따로 행복할 수 있단다
[한제원 기자]
▲ 유쾌하게 그려낸 이혼 이야기 |
ⓒ 한제원 |
아이들을 키우며 들어본 동요들은 대부분 좋아하는 편이다. 내가 부르며 자랐던 섬집아기 같은 동요들보다 요즘 동요들이 훨씬 밝고 깜찍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옛날 동요들이 서정적이라면 요즘 동요들은 발랄해졌다고 할까, 만화 주제가도 결이 많이 달라진 느낌이다.
예전 만화 주제가들은 유아적이었다면 요즘 만화주제가들은 자세히 듣지 않으면 만화 주제가인 줄 모를 정도로 가요스러워진 노래들도 많다. 세상이 변하며 아이들이 보고 듣고 배우는 것도 달라졌다. 아이들은 살색이라는 표현 대신 살구색이라고 하고, 터키라 하지 않고 튀르키예라고 한다. 장애 이해, 다문화 이해 교육과 성폭력, 학교폭력 예방 교육등 내가 학교 다닐 때에 배우지 않았던 다양한 것들 것 수업시간에 배우기도 한다.
다양한 삶, 나와는 다른 모습을 존중하는 것을 배우게 된 것을 대 환영한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들이 보는 영상이나 동화에 엄마가 앞치마를 입고 요리를 하며 아빠에게 존댓말을 하고, 아빠는 엄마에게 반말을 하며 출근을 하는 등의 모습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조금 아쉽다.
내가 아는 그 어떤 집도 아내만 남편에게 존댓말을 하는 집은 없는데 말이다. 4년 전, 그러니까 큰 아이가 네 살 때에 어린이집에서 <어른이 되면>이라는 동요를 배워왔는데 내가 커서 어른이 되면 엄마처럼 행주치마 입고 있을까, 아빠처럼 넥타이 매고 있을까 하는 노래를 율동을 하며 부르는 것을 보고 경악한 적이 있다.
엄마 놀이는 화장놀이, 아빠 놀이는 넥타이 매는 놀이를 하는 것을 사진으로 보고는 진지하게 원장님께 컴플레인을 걸까 하다가 유난스러운 엄마로 보일까 싶어 그만두었던 기억도 있으니 아직 우리나라는 갈 길이 조금 멀었구나 싶었다.
아이들과 <따로따로 행복하게>라는 책을 읽었다. 엄마 아빠가 이혼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낸 그림책이다. 우리나라에서 이혼이란 불행하고 불쌍하고 피하고 싶고 안 해야 하는 일 중에 하나이지만 이 책에서 그려낸 이혼은 정말 같이 있으면 싸우고, 따로따로 떨어져서 비로소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엄마 집, 아빠 집, 이렇게 행복한 집이 두 곳이나 생겨 아이들도 더 좋아하는 이야기로 그려진다.
이혼하고 싶어도 애들이 있어 참고 사는 우리네 정서와는 사뭇 다르지만 나는 불행해도 참고 사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보다는 당당하게 헤어지고 멋지게 사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교육적으로 더 좋다고 생각해 왔기에 이 그림책을 함께 읽으며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그림책을 읽으며 같이 사는 가족이라도 사이가 안 좋을 수 있다는 것, 엄마 아빠가 사이가 안 좋아지면 같이 안 살고 따로 사는 결정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아이들에게는 아직 이해가 어려운 일인 듯했다. 그래도 그림책을 통해 이혼 가정에 대해 접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너무 어렵고 무거운 주제라 아이들에게는 쉬쉬하는 분위기라 이렇게 좋은 방향으로 이혼과 이혼 가정의 아이들을 조명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으니 말이다.
<따로따로 행복하게> 책에는 엄마 아빠가 싸우는 모습을 보며 혹시 자기들 때문이 아닐까 걱정하는 아이들이 나온다. 그리고 같은 고민이 있는 아이들이 있나 공고를 붙이는데 아주 많은 아이들이 엄마 아빠 때문에 고민이라며 구름처럼 몰려든다. 혹시 우리 부부도 그러진 않을까 생각해 본 부분이다. 나는 항상 화가 나 있는 상태이고, 남편은 언제나 피곤한 상태인데 아이들의 예리한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 혹시 엄마 아빠가 아이들의 근심거리는 아닐까.
▲ 이혼 어쩌면 더 큰 행복을 찾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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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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