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1년, 국민의 실망

김윤상 2023. 5. 1.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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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정치제도를 개혁하지 않으면 되풀이된다

[김윤상 기자]

 미국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30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서 내려 영접 나온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김대기 비서실장 등과 차례로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5월 10일이면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이 된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듯이 국민은 지난 1년간의 국정에 낙제점을 주고 있다. 취임 전에 대통령 집무실을 별다른 이유도 없이 용산으로 옮긴 데서 시작하여 외교 분야의 이해하기 어려운 대응에 이르기까지, 국민을 실망하게 한 여러 사례를 새삼 지적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 한 칼럼에서 필자는 이렇게 썼다. "이러고서야 어떻게 다음 대선에서 보수에 표를 달라고 할 것인가? '죄송합니다. 지난번에는 저희가 대표선수를 잘못 뽑았습니다. 이번 선수는 진짜입니다' 할 것인가?" 박근혜, 문재인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실패가 어쩌다 한두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되풀이된다면 특정한 진영, 정당, 후보의 문제라기보다 정치제도의 문제일 가능성이 더 크다.

소선구제는 '지지형' 투표가 아니라 '저지형' 투표를 부추긴다

정치제도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국민이 매우 많고 국회에서도 열심히(?) 작업 중이다. 정치제도 중 대의제도부터 생각해보자. 국민이 선거를 통해 대표를 뽑기는 하지만 그 결과는 늘 국민의 희망과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그렇게 되는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로, 1등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의 문제가 있다. 당선자가 얻은 표를 제외한 나머지는 사표(死票)가 되며, 결국 두 개의 거대정당이 정치 생태계를 복점하게 된다. 양대 정당 체제에서 유권자 상당수는 우수한 정당, 우수한 후보를 지지하기보다는 싫어하는 정당, 싫어하는 후보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투표한다. 이처럼 '지지형' 투표가 아니라 '저지형' 투표를 하는 것은, 자신이 행사하는 한 표의 효과를 그나마 조금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판에서는 투표 기준으로서 후보의 능력과 공약은 중요하지 않게 되므로, 당선된 후보가 일을 잘하고 못하고는 그저 운이다. 투표 행태를 '저지형'에서 '지지형'으로 바꾸려면, 어느 국민의 표도 사표가 되지 않도록, 또 모든 표의 가치가 동등하도록 해야 한다.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정당 득표율에 비례하여 의석수를 배정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최선의 해법이다. 그런데도 요즘 국회에서 논의되는 선거제도 개혁은 이와 거리가 멀다. 한숨이 나온다.

둘째로, 정당법이 정치 생태계의 다양성을 가로막고 있다. 정당법에 의하면 정당은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이 등록해야 성립하고(제3조, 제4조), 5개 이상의 광역시・도에 시・도당을 가져야 하며(제17조), 각 시・도당은 그 지역에 사는 1천 명 이상의 당원을 가져야 한다(제18조). 즉, 전국 조직을 가지고 당원이 최소한 5천 명을 넘어야 하며 중앙당은 반드시 서울에 소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정당법 때문에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당이 태어나기 어렵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더라도 효과가 제약된다. 또 정당의 중앙당이 서울에 소재해야 하므로 모든 정당은 '서울당'이다. 지방선거에서도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이 아니라 '서울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끼리 경쟁한다. 정당법이 지방을 '서울당'의 선거 식민지로 만들어 지방자치를 망가뜨리고 있다.

셋째로, 선거에서 선출된 대표로 구성하는 '선거의회'의 한계를 들 수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대표성을 높이고 정당법을 바꾸어 정치 생태계를 다양화하더라도 문제가 남는다. 직업 정치인으로 구성되는 선거의회는 정당 이기주의를 벗어날 수 없고, 의원들의 최고의 목표는 공익 실현보다 재선이 되기 쉽다. 그래서 선거의회 외에 무작위 추첨으로 일반 시민을 뽑아 구성하는 '시민의회'를 같이 두어 프로와 아마추어의 건강한 조합을 이룰 필요가 있다.

보통의 안건은 선거의회에서 처리하되 국민의 상식을 반영해야 하는 중요 안건, 선거의회에서 의견이 심히 엇갈리는 안건, 선거의회와 의원의 이해관계가 걸린 안건은 시민의회에서 다룬다. 안건이 상정되면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이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의원 간의 충분한 숙의를 거쳐 결정한다. (시민의회에 대해 제기될 수 있는 의문에 대한 해명은, 이 글의 끝에 소개하는 필자의 칼럼을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시민의회의 소관 업무로서 적절한 예를 몇 가지 들어보자. 우선,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은 당연히 시민의회에서 다루어야 한다. 정치적 중립이 필요한 기관장의 인사에 대통령, 국회, 정당이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데, '중립'을 위해서는 시민의회가 담당하는 것이 옳다. 고위 공직자 인사청문회도 시민의회에 맡기는 게 좋다. 대통령의 사면권과 법률안 거부권의 행사, 공직자 탄핵 소추도 정파적 고려에 휘둘리지 않고 본래의 취지를 살리려면 시민의회의 동의를 받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제에서 내각책임제로

그런데, 진정한 비례대표제, 다양한 정당, 시민의회가 구현되더라도, 대통령은 1등 한 사람만 당선된다는 문제가 남는다. 물론, 제대로 된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국회 구성이 다양해지고 제1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기 어려우므로, 대통령과 여당은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대통령의 인사권, 사면권, 법률안 거부권 등에 시민의회가 관여하면, 대통령제의 문제가 상당히 해소되기는 할 것이다. 그래도 대선에서 낙선 후보가 얻은 표가 사표가 된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결선투표제를 도입해도 다르지 않다. 앞으로 내각책임제로 전환하는 의제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선진 민주주의 국가 중 대통령제를 취하는 나라는 한국과 미국뿐이다.

 
[참고 칼럼] "우울한 선거철, 이상한 선거제도", 2022/2/28 [오마이뉴스] 게재
http://omn.kr/1xj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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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대구 지역 인터넷 매체인 <평화뉴스>에도 기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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