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천 싹쓸이 벌목 사태... 예천군 황당한 답변

정수근 2023. 5. 1.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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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슬이 벌목 사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라고 일관

[정수근 기자]

 
 예전군 보문면에 의해서 직경 1미터에 이르는 왕버들나무가 무참히 잘려 나갔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경북 예천군과 보문면에 의한 내성천변 왕버들 나무 싹쓸이 벌목 사태에 대한 문제제기 주체인 환경단체 대구환경운동연합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이번 사태의 진상 규명을 위해 4월 24일 공식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예천군이 5월 1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대구환경운동연합 측에 공식 답변서를 보내왔다.

그런데 논란 중인 사안에 대한 답변치곤 성의가 없고 부적절해 보인다. 답변서를 보면 사실 관계도 틀린 부분이 있고 답변을 거부하는 듯한 문항 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예천군과 보문면은 잘못이 없으며 정당한 행정력을 발휘했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수백 그루 나무 벌목 사태에 대해 너무 당당한 예천군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예천군의 이러한 무성의한 답변에 대해 하나 하나 반박을 통해 예천군의 엉터리 답변에 대한 추가 문제제기를 이어가려 한다.
  
 아름드리 왕버들 나무들이 임도를 가린다는 사실 관계도 잘못된 황당한 이유로 무참히 잘려 나갔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여러 차례 수목을 제거해달라는 민원이 있었다"는 부분은 마치 여러 사람이 민원을 제기했다는 듯 들리지만 이는 "작곡리 이장에 의한 민원이었다"고 보문면 벌목 담당자가 밝힌 것을 통해 한 사람의 일방적인 민원일 뿐이었다는 점이 확인된다. 민원은 민원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한 다음 민원 해결을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적합한 절차일 텐데, 이 점에서 예천군과 보문면의 판단은 너무나 자의적이었다.

전적으로 면장의 판단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제대로 하자면 외부인 포함한 공론화위원회라도 꾸려서 판단해야 할 것인데, 그런 절차는 생략됐고 면장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는 점은 깊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수목 제거를 통해 경관개선 및 통행자의 안전 확보에 목적을 두고 작업"했다는 점도 이해가 어렵다. 수목 제거를 통해 경관을 개선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며 오히려 왕버들 군락 제거를 통해 내성천의 아름다운 경관이 망가졌으며, 통행자의 안전을 확보한다는 점 또한 전혀 상관이 없는 엉뚱한 답변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제방변에 심겨진 왕버들 나무들은 모두 강쪽으로 기울어 있어서 반대편인 임도쪽 시야를 전혀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제방 쪽 나무들은 모두 하천 쪽으로 치우쳐 자라기 때문에 반대편 도로 쪽을 가로막거니 하는 경우는 잘 없다. 그런데도 도로를 가린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이들 왕버들 나무를 모두 베어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싹쓸이 벌목 사태에 대한 근거자료를 대라는 민원에도 "마을 및 농경지 진출입로로써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라는 황당한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제방변의 왕버들 군락은 하천쪽으로 기울어져 자라나 있기 때문에 마을과 농경지 진출입로를 전혀 막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정말 필요하다면 문제가 되는 곳만 나무를 베도 될 것인데 싹쓸이 벌목을 할 수밖에 없었던 구체적인 이유를 밝혀" 달라는 민원에 대해서 "환경의 대표적인 생태 교란식물인 가시박 생육환경 차단 면에서도 전체적인 벌목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너무나 자의적이고도 무책임한 답변이 돌아왔다.

이는 구더기 생긴 장에 장만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장독까지 깨트려버리는 우를 범한 것과 같이 가시박 제거를 위해 수목까지 모두 제거한다는 것은 어리석고 과도한 행정의 대표적 사례이고, 가시박은 수목을 제거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가시박 씨앗이나 새싹 제거를 통해 없애는 것이 합당하기 때문이다.
 
 나무가 벌채된 자리에 가시박들이 무더기로 싹을 튀웠다. 가시박 제거를 위해서 나무를 벌채했다는 건 말이 안되는 억지 주장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수목 제거 후 가시박 씨앗이 오히려 온 제방변에 싹을 띄운 점을 보면 예천군의 행정이 엉터리임이 다시 한번 증명된다.

사태 해결을 위한 다른 방법이나 예천군의 공식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대답을 회피하는 배짱마저 보여주고 있다.

성의 없고 불성실한 답변

이에 대해 대구환경운동연합 이승렬 의장은 "기본적으로 성의도 없고 성실하지도 않은 답변에 깊은 우려와 모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하며 "예천군이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행위에 대해 반성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 밝혔다.
 
 이런 식으로 강의 경관을 이루고 있는 요소이지만 경관을 가로막는다는 이유로 나무들이 벌채의 대상이 되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국민신문고를 통한 대구환경운동연합 민원에 대한 예천군의 공식 답변
ⓒ 국민신문고
     
다음은 민원 일문 일답 내용이다.

- 3킬로미터에 이르는 구간의 나무를 모두 벤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혀주십시오.

"미호~작곡 임도변 시거장애목 제거는 임도를 이용하는 농지 경작자 및 임도 이용자들의 수목제거 요청 민원에 의해서 가로수 외 수목 제거를 통해 경관개선 및 통행자의 안전 확보에 목적을 두고 작업함."

- 무슨 근거로 싹쓸이 벌목을 단행했는지 그 근거자료를 밝혀주십시오.

"마을 및 농경지 진출입로로써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시행."

- 이 방법말고 다른 방법은 없었는지 해명해주십시오.

"다른 방법은 없었음."

- 정말 필요하다면 문제가 되는 곳만 나무를 베도 될 것인데 싹쓸이 벌목을 할 수밖에 없었던 구체적인 이유를 밝혀주십시오.

"안전사고 예방 및 임도환경 조성 차원에서 벌목을 시행했으며, 환경의 대표적인 생태 교란식물인 가시박 생육환경 차단 면에서도 전체적인 벌목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음."

- 누가 무슨 권한으로 싹쓸이 벌목을 지시했는지 밝혀주십시오.

"여러 차례 지장목 제거 요청 민원에 의거 본면에서 이루어지는 제반 사항에 대해서 면장의 판단과 결정임."

- 왕버들은 내성천 경관을 이루는 핵심요소 중 하나입니다. 망가진 경관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밝혀주십시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경관이 회복될 것이라 생각됨."

- 미호교 오신교 사이 구간중에서 아직 벌목하지 않고 남은 구간도 모두 베겠다는 계획으로 알고 있는데, 그대로 진행할 것인지 밝혀주십시오.

"자전거도로 1.5km 구간은 예산확보가 되지 않은 상황임."

- 이번 사태에 대한 예천군의 공식 입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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