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모 삼성증권 센터장 | 뱅크런 가능성 낮아…금리 인하 내년 2분기 [리서치센터장에게 듣는다 ➓]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3. 5. 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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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고용, 금융 환경 등 대부분 지표가 안정적으로 잡혀가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증권 본사에서 만난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제지표가 우려보다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대두된 금융 위기 가능성도 높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SVB 파산 사태 이후 각국은 대규모 자금 인출 사태인 ‘뱅크런’으로 인한 금융 위기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뱅크런이 발생할 경우 제2의 SVB 사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우려에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최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와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주관하는 글로벌 스트레스 테스트(GST)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국내 은행 건전성을 국제 기준에 맞춰 점검하겠다는 의도다. GST는 위기 시나리오에서 국가별 은행의 자본비율 변동과 국가 간 전염 효과를 통일된 기준으로 측정해 결과를 비교·평가하는 테스트다. 미국, 일본, 스위스, 영국 등 주요 은행 본점 소재국은 의무적으로 참여하게 돼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시중은행장들에게 SVB 파산 사태를 언급하며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지난 4월 24일 은행회관에서 진행된 시중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SVB 사태가 국내 금융 시장에 미친 영향이 아직 제한적이지만 향후 유사한 사건의 국내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한은, 금융기관, 당국이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앞서 “SVB 파산 사태 같은 일이 한국에서 벌어지면 미국보다 예금 인출 속도가 100배는 빠를 것”이라며 모바일 뱅킹 등 온라인 이용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예금 인출 사태의 파급 속도와 충격이 클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1976년생/ 연세대 경영학 학사/ 2000년 삼성화재 입사/ 2004년 JP모건 애널리스트/ 2010년 크레디트스위스 애널리스트/ 2013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 2019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현)
글로벌 금융 위기 가능성은 SVB 파산 사태 후 각국 정부의 발 빠른 대응으로 잠잠해졌다. 그러나 최근 미국 지역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1분기 예상을 뛰어넘는 뱅크런 규모를 발표하며 제2의 SVB 사태 공포가 되살아났다. 1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공개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1분기 예금 보유액은 1045억달러(약 140조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무려 720억달러(40.8%) 줄어든 수치다. 시장의 1분기 예금액 전망치는 1450억달러(약 194조원)였지만, 실제 뱅크런 규모가 훨씬 컸던 셈이다.

다만 윤 센터장은 SVB 사태 이후 은행들이 대출을 보수적으로 집행하며 오히려 금융 환경이 안정화됐다고 판단한다. 각국 은행이 안정적으로 유동성을 관리하고 있고, 국내 은행도 일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는 있지만 유동성 문제가 크지 않은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윤 센터장은 “최근 당국과 은행들이 발표하는 자료를 보면 향후 뱅크런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며 “유동성 지원이나 채권 매수 프로그램 등 후속 조치가 나오며 어느 정도 금융 환경이 안정화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어느 정도 부실 자산을 능가할 정도의 시스템이 갖춰진 상태기 때문에 전체 금융 시스템을 흔들 만한 유동성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물가에서 경기로 옮겨 간 관심

모든 지표 안정적인 수준

윤 센터장은 물가도 안정적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 들어 전체적인 추세를 보면 2월에 일시적으로 물가가 다소 높게 형성되기는 했지만, 계절적인 영향을 과하게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1월 6.4%, 2월 6%, 3월 5%로 집계됐다. 2월을 제외하면 1, 3월은 시장 전망치에 부합하며 안정적으로 내려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우려하는 주거비도 2분기부터는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과 렌트비 등이 차츰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윤 센터장은 주식 시장의 관심이 ‘물가’에서 ‘경기’로 이동했다고 본다. 지난해에는 빠른 속도와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시장을 뒤덮었지만, 올해는 지난해 금리 인상 여파로 실물 경기 영향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올해 미국 기준금리는 상단 기준 연초 4.5%에서 4월 5%로 4개월 사이 0.5%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1월 0.25%에서 연말 4.5%까지 1년 간 4.25%포인트 오른 것과 비교하면 투자자들이 어느 정도 방향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진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물가도 안정적으로 내려가고 있는 데다, 경기 침체 가능성도 높게 전망하지 않는 만큼 기준금리는 연말까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윤 센터장이 전망하는 연말 기준금리는 한국 3.5%, 미국 5.25%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을 하지 않고, 미국은 5월 한 차례 더 인상한 후 계속해서 동결한다는 전망이다.

윤 센터장은 “시장 기대치와 연준이 고려하는 금리 인하 시점의 차이가 크다”며 “시장은 연내 1~2차례 금리 인하를 반영하고 있지만 연준은 물가가 확실히 잡힐 때까지는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차이가 해소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라며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는 시점은 내년 2분기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전체 지수보다 특정 섹터 주목

자동차·방산·엔터 눈여겨봐야

올해 고금리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는 만큼 주식 시장 전체 지수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아도 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시장 전체 지수보다는 특정 업종이나 종목에 집중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올 들어 주식 시장에서는 순환매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연초부터 엔터테인먼트, 반도체, 제약·바이오, 이차전지 등이 돌아가며 시장을 이끌고 있다.

고금리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시장 전체 지수는 상·하단 모두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윤 센터장 판단이다. 그가 예상하는 올해 코스피지수 밴드는 2200~2600포인트. 4월 26일 종가 2485포인트 대비 상단이 4.6% 열려 있다는 전망이다. 4월 19일 코스피지수 종가가 2575포인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윤 센터장이 생각하는 상단은 최근 지수보다 크게 높지 않은 수준이다. 시장 전반에 금리 환경이나 신용 경색 우려가 아직까지 깔려 있기 때문에 상단은 금융 불확실성을 안고 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신 특정 업종이나 종목 랠리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윤 센터장이 주목하는 업종은 자동차, 방산, 엔터테인먼트다. 갈수록 심화되는 미중 갈등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업종이라는 판단에서다. 자동차는 환율도 우호적인 환경으로 변해가고 있으며, 방산은 여러 정책적인 수혜도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윤 센터장은 “자동차 업종은 전기차 시장점유율도 늘고 있고 영업이익률도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엔터테인먼트는 올해 호실적이 예상되며 크게 이슈가 될 만한 점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방산은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방어주 성격이 크고, 최근 북핵이나 우크라이나 지원 이슈 등이 끊이질 않는 상황에서 수주 모멘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네이버나 카카오 등 플랫폼 종목 수익률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률 자체가 둔화된 상황이기 때문에 회사 자체적으로 비용을 통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실적 가시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주식 투자자는 금리 지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보다 금리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졌다고 해도 주식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는 여전히 금리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금리의 무서움을 간과하는 측면이 있다. 금리 변동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 올해는 모멘텀을 따라가기보다는 확실한 성장 모델을 갖춰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대형주 중심 거래가 효과적일 것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7호 (2023.05.03~2023.05.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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