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1인가구] 먹부림 하고 싶은 1인 가구가 발견한 것
1인 가구 여성들이 혼자 살면서 알게 되는, 새롭게 깨닫고 경험하게 되는 이야기들에 대해 씁니다. <편집자말>
[김혜원 기자]
"마라탕에... 꿔바로우도 먹고 싶다."
혼자서도 밥 잘 먹고 다니는 내가 동네 친구를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한 건 꿔바로우 때문이었다. 다니는 학교와 먼 동네로 이사를 온 탓에, 동네에 아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마라탕과 꿔바로우를 함께 먹고 싶은 마음 하나로 나는 동네 친구를 찾기로 했다.
'동네 친구를 어디서 찾지?' 동네 친구를 만들겠다는 다짐은 했는데, 막상 찾으려 하니 막막했다. 무턱대고 지나가는 동네 사람을 붙잡고 "저랑 친구 하실래요?" 하고 묻기도 이상하고, 친구를 만들기 위해 갑자기 동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이상하다. 포기해야 하나 생각하던 중, 방법을 찾았다!
예상 외의 곳에서 방법을 발견했다. 위치 기반으로 중고거래를 하는 플랫폼에서 '같이해요'라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무언가를 '같이 할' 사람들을 모집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 같이 먹어요 꿔바로우를 함께 먹을 동네 친구를 모집해보았다 |
ⓒ 김혜원 |
올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명의 사람이 채팅방에 들어왔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라 어색할 줄 알았는데, 꿔바로우를 먹겠다는 공동의 목적이 있어서 그런지 각자가 알고 있는 맛집을 이야기하며 대화가 술술 진행되었다. 그렇게 모르는 사람과 약속 날짜를 잡았다.
▲ 마라탕(자료사진) |
ⓒ 유지영 |
오기로 한 사람은 2명이었으나 한 분이 갑자기 야근을 하시게 되어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그래서 '고구마'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분과 함께 (마라샹꿔 대신) 마라탕에 꿔바로우를 먹게 되었다. 어땠냐고? 예상 외로 고구마님과의 시간은 재밌었다. 서로 무언가를 '나누어 먹을' 친구가 필요했다는 것과 좋아하는 음식이 같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그랬으려나?
고구마님은 이미 '같이 해요' 서비스를 이용해 본 경력자였다. 종종 동네 사람들과 저녁을 먹곤 했다고 말했다. 본가와 떨어진 곳에 취직을 하게 되어 낯선 곳에서 자취를 하는 1인 가구가 되었다는 고구마님은 혼자 외딴 곳에 떨어져 있는 느낌을 받을 때 동네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함께 하고 나면 그 느낌이 좀 덜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우리 대화의 결론은 '사람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 밥 먹을 친구가 생겼다. 함께 마라탕에 꿔바로우를 먹었다. |
ⓒ 김혜원 |
세상 일이 늘 그렇듯 좋은 점이 있다면 나쁜 점도 존재한다. 누가 나올지 모른다는 점이 그것이다. 나와 저녁을 먹었던 고구마님도 그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고구마님은 밥 먹으러 나왔다가 난데없는 적극적인 구애(?)에 당황한 적도 있다고 했다. 어딜가나 빌런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람이 필요하다. 내가 사용한 '같이해요' 서비스, 동호회, 소모임 등 연고가 없는 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고 하면 대부분 온라인을 통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잘 '걸러'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1. 단 둘이 만나지 않는다.
- 여럿이서 만나야 이상한 사람 한 명을 거를 수 있다.
2. 성별과 나이에 과하게 집착한다면 만나지 않는다.
- 어느 정도 성비 균형을 위해 필요할 때도 있지만 과하다면 의심하기!
3. 조심하되, 너무 의심하지 않는다.
- 뭐든 적당한 게 좋다.
잘 '걸러' 만났다면 이제 즐길 차례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1.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하기
- 공통점이 있는 사람과는 쉽게 친해질 수 있다. 영화, 운동 같은 취미를 함께 해보자! 나는 온라인으로 밴드를 모집해 활동을 하고 있다.
2. 부담감은 잠시 내려놓기
- 사람들과 세상에서 제일 가는 친구가 되겠다는 다짐은 오히려 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만나게 될 사람은 만나게 돼 있다'는 마음으로 나가보자.
3. 끝내주게 즐기기
- 당신을 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끝내주게 즐기고 오자.
'같이해요'에 사람들이 올린 글을 다시 살펴보았다. 운동, 산책, 공부… 다양한 것을 같이 하자는 글이 '다르게' 보였다. 어쩌면 우리는 '무언가'를 함께 할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라 무언가를 함께 할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었을까. 우리는 우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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