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거부권 행사 두고 고심하는 尹…“참모간에도 찬반 팽팽”
간호법 제정안(간호법)이 정국 핵심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이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와 관련해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일 “직능 단체 의견 수렴과 당정 협의를 거쳐 충분히 숙의한 다음에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오후 용산 청사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간호법 제정안의 경우 관련된 직능 단체가 굉장히 많지 않으냐”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이 미국 국빈 방문 중이던 지난주(4월 27일)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의료 단체의 반대에도 간호법을 강행 처리했다. 제정안은 5월 4일쯤 정부로 이송될 전망이다. 거부권 행사 여부는 그로부터 15일 이내에 판단해야 한다.
대통령실 내부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간호법 거부권을 두고 참모들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의 팽팽하다”며 “자칫 대통령이 국회 입법권을 무시한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다른 참모는 “민주당이 방송법 개정안까지 강행 처리하는 상황까지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윤 대통령 역시 첫 거부권을 행사했던 양곡관리법과 달리 고심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기준으로 판단하겠다’고 할 뿐 말을 아끼고 있다”고 전했다.
일단 대통령실을 비롯한 여권은 의료 직역 간 갈등 조정을 우선시하는 분위다.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조무사·물리치료사·방사선사 등 다양한 직역 간의 이해관계가 얽힌 법안인 만큼 섣불리 의결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간호법 제정안에 반대하며 단식 농성을 하는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을 각각 찾았다. 먼저 이날 오후 국회 정문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인 간호조무사협회를 방문해 “단식을 중단하고 나머지는 저희에게 맡겨달라”고 말했다. 이어 이필수 의협 회장과 보건복지의료연대 관계자들이 단식 투쟁 중인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회관 앞 농성장도 방문했다. 단식 투쟁 5일 차인 이 회장은 윤 원내대표와 대화 도중 울컥하며 “억울하다”고 했다.
윤 원내대표는 현장 방문을 마치고 기자와 만나 “직역 간 갈등이 있는 상황이라서 여론을 더 들어보고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해보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건의와 관련해서는 “그런 것을 포함해서 다 고민해보겠다”며 “갈등이 심각하기 때문에 정부가 방치할 수 없고, 그런 차원에서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도 국빈 방미 성과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윤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안보를 비롯해 산업, 과학기술, 교육, 문화 등 모든 면으로 동맹을 확장시켰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청년 미래 세대에게 기회의 플랫폼이 되도록 후속 조치를 구체화해달라”고 지시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오후에는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YTN 인터뷰에서 ‘워싱턴 선언’을 두고 “한·미 동맹이 재래식 군사력을 기초로 한 동맹이 아니라, 핵억제 동맹으로 한 단계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백악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 문건으로 채택된 워싱턴 선언은 한국형 확장억제 방안을 담았다. 한·미 간 핵 관련 논의에 특화한 첫 고위급 상설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 신설이 골자다.
조 실장은 “북한이 만일 대한민국을 핵으로 공격하면 즉각적이고 결정적이고 아주 단호하게 미국이 가진 모든 능력을 가지고 북한에 보복하겠다는 말을 미국 대통령이 문서로 약속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한국을 핵으로 공격하면 그것은 북한 정권의 종말을 의미한다는 말을 미국 대통령이 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 간 기존 협의체는 핵무기 정책을 협의했지만 핵협의그룹은 핵무기 운용에 관한 협의체”라며 “또 양국 정상에 직보함으로써 핵무기 운용에 있어 대한민국 대통령의 발언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 선언에 담긴 ‘미 전략자산의 정례 출동’과 관련해선 “폭격기, 군함, 잠수함을 다 합치면 거의 사실상 상시 전략자산 배치에 준하는 상황으로 우리가 일하게 될 것”이라며 “1년 365일 동안 북한이 불장난을 하게 되면 확실하게 응징할 수 있는 전략자산 전개 태세를 유지하겠다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미 전략자산 중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국 기항을 두고서도 “거의 40년 가까이 한국에 오지 않았던 것을 보낸다는 것은 미국으로서 한국이 북한에 핵 공격을 당하지 않도록 억제하기 위해서 가지고 있는 모든 전략자산을 다 보내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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