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경고 들은척도 안했다…3000억 줍줍 '하따' 나선 개미들
전문가의 경고도 소용없었다. 지난달 24일부터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 창구 등을 통해 쏟아진 매물 폭탄으로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벌어졌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이들 종목을 줍고 또 주웠다. 이른바 '하따(하한가 따라잡기)' 투자에 나선 것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지난달 24~28일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빚어진 8개 종목(삼천리·다우데이터·하림지주·대성홀딩스·세방·선광·서울가스·다올투자증권) 중 다올투자증권을 제외한 7개 종목을 집중 매수했다. 이들 7개 종목의 순매수액은 2959억원에 달한다.
지난주 개인, 2959억원어치 '하따'
지난달 24~28일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개인 순매수 종목을 집계한 결과 무더기 하한가 종목 중 삼천리는 8위(771억8100만원)를 차지했다. 이어 다우데이타(597억7100만원·14위), 하림지주(438억8100만원·16위), 서울가스(307억6500만원·19위) 등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대성홀딩스(21위)와 세방(23위), 선광(24위) 등 7개 종목 모두 개인 순매수 25위권 안에 들었다.
주가 하락 폭이 클수록 순매수액 규모도 컸다. 지난 24일부터 4거래일 연속 하한가 행진을 이어간 지난 27일까지 대성홀딩스(-75.9%)와 선광(-75.9%), 삼천리(-75%)의 주가는 급락했다. 반면 지난 28일 개인이 순매도한 다올투자증권은 같은 기간 주가가 41.7% 떨어진 데 그쳤다.
개인 투자자의 매수세에 지난 28일 7개 종목의 주가는 반등에 성공했다. 삼천리는 이날 22.9% 뛰었고, 서울가스(13.5%)와 세방(11.1%), 대성홀딩스(8.8%) 등도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개인투자자가 무더기 하한가 종목의 집중 매수에 나선 건 기술적 반등을 노린 단기 투자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박소연 신영증권 투자전략부장은 "낙폭과대 종목에 대한 단기 트레이딩 매수세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하한가가 여러번 나온 만큼 이젠 오를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에 기댄 '하따' 전략인 셈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무더기 하한가를 맞은 종목들은) 재무제표상 지난해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개선되지 않았는데도 지난 1년간 주가가 이상 급등했고, 증권가에서도 이상 급등 의견을 제시해 왔다"며 "최근 하한가 사태에도 기업의 적정 내재가치에 대한 고민 없이 섣불리 투자에 나서는 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전문가 경고 무시, '학습효과' 부재
실제로 이들 종목에 대한 시장의 경고도 있었지만, 개인투자자에겐 유명무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해 5월 삼천리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 목표 주가를 11만원으로 유지하다 지난해 11월엔 목표 주가를 유지하면서도 투자 의견을 '비중 축소'로 전환했다. 좀처럼 매도 의견을 내지 않는 증권가의 관행을 고려하면 사실상 '매도' 의견을 낸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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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하락 가능성 커 매수 유의해야"
개인이 무더기 하한가 종목의 '하따'에 나서며 매수를 이어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추가 하락 여지가 있는 만큼 섣부른 매수는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개인의 매수가 몰린 7개 종목의 경우 여전히 신용융자잔고 비율이 높아 언제든 반대매매로 주가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기준 세방의 신용융자잔고 비율은 12%에 달했다. 선광(11%)과 다우데이타(10.6%)의 신용융자잔고 비율도 10%를 웃돈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하한가를 여러 번 맞았기 때문에 마치 저평가된 종목처럼 보일 수 있지만 현재의 주가는 그동안의 버블(거품)이 꺼진 것으로 봐야 한다"며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주가가 높은 수준으로 현재 가격보다 낮은 수준에서 안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연이은 하락으로 기존 투자자들이 처분하지 못한 물량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물량 압박으로 인해 장중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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