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살기도 바쁜데… 영국인들, 국왕 대관식에 무관심

송태화 2023. 5. 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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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오는 6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이후 70년 만에 새로운 왕의 등극을 알리는 대관식이 열리지만 많은 국민들은 무관심한 분위기라고 뉴욕타임스(NYT)가 30일 보도했다.

군주제와 뉴스 미디어의 상호작용에 관해 연구해온 역사학자 에드 오언스는 "과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은 국가와 왕실의 새 출발을 상징했다"면서도 "이번 찰스 3세의 대관식은 가족 간 불화로 윈저 가문이 분열, 쇠퇴한 이후에 이뤄진다는 점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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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만에 새로운 왕 대관식이지만
청년 층 중심으로 냉소적 반응 팽배
어려운 경제 상황, 군주제 회의론 등 원인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오는 6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개최되는 대관식에서 역대 국왕 중 7번째로 ‘성 에드워드 왕관’을 쓸 예정이다. 1661년 제작된 이 왕관은 보석 444개가 박혀 있으며 무게가 2.23㎏에 이른다. AFP연합뉴스

영국에서 오는 6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이후 70년 만에 새로운 왕의 등극을 알리는 대관식이 열리지만 많은 국민들은 무관심한 분위기라고 뉴욕타임스(NYT)가 30일 보도했다. 물가 급등과 경기 침체로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찰스 3세 국왕(75)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는 모양새다.

여론조사업체 유거브(YouGov)가 최근 영국 거주 성인 30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64%는 찰스 3세 대관식에 관심이 ‘거의 없다’라거나 ‘전혀 없다’라고 답했다. 18세~24세 응답자 중에서 관심이 거의 또는 전혀 없다고 답한 비율이 75%에 달했다. 대관식에 관심을 드러낸 이는 3분의 1 정도에 불과했다.

많은 영국인들이 찰스 3세의 대관식에 특별한 감흥을 느끼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각국 정상급 인사와 왕족 등 2000여명의 참석이 예고되는 등 영국 정부는 찰스 3세의 즉위를 대대적으로 알리고 있지만 이들은 당장 닥친 생활고를 해결하기 급급하다.

NYT는 “영국 현대사에서 보기 드문 의식을 거행하게 되는데, 이는 70년 전 핼리 혜성이 관측되기까지 기다렸던 것과 비슷하다”면서도 “대관식은 아직 다른 관심사에 몰두하는 영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런던 정보기술(IT) 업체에서 일하는 제이슨 압달라(24)는 “왕실을 사랑하는 마음이 다소 줄어들었다”며 “부모님은 대관식에 관심이 많으시고 왕실을 사랑하시지만 나에게는 (대관식을) ‘하든지 말든지’다”라고 말했다.

1953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에 비교해 규모가 축소되고 대관식 행렬도 간소해질 예정이지만 1억 파운드의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국고에서 지출하는 이번 대관식 비용이 최소 1억 파운드(약 168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점이 고물가에 어려움을 겪는 영국인들의 냉소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찰스 3세가 비교적 인기 없는 왕세자였던 데다 가정사가 복잡한 점, 정치 개입 논란이 불거졌던 점 등도 대관식 관심도가 낮은 이유로 꼽힌다. 군주제와 뉴스 미디어의 상호작용에 관해 연구해온 역사학자 에드 오언스는 “과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은 국가와 왕실의 새 출발을 상징했다”면서도 “이번 찰스 3세의 대관식은 가족 간 불화로 윈저 가문이 분열, 쇠퇴한 이후에 이뤄진다는 점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영국 왕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대관식을 향한 냉소적인 반응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한다. 입헌군주제를 둘러싼 커져가는 회의론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입헌군주제를 연구해온 버논 보그다노어 킹스칼리지 런던대 교수는 “(엘리자베스 2세 즉위 직전이었던) 1953년 영국은 매우 관대한 사회였다”며 “지금은 성취를 통해 자신의 지위를 얻은 사람들을 기반으로 한 경쟁 사회다. 따라서 군주제는 더 많은 회의론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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