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는 IP"...교보문고, 콘텐트 확보에 사활 걸었다

홍지유 2023. 5. 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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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식당으로 오세요’, ‘루왁인간’,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

JTBC와 티빙을 통해 선보인 이 드라마들은 모두 소설이 원작이다.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공모전의 수상 소설들을 드라마로 만든 것이다. 공모전의 목적은 단순히 종이책 출간이 아니다. 교보문고가 출판은 물론 영상 계약을 돕는다. 책을 팔아야 할 대표적인 국내 대형서점이 영상화를 전제로 이야기를 발굴하는 이유는 뭘까.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공모전 담당 임원인 박동옥 IP 사업단장과 정길정 IP 사업단 차장을 만났다.

교보문고 박동옥 IP 사업단장(오른쪽)과 정길정 차장이 25일 서울 상암 푸르지오시티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이들은 “책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매체로 수익원을 확장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에 스토리공모전에 집중해 왔다”고 밝혔다. 이제는 좋은 스토리를 발굴, 그 판권을 영화 제작사에 팔아서 거기서 나오는 수익을 작가와 나눠 갖는 것까지 서점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점이라고, 지식재산권(IP) 확보에 뒷전이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교보문고는 이 사업을 2013년부터 해오고 있다. 박동옥 단장은 "처음 공모전을 시작할 때부터 종이책 출판이 아닌 영상화가 목표였다"며 "사회적으로는 좋은 스토리가 빛을 보도록 돕는 것, 사업 측면에서는 미래 먹거리인 IP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소개했다.

정 차장은 "매년 2000~3000편의 작품이 응모된다"고 밝혔다. 10년간 공모전을 통해 교보문고가 확보한 IP는 총 350편. 그 가운데 60편이 영화·드라마·웹툰·뮤지컬 등 2차 상품으로 만들어졌거나 계약을 마쳤다. "10년 동안 60편의 2차 계약을 성사시킨 공모전은 교보문고 스토리대상이 유일하다"고 자부했다. SBS의 자회사인 스튜디오S, 영화배급사 쇼박스와 공모전을 공동주최해 원작의 영상화를 수월하게 한다.

2023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포스터. 사진 교보문고


정 차장은 특히 스토리대상의 최고상인 대상 수상작은 “십중팔구 영상화 계약에 성공한다”고 소개했다. 2015년 대상 수상작인 '마녀식당으로 오세요'부터 2021년 대상 수상작인 '붉은 봄: 조선왕실 연애잔혹사'까지 빠짐없이 영화·드라마로 만들어졌거나 계획 중이라는 것이다.

통상 소설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질 때 판권료는 5000만원 안팎으로 책정된다. 이를 작가와 출판사가 5대 5에서 7대 3 비율 사이에서 나눠 갖는다. 베스트셀러나 유명 작가 작품의 판권료는 1억원 이상으로 책정되기도 한다. 박 단장은 "공모전을 통해 2차 계약을 맺은 작품 중 두 건이 1억원 이상에 팔렸다"며 "지금까지는 작가에게 정액의 판권료를 지급해 왔지만 앞으로는 영상의 흥행 결과에 따라 수익을 추가 지급하는 '러닝개런티' 계약을 늘릴 계획이다. 이미 일부 작가가 그런 러닝개런티 계약을 맺었다"고 했다.

매년 3000편 가까운 응모작 가운데 어떤 소설의 영상화 가능성이 높을까. 정 차장은 "장르적 특성을 기반으로 시대성을 가미한 소설이 수상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가령 "'좀비 디스토피아'라는 장르 소설의 특성을 살리면서, 1인 가구의 소외감이나 20대의 취업난을 다루는 식"이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박 단장은 "영상화 계약에 성공한 소설은 살인 사건이나 서바이벌 등 일상적이지 않은 소재를 바탕으로 하는 스토리가 대부분"이라며 "그러면서도 갈등 구조가 뚜렷하고 몰입감을 주는 소설, 잔잔하기보다는 엣지있는 소설이 유리하다"고 했다.

소설 공모전 '교보문고 스토리대상'을 통해 드라마로 만들어진 소설들. 왼쪽부터 김이랑의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 강한빛의 『루왁인간』, 구상희의 『마녀식당으로 오세요』. 사진 JTBC, 티빙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공모전(https://storynew.kyobobook.co.kr/story)은 올해 상금을 1000만원 늘려, 총상금 규모가 1억 1000만원이다. 대상 수상 상금은 5000만원. 그동안 공모전을 통해 250명의 신진 작가를 발굴했고 156편의 소설책을 펴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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