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노리는 中, 탈레반과도 협력"…선넘는 배터리 원료 전쟁

김민상 2023. 5. 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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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에서 트럭이 리튬의 원료가 되는 광석을 실어 나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계 없음. AP=연합뉴스


전 세계적으로 경쟁적으로 전기차 도입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배터리 원료로 쓰이는 핵심 광물을 확보하려는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리튬과 같은 중요 광물을 차지하기 위해 중국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 접촉해 논란이 됐고, 수요 급증에 따라 비인가 광산도 늘어나면서 아동 노동과 환경 파괴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1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국 신차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비중이 이미 10%를 넘어간 가운데 2040년에는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따라잡을 것으로 예측됐다. 전기차에 필요한 리튬‧니켈‧코발트‧망간‧흑연 등 핵심 광물은 내연기관 대비 6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WP는 “한정된 자원을 채굴하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근로자와 지역사회‧환경에 해를 가할 수 있다”고 전했다.


리튬 수요 2040년까지 8배 증가 예상


미국 천연자원보호위원회에 따르면 리튬 수요는 2040년까지 8배 증가하고, 전기차가 수요의 80%를 주도할 예정이다. 현재 호주‧칠레‧중국이 리튬 채굴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 개발되지 않은 광산을 보유한 아프가니스탄에 중국 기업이 수십만 개 일자리와 수력 발전소, 아스팔트 도로 건설을 약속하며 투자에 나섰다. 아프가니스탄 광물·석유부는 지난달 고친이라는 중국 업체가 리튬 개발을 위해 100억 달러(약 13조원)를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공개했다.

미군이 철수한 아프가니스탄에서는 2021년 8월 이후 탈레반 정부가 재집권했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중국이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해상 실크로드)를 위해 파키스탄에 이어 아프가니스탄과도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WP는 “리튬 수요는 광산 주변 물을 고갈시키고 취약한 생태계를 파괴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코발트의 경우 콩고민주공화국(DRC)이 전 세계 생산량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콩고 광산의 15%는 암암리에 운영되고 있으며, 광부 20만 명 이상이 환기가 잘 안 되는 환경에서 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어린이 약 5000~2만5000명이 코발트 채굴에 동원되고 있다.

망간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세계 생산량의 3분의 1가량이 나오는데, 해외 매체에 따르면 상당수 광산 인부들이 미세먼지로 인한 기억 상실과 언어 장애를 호소하고 있다. 이렇게 생산된 망간은 주로 중국에서 주로 정제돼 배터리 업체에 공급된다. 망간을 비롯해 리튬·코발트 등도 정제된 제품의 중국산 비중이 모두 50%를 넘는다. WP는 “복잡한 화학 처리를 거치는 배터리 원료 공급망은 인간과 환경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고 보도했다.


곳곳에서 아동 노동, 환경 문제


미국 정부가 시행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중국 중심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체계는 다변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IRA 세액 공제를 받으려면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부품은 내년부터,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외국 우려 단체’에서 조달해서는 안 된다. 당장은 중국산 핵심 광물을 한국에서 가공해 쓸 수 있지만 2025년부터는 이조차 아예 막히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핵심 광물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은 2차전지 양극재 소재인 수산화리튬은 84%, 수산화코발트는 69%, 천연흑연은 72%를 중국으로부터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광물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꼭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문제 해결에 지금보다 좀 더 속도를 내야 한국 업체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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