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도 취미도 슬리퍼 신고 간다…엔데믹에도 뜬 '슬세권 경제'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에도 ‘하이퍼로컬(Hyper-local·지역 밀착형)’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생활 반경이 좁아지면서 최근 2~3년새 급성장했던 ‘슬세권(슬리퍼를 신고 각종 편의·여가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권역) 경제’의 영향력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분석이다.
“고물가 시대, 한 푼이라도 아끼려 근거리 소비”
1일 지역 기반의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에 따르면 동네 자영업자의 로컬 마케팅 채널인 ‘비즈프로필’ 가입 가게 수가 올해 1분기에만 8만 개 늘어 70만 개가 됐다. 지난해 말 대비 15% 증가한 것으로, 이용 횟수도 지난해 말(7억 건) 대비 20% 늘었다.
지역 기반 구인·구직 서비스인 당근알바 공고 수(지난 2월 기준)는 전월 대비 1.5배 늘었다. 월간이용자 수(MAU)는 1800만 명(올해 1월 기준), 누적 가입자 수는 3300만 명에 이른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지금도 슬세권 수요가 상승세라는 의미”라며 “코로나19로 변화한 삶의 방식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편의점 단골 매출도 매년 20%씩 성장
슬세권의 대표격으로 꼽히는 편의점에서도 근거리 소비를 하는 단골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단골 고객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신장률은 22.6%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엔 16.9%였으나, 코로나19로 근거리 소비가 자리를 잡아가던 2021년(21.6%)부터 최근까지 20%대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CU 관계자는 “근거리 소비를 하면 고물가 시대에 한 푼이라도 아낄 수 있다는 점도 단골 고객 매출이 증가하는 요인”이라며 “CU 앱에 단골 점포(최대 3곳)로 등록해 놓으면 배달, 픽업, 할인 구매 등 이용 편의성이 높고 일정 금액 이상 구매 시 최대 2% 포인트 적립 혜택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CU 멤버십 적립 건수는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18.9% 늘었다. 포인트 사용도 같은 기간 11% 증가했다.
편의점주가 각 점포 사정에 맞춰 개별 프로모션을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단골 확보를 위해 ‘GET 커피 10잔 구매 시 1잔 교환권 증정’이나 마감 세일, 생일 쿠폰 등을 점주가 자율적으로 진행한다. 보다 세밀한 ‘핀셋 마케팅’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이웃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 51배 성장
지역 기반 반려동물 돌봄 플랫폼 ‘펫봄’도 올해 1분기 거래 금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153% 늘었다. 김도영 펫봄 대표는 “코로나19 기간에 반려동물을 키우기 시작한 이들이 늘었는데, 이제는 엔데믹으로 여행을 다닐 수 있게 되니 연휴 등에 반려동물 돌봄 신청이 폭증했다”고 말했다. 같은 동네를 기반으로 펫시터를 구하면 고객 입장에선 비용이 줄어든다.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의 오프라인 모임을 연결하는 지역 커뮤니티 서비스 ‘남의집’도 엔데믹 이후에 사업이 확장세다. 올해 1분기 모임 개설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000%, 모임 신청 수와 매출은 같은 기간 각각 700%, 500% 성장했다. 김성용 남의집 대표는 “코로나19 직전에 사업을 시작했다. 엔데믹이 되자 지역 밀착으로 만나던 이들이 부담 없이 모임을 더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비즈니스리서치 컴퍼니에 따르면 글로벌 하이퍼로컬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조1391억 달러(약 2866조원)였다. 올해엔 2조4782억 달러(약 3320조원)로 15.9%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에선 지역 밀착 커뮤니티 앱인 ‘넥스트도어’가, 영국에선 플랫폼 ‘올리오’가 각각 대표 로컬 기반 서비스로 통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불황기에는 고객이 소비에 신중해지기 때문에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며 “지역 밀착형 영업이 그런 고객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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