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명 노숙객이 화장실 점령...中선 이정도 돼야 '보복관광'

신경진, 황수빈 2023. 5. 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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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닷새 간의 첫 5·1 노동절 연휴를 맞이한 중국 곳곳이 ‘보복 관광’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악명 높은 ‘제로 코로나’ 방역으로 짓눌렸던 여행 심리가 봄철 황금연휴를 만나 터져 나온 현상이다. 안후이(安徽)성 황산(黃山)에선 숙소를 못 구한 이들이 화장실에서 밤을 지새우는가 하면, ‘낙타 신호등’까지 등장하는 진풍경이 속출했다.

지난달 30일 중국 유명 관광지인 안후이성 황산의 정상 건물 화장실에 숙소를 예약하지 못한 관광객들이 옹기종기 모여 밤을 지새고 있다. 웨이보 캡쳐


지난달 30일 황산 정상의 일출 명소인 광명정(光明頂)의 공중화장실에서 관광객들이 빽빽이 앉아 밤을 지새우는 영상이 중국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올라왔다. 황산 관리소 측은 이날 케이블카와 셔틀버스를 오후 8시 30분까지 연장 운행하며 하산을 도왔지만 숙소가 따로 없던 관광객 800여명이 정상에서 버티면서 화장실 노숙 사태가 벌어졌다고 밝혔다. 인터넷 매체 주파이(九派)신문에 따르면 각 호텔 식당과 로비, 화장실에까지 숙소를 못 구한 노숙객들이 몰렸다.

노숙 관광객은 24시간 영업 식당도 점령했다. 한국에도 진출한 중국식 샤브샤브 전문점 하이디라오(海底撈)는 24시간 영업 방침을 노리고 숙박비를 절약하려는 대학생들의 주요 공략 대상이다. 난징(南京)에서 하이디라오를 찾았던 한 네티즌은 “식당 안에서 대학생들이 자고 있어 도대체 숙소인지 식당인지 구분하지 못하겠다”는 불평을 SNS에 올렸다. 이곳 식당 직원은 노동절 연휴에 유명 가수 콘서트까지 열리면서 노숙 학생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베이징 유명 관광지도 인산인해를 기록했다. 지방에서 올라온 한 관광객은 인파를 피해 바다링(八達嶺) 만리장성 대신 무톈위(慕田峪) 장성을 찾았지만 교통체증으로 아침 8시에 베이징 시내에서 출발해 오후 5시에서야 도착했다고 푸념했다.

중국 노동절 연휴 인파에 간쑤성 둔황의 명사산 월야천 관광지에 등장한 낙타 신호등. 웨이보 캡쳐


사막 낙타 관광으로 유명한 간쑤(甘肅)성 둔황(敦煌)의 명사산 월야천(月牙泉)에는 낙타 신호등까지 등장했다. 현지 중국중앙방송(CC-TV)에 따르면 밀려드는 관광객을 소화하기 위해 낙타 2400마리가 총동원되면서 낙타길 정체 등을 막기 위한 낙타용 신호등이 선보였다.

지난달 30일 상하이 와이탄에 등장한 경찰 인간신호등. 웨이보 캡쳐
지난달 29일 항저우 시후 쇼핑가에 인파를 통제하기 위한 인간 신호등이 등장했다. 웨이보 캡쳐

상하이의 관광지 와이탄(外灘)은 지난달 30일 하루 442만명이 찾았다. 경찰 당국은 1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8만명이 동시에 몰리면서 안전사고가 예상된다며 이 시간을 피해달라고 당부했다. 상하이 당국은 경찰을 동원한 인간 신호등으로 교차로 인파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안전사고를 막고 있다.

중국은 오는 3일까지 닷새간의 노동절 연휴 기간 총 2억4000만명이 여행에 나서면서 1200억 위안(약 23조원)의 여행 수입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홍콩 성도일보가 1일 보도했다. 노동절 관광수입 1200억 위안은 코로나 전인 2019년의 83% 수준이다. 베이징은 2019년 대비 100%를 회복했고 광둥성의 경우 2019년 대비 5.9% 증가했다.

다만 홍콩의 경우 연휴 첫날인 지난달 29일 하루 중국 관광객 31만명이 찾아 2019년 60만명의 52%에 불과했다고 홍콩 명보가 보도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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