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잘못인데 국민에 부담" 의협, 파업 앞두고 막판 고심

김나한 2023. 5. 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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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간호조무사협회 부분 파업에는 협력
적극적인 방식보단 격려·업무조정 방식 등
내일(2일) 전체 파업 로드맵 발표
의사와 간호조무사 단체 등 13개 보건의료단체가 참여하는 보건복지의료연대(의료연대) 총파업 투쟁계획 발표를 하루 앞둔 1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앞에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간호법 의료인면허 취소법 저지를 위한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간호법 강행 처리에 반발하는 13개 단체가 모인 보건복지의료연대의 부분 파업을 앞두고 대한의사협회가 막판 고심에 들어갔다. ‘의사 파업’에 돌입할지, 한다면 어느 정도 규모로 할지를 두고서다. 대한의사협회 비대위 관계자는 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간호법을 통과시킨 야당에 잘못이 있는데, 그 대응으로 총파업을 할 때는 국민께 부담을 주게 된다는 점이 큰 고민”이라고 밝혔다. 간호법안이 통과된 직후부터 파업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는 정부와 맞서는 모양새가 되는 것도 부담이다.

앞서 간호조무사협회가 오는 3일 휴가를 내고 연가투쟁에 참여하는 등 부분 파업을 개시하겠다고 하자 의협도 같은 날부터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네의원 원장 등이 먼저 나서서 병원 문을 닫는 등 적극적인 방식보다는 연가 투쟁에 나서는 간호조무사 등 직원들을 격려하고, 미리 환자 예약을 조정하는 등 협력하는 방식에 그칠 거로 보인다. 2020년 의대 정원 증원 반대 의사 집단행동 당시 참여율이 80%에 달하며 의료 현장 혼란을 빚었던 전공의들도 이번 파업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인다.

일단 의협 비대위에선 오는 2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3개 단체가 참여하는 의료연대의 전체적인 파업 로드맵을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 여기에 의협의 파업 방향도 포함될 전망이다. 실제로 이들이 총파업에 나선다면 국무회의가 열리는 오는 11일이 될 가능성도 있다. 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즉 거부권 행사를 압박하는 의미에서다.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간호법 제정안은 오는 5월 4일 정부로 이송될 예정인데, 이때부터 15일 이내에 공포하거나 거부권 행사(재의요구)를 해야 한다.

간호협회에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리 없다고 보고 있다. 황인태 대한간호협회 차장은 “대통령께서 (후보 시절) 직접 간호협회를 방문해서 약속했고, 국민의힘 의원들도 발의했다”며 “약속을 다 해 놓고 나 몰라라 하진 않을 거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의료연대의 파업 예고에 대해선 “나쁜 행위”라고 비판했다. “(법안에) 반대하는 방식이 국민 건강권을 담보로 하는 건데 보건 의료인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간호법 저지를 위해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을 6일째 이어오던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이 30일 오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왼쪽)과 현장 의사의 설득 끝에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파업을 자제해달라며 의료연대에 대한 설득을 계속하면서도 ‘간호법 반대’ 입장은 의료연대와 같음을 분명히 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지금 이렇게 갈등과 혼란이 있는 상황에서 법이 통과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처음에 초안이 제안됐을 때 여러 쟁점이 있는 조문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조문들은 심의 과정에서 정리가 됐다”며 사실상 간호법 시행으로 인한 극적인 변화는 없을 거란 취지로 말했다. 그러면서도 “(간호법이) 제대로 된 토론과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은 채 70년간 의료법 통일체계를 흔드는 법”이라고 평가했다. “과도한 의사 중심주의에 대한 반감 같은 것도 저변에 깔렸다”고 짚기도 했다. 다만 거부권 행사를 복지부가 먼저 대통령실에 건의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선 “아직 의사결정을 하지는 않았다”며 일단 의료계 총파업 등이 없도록 중재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간호법은 의료법에 있던 간호사에 대한 규정을 떼어내 간호사의 업무 범위와 체계 등을 정한 단독 법이다. 법안에 포함된 ‘지역 사회 간호’ 표현이 간호사들의 단독 개원 길을 열어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논란을 빚고 있다.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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