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서 담배 뻑뻑, 흉기까지…돌아온 '하늘 위 불청객' 공포
지난 1월 미국 뉴욕에서 출발해 인천으로 향하던 한 국적 항공사 소속 기내에서 벌어진 일이다. 도착 1시간여를 앞두고 승객 한 명이 좌석에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옆자리 승객의 항의를 받자 그는 화장실로 옮겨 흡연을 계속했다. 화장실 앞에서 대기하던 승무원은 이 승객에게 “기내 흡연은 기내 업무 방해 행위이자 범법 행위”라고 고지했다. 하지만, 그는 되레 “10시간 넘게 담배를 참기도 힘들고, 기내 흡연이 그렇게 큰 문제냐”며 적반하장격으로 나왔다. 결국 이 승객은 공항 도착 후 경찰에 인계됐다.
기내 불법 행위 증가에 항공사들 고민 커져
항공 업계가 코로나19의 충격에서 빠르게 벗어나며 운항 노선·편수 등을 회복하고 있지만, 이와 동시에 고민도 커지고 있다. 기내 흡연이나 난동 같은 기내 불법 행위가 이에 비례해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1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분기까지 적발된 기내 흡연 건수는 34건에 이른다. 폭언이나 주취 난동, 성희롱 등 기내 난동 건수는 이 기간에 4건이 적발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런 속도라면 기내 흡연이나 기내 난동 건수 모두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수준(각각 154건·54건)에 이를 것”이라며 씁쓸해했다.
사정은 저비용항공사(LCC)를 포함한 다른 항공사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A항공사에서는 싱가포르 입국을 거절당한 한 외국인 승객이 인천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옷을 벗고 소리를 지르는 등 난동을 부려 그를 포승줄로 좌석에 묶어 놓는 일까지 발생했다. 같은 비행기에 타고 있었던 승객들이 공포에 휩싸였음은 물론이다.
인천공항서 1분기 위해물품 적발 109건
공항도 위험 물품을 지닌 여행객들과 숨바꼭질이 한창이다. 실탄이나 도검류 등 안보위해물품을 지닌 채 비행기에 오르려는 이들이 늘면서다. 이날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 들어 3월 말까지 적발된 안보위해물품은 총 109건이었다. 이 가운데 실탄류는 74건, 전자충격기 등은 30건이 적발됐다. 이미 지난해 전체 안보위해물품 적발 건수(302건)의 3분의 1을 넘어섰다.
김포공항에선 지난달 한 승객이 권총형 전기 충격기를 소지한 채 제주행 비행기를 탑승한 일도 있었다. 그나마도 그 승객이 소지 방법을 스스로 문의하면서 이 사실이 알려졌다.
항공 업계·기관이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지만, 사실상 뾰족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 현행 항공보안법은 기내 흡연이 적발될 경우 최대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경고나 훈방 등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처벌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국제공항공사나 한국공항공사 모두 보안검색 역량 강화를 외치고 있지만, 단기간에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끌어올리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보안관리 실태 점검’을 이유로 한국공항공사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처벌 실효성 적어…무관용 기조로 바꿀 것”
익명을 원한 항공 업계 관계자는 “승객들에게 흡연이나 지나친 음주, 위해물품 소지 등과 관련해 사전에 철저히 고지하고 관련 안내방송 등을 통해 자제를 당부하는 게 사실상 예방책의 전부”라며 “앞으로는 ‘무관용(No Mercy) 정책’을 기조로 삼아 문제가 발생할 경우 경찰 등 법 집행 기관에 빠짐없이 관련자를 인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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