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韓·日 문화 장벽 사라진 것 느껴”
‘스즈메의 문단속’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역사를 다시 써 내려가고 있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한국을 다시 찾았다. 국내에서 개봉한 일본 영화 중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직후 다시 내한해 국내 팬들에게 거듭 감사를 표했다.
3월 8일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은 개봉 이후 35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등 국내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각종 기록들을 경신 중이다. 누적 관객 500만 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내한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이번에도 바쁜 일정을 소화하며 부지런히 관객들의 응원에 화답할 계획이다. 빠듯한 스케줄에 아쉬움이 남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즐겁게 팬들과 소통 중이다.
“지난번에 (한국에) 왔을 때는 우리 영화가 일본에서 12년 전 있었던 재회를 그리고 있기 때문에 ‘한국 분들이 즐겁게 봐주실까’라는 생각을 GOtE. 자신감이 없었다. ‘너의 이름은.’DMS 조금 알기 쉬운 엔터테인먼트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일본 사회를 그려낸 부분이 있어 불안함이 있었다. 그런데 한국의 젊은 분들이 많이 봐주셨다는 걸 알고 안심하고 있다. 이번엔 친구 집에 놀러 가는 느낌으로 왔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소재로 하는 작품이다. 우연히 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게 된 스즈메가 청년 소타와 함께 이 문을 닫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담았다. 일본 사회의 트라우마를 담아낸 이 영화가 일본을 넘어, 한국의 청년들에게도 사랑을 받고 있는 것. 인기 비결에 대해 “내가 오히려 묻고 싶다. 신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의문을 표하면서도 마니아들이 보내주는 지지에 감사를 표했다.
“내가 20년 정도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다. 매번 신작을 만들 때마다 한국을 찾아왔다. 그 사이에 한국과 일본 관계는 좋았던 적도 있었지만, 정치적으로 좋지 않았던 적도 있다. 그렇지만 매번 한국에 찾아왔고, 관객분들과 소통을 해왔다. 어쩌면 그토록 오래 커뮤니케이션을 해 온 것이 이 결과를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난 2019년 일본이 한국 반도체 소재의 수출을 일방적으로 규제한 이후 국내에서 일본 제품 등을 불매하는 ‘노재팬 운동’이 거세게 일기도 했었다. 그러나 ‘슬램덩크: 더 퍼스트’에 이어 ‘스즈메의 문단속’까지. 일본 애니메이션이 연이어 국내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으면서 ‘노 재팬’ 분위기도 완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추측을 하기도 한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일본 내 한국 콘텐츠 인기에 대해 언급하며 ‘문화 장벽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고 지금의 분위기를 분석했다.
“‘예스 재팬’이라고 생각을 하기보단 서로의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저항이 없어진 것 아닌가 싶다. 일본 분들도 한국의 콘텐츠를 많이 보고 계시고, 한국에서도 ‘슬램덩크: 더 퍼스트’와 우리 영화를 많이 봐주신다. 그건 나라에 상관없이 재밌는 걸 즐기고 계시는 것 같다. 케이팝(K-POP) 인기도 마찬가지라고 여긴다. 한국의 것이라서가 아니라, 곡이 좋거나 가수를 좋아해 즐기시는 게 아닐까. 문화 장벽이라는 것이 정말로 없어졌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스즈메의 문단속’이 일본 사회의 트라우마를 깊게 파고드는 작품이지만, 이 작품이 만들어내는 파급력을 보면서 새로운 것을 느끼기도 했다. 물론 앞으로도 전 세계를 겨냥하는 작품을 만들 계획은 없지만, 하나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파고들다 보면 이것이 다시 많은 이들에게 통할 것이라고 믿었다.
“최근 10년 정도는 ‘너의 이름은’과 ‘날씨의 아이’, ‘스즈메의 문단속’을 만드는 데 썼다. 그동안에는 내가 사는 곳에 대해 그려내고자 했다. 누구나 살면서 자신의 인생 속에서 자신을 변화시킬만한 사건을 만나는 것 같은데, 그것이 내겐 동일본 대지진이었다. 지금까진 해외를 생각했다기보단 내 발밑을 바라보며 작품을 만든 것 같다. 그런 작품이 한국을 비롯해 해외에서 많이 봐주시는 것이 신기하게 생각이 된다. 다만 계속해서 내면을 바라보는 것은 남을 바라보는 것과 이어질 수도 있는 것 같다. 내면을 들여다보면 타인으로 이어지는 길이 생긴다는 것을 이 영화의 결과를 보며 생각했다.”
물론 ‘스즈메의 문단속’이 한국을 넘어 중국에서도 흥행을 하는 등 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즐겁고 감사한 일이었다. 나아가 ‘슬램덩크: 더 퍼스트’까지. 일본 애니메이션이 하나의 장르로 인정을 받은 것 같아 기쁘기도 했다. 이제는 일본을 넘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애니메이션이 함께 사랑받는 것을 꿈꾸기도 했다.
“‘슬램덩크: 더 퍼스트’가 됐건, ‘스즈메의 문단속’이 됐건, 일본 애니메이션을 많은 분들이 봐주시고, 매력을 느껴주시는 건 행복한 상황이다. 케이팝이나 한국 드라마가 어느 장르로서 힘을 가진 것처럼 하나의 장르로 일본 애니메이션이 잘 되는 건 좋은 일인 것 같다. 아시아 애니메이션이 좋은 평가를 세계에서 받기를 바란다. 아시아에서 발신하는 콘텐츠가 힘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중 애니메이션이 더 강해진다면 행복할 것 같다. 더 많은 애니메이션이 나왔으면 좋겠고, 앞으로 나올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도 기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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