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th JIFF] '화이트 리버' 마설 감독 "팬데믹으로 인한 사람들의 심리 변화 포착"
제52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밝은 미래' 섹션에서 상영됐던 '화이트 리버'가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섹션에 초청돼 국내 영화 팬들과 만났다.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초청 당시, 상영된 영화 중 최단 기간에 매진됐던 '화이트 리버'는 올해도 연일 매진을 기록했다.
'화이트 리버'는 팬데믹 상황에서 관음증이 심각한 남편의 요구를 받아 들여야 했던 아내와 그들에게 나타난 남자로 인해 변화하는 종속 관계를 뇌쇄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최근 전주 완산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마설 감독은 '하이트 리버'의 매진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영화가 만들어지고 관객들에게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을지 예상하지 못했어요. 운이 좋았고 굉장히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매진이 됐다는 건 제 영화가 관객과 거리가 가까워질 것을 뜻하니까요. 영화제의 의미가 깊게 새겨질 수 밖에 없는 기억이 될 것 같아요."
중국에서 상업 영화 제작자 일을 오랜 시간 해왔던 마설 감독은 팬데믹 기간 동안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 '화이트 리버'를 세상 밖에 내놨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중국은 외국에 나갈 수 없었고 외부와의 왕래도 단절이 됐었어요. 코로나19 자체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그 시기에 생활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란 생각을 했어요. 이 영화의 스타트죠.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곳은 북경 근처의 옌자오(Yanjiao)라는 도시입니다. 이 곳은 북경과 떨어져 있지만 집값이 싸기 때문에 출근은 북경으로 하고 잠은 옌자오에서 잔다는 의미로 슬리핑 도시라고 불려요.그리고 북경과의 사이에 화이트 리버라는 강이 있죠. 격리 기간 동안 교통이 불편해져 도시의 특징이 더 도드라졌어요. 저는 마치 옌자오와 분단된 느낌을 받았어요. 겨울에는 화이트 리버의 빙판 위로 몰래 북경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죠. 특수한 지역에서 생긴 일로 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영화는 남녀의 에로틱한 관계를 보여주면서 외부와 단절된 인간들의 욕구 불만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양 판은 수수께끼의 식당 종업원 시아오 팡(허위호 분)과 은밀한 관계를 즐기고, 남편은 이를 지켜볼 분이다. 마설의 카메라는 세속적인 것과 에로틱한 것 사이의 경계를 넘어서는 관음적 스릴러를 제공하는 동시에 관객들의 관음증의 한계를 유쾌하게 테스트 한다.
"제 영화는 사회를 향해 무언갈 표현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살아있는 사람들의 관계와 변화가 중요한 거죠. 그런 부분들은 언제나 관객에게 미묘하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소재들이라고 생각해요. 팬데믹 시기에 심리적, 생리적인 변화들은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관음증이라는 소재가 어려울 수도 있어요. 배우들의 노출도 많고 에로틱한 부분도 있죠. 그런 부분도 영화를 통해 제한을 두지 않고 발현되는 대로 작업해 봤어요."
마설 감독은 팬데믹 기간을 많은 사람들이 영화계 위기라고 인식했지만, 자신은 진정한 영화 파트너를 찾을 수 있었던 기회라고 받아들였다.
"중국 영화 시장은 10년 전부터 코로나19 시기 전인 약 4년 전까지 왕성하게 성장했어요. 저도 그 때 운이 좋아서 제작자로 꾸준히 활동했었고요. 그 때 언젠간 때가 되면 내 영화를 만들어보자 마음 먹었어요. 개인적으로 영화를 만들 때 예술성과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시작해 보자 싶었죠. 그 때가 팬데믹이었던 겁니다. 코로나19로 촬영에 어려움이 있지 않았냐고 많이 물어보지만, 영화를 제작할 땐 잡음이 늘 있어요. 제가 예술 영화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상업 영화를 제작할 때와는 정말 다른 피드백들을 받았어요. 그러면서 저는 영화의 거품을 덜어내고 진짜 영화를 하고 싶은 사람들만 모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했어요. 코로나 시기를 겪은 사람들은 행운아라고 생각해요. 예상하지 못한 사태를 겪어봤잖아요. 앞으로 도움이 될 겁니다. 저는 창작자로서 이 시기를 목격하고 직접 느끼고 기록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들었어요."
쉽지 않은 소재와 노출신 등 어떤 배우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작업일 수 있지만, 전원, 송녕호, 허휘호는 마설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전적으로 동감해 출연했다. 특히 웨이터 역을 맡았던 허휘호는 마설 감독과 시나리오 작업부터 함께 했다.
"허휘호는 배우가 스스로 기회를 창출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봐요. 이번에는 같이 창작자로 대본부터 시작해 역할까지 훌륭하게 해냈죠. 여자 주인공은 전원은 어렸을 때부터 예술영화에 주로 출연했던 배우입니다. 2005년엔 홍콩의 금자상 신인상을 받았죠. 저는 전원이 주인공과 어울릴 것 같아 제의했어요. 송녕호도 마찬가지고요. 다들 '젊었을 때 이 영화를 안 하면 후회할 것 같다, 놓치고 싶지 않다'라는 마인드였어요. 자신에게 자랑스러운 작품이 될 것 같다고 말해줘 고마웠죠. '화이트 리버'는 노출 신도 많고 에로틱한 연출도 비중이 많아서 신뢰가 없으면 현장에서 작업할 수 없어요. 우리는 밥 먹는 것도 중요하고 섹스도 중요하라고 생각했어요. 일부러 과장해서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어요. 제가 그렇게 생각해버리면 배우도 긴장을 하기 때문에, 유쾌하게 밥 먹듯이 작업했어요. 배우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어요. 캐스팅은 감독의 예술 중 미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이잖아요. 배우가 없으면 영화는 성립되지 않죠."
팬데믹 이후 박스오피스가 이전으로 회복되지 않는 건 중국도 마찬가지다. OTT가 일상이 되어버린 환경 속 마설 감독은 '좋은 영화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라고 믿고 있다.
"영화는 영원히 역사에 남겨질 수 있는 영상이잖아요. 엔터테인먼트 속성을 가지고 있는 영화는 한 번 보면 재미있고 상쾌한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10번 이상 보진 않잖아요. 정말 뜻깊고 의미 있는 영화는 이후 자식들에게도 보여줄 수 있어야 좋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저는 계속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현재 영화를 선택하는 관객들의 소비 습관이 많이 바뀌었어요. 그래도 저는 예술, 작가주의 영화들은 변함없이 수요가 있을 것 같아요. 요즘 유행하는 짧은 영상은 영화를 아예 대체할 순 없어요 . 하지만 어느새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지만 영화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정신적인 영향을 영화와 짧은 미디어를 비교할 수 없어요. 공존할 순 없지만 대체할 수 없어요."
중국에는 영화 등급제가 없어 '화이트 리버'는 중국에서 애초에 투자 받을 수 없었던 기획이다. 이에 한국의 제작사가 '화이트 리버'에 투자했다. 한국에서 영화를 공부하며 유학했던 마설 감독은 향후 한국에서도 영화를 찍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에 20년 동안 살기도 했고 정서적으로 맞는 부분이 있어서 제 영화를 보고 한국 영화 같다고 말씀하신 분들도 있었어요. 기회가 된다면 한국 배우와 꼭 작업하고 싶어요. 한국에는 좋은 배우들이 너무 많아요. 전도연, 천우희, 전종서, 이병헌, 박정민, 김무열 등 이분들의 작품은 다 챙겨 보고 있어요. 영화를 제작했던 경험도 있고 중국에서 제작자로 활동할 때 백상예술대상에 스폰서로도 참여하기도 했어요. 정말 한국과 중국의 관계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이번에는 자본 뿐이었지만 다음에는 한국 배우, 스태프들과 작업한 영화로 인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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