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선언'에 아픈 곳 찔리자…북, 중·러 업고 사흘째 흠집내기

박현주 2023. 5. 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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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사흘 연속으로 '워싱턴 선언' 흠집 내기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중ㆍ러와 손잡고 한ㆍ미의 확장억제 강화를 합동 견제하는 모양새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중앙포토


"국제사회가 강한 우려"


북한의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1일 워싱턴 선언을 비판하는 중국과 러시아 내부 의견을 부각하는 기사를 일제히 싣고 "국제사회는 워싱톤선언이 몰아올 부정적 후과(결과)에 강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들 매체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미국의 행위는 진영들 사이 대결을 부추기고 다른 나라의 전략적 이익을 해친다"고 언급했다고 소개하며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매체의 보도를 비중 있게 실었다. 또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이 "지역 안전과 전 지구적 안정에 심각한 부정적 후과를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또 같은 날 노동신문은 국제안보문제평론가의 논평을 통해 미국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국 기항이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한국 국방부의 판단에 대해서도 "황당무계한 궤변"이라며 "미 전략핵잠수함의 조선반도(한반도) 전개가 '조선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에 위반되지 않으며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해괴한 넋두리를 늘어놓았다"고 비판했다.


사흘 연속 때리기


워싱턴 선언을 겨냥한 북한의 비판은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일정이 마무리한 지난달 29일부터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북한이 연일 워싱턴 선언을 비난에 열을 올리는 것 자체가 한ㆍ미의 확장억제 강화 조치가 북한의 아픈 부분을 건드렸다는 방증이라고 정부는 보고 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달 29일 워싱턴 선언에 대해 "극악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집약화된 산물"이라며 "결정적인 행동에 임해야 할 환경을 제공했다"고 위협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미래 없는 늙은이", 윤 대통령을 "못난 인간"이라고 각각 부르는 개인 비방도 함께였다.

김여정 부부장은 2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입장에서 '워싱턴 선언'으로 인해 "보다 결정적인 행동에 임해야 할 환경"이 조성됐다고 주장했다. 30일 북한 아나운서가 관련 내용을 보도하는 모습. 조선중앙TV. 연합뉴스.


이튿날인 지난달 30일에도 북한은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핵전쟁 책동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으며 반드시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어 1일에는 본격적으로 중ㆍ러와 연합 공세를 펼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중ㆍ러는 확장억제 외에도 각각 대만과 우크라이나 문제로 이번 한ㆍ미 정상회담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는데, 이런 틈새를 북한이 파고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신냉전 구도를 자꾸 강조하고 자신들이 중ㆍ러와 연대해 한ㆍ미에 맞서는 듯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사실상 일방적인 대중, 대러 구애를 해왔다"며 "이번에도 워싱턴 선언 발표 전부터 어떤 수위든 확장 억제 강화 조치가 나올 것이 충분히 예상됐기 때문에, 북ㆍ중ㆍ러가 연대 우려를 표명하는 식의 선전 프레임을 사전에 기획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와 함께 지난달 13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시험발사를 참관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연일 각 세우는 중ㆍ러


북한의 이런 전략이 힘을 받는 건 실제로 중ㆍ러가 대놓고 한국 때리기에 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30일 "한국이 압도적 친미 정책을 펴고 있다"며 "한ㆍ미가 전략적 수준의 보복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상 위협에 가까운 전문가 관측을 실었다. 같은 날 중국 관영 CCTV도 메인 뉴스에서 한ㆍ미 정상회담의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러시아도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외무부 성명을 통해 "(한ㆍ미) 핵 합의는 역내 및 국제 질서를 더 불안정하게 만들며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박진 외교부 장관은 1일 오후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 포럼에서 "윤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한 건 어느 나라를 겨냥하거나 소외시키려는 게 아니다"며 "가치 동맹에 입각해 새 한ㆍ미 동맹을 발전하기 위한 청사진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해 중국이 과민하게 과잉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방한 가능성과 관련해선 "(지난해 11월 한ㆍ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윤 대통령의 방한 초청에 '남북 관계와 한반도 상황 등 여건이 되면 한국 방문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그간 한국 대통령이 여러 차례 방중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중국 주석이 방한할 차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박 장관은 러시아에 대해서도 "한국이 비록 대러 제재 등을 단행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국익 차원에서 한ㆍ러 관계의 중요성은 있다"고 강조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 국무부에서 열린 국무장관 주최 국빈오찬에서 참석자와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4월 넘긴 北위성 발사


이런 가운데 당초 지난달 중으로 전망됐던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18일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 지도하면서 "4월 현재 제작 완성된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계획된 시일 안에 발사할 수 있도록 비상설 위성발사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최종 준비를 끝내라"고 지시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국가우주개발국은 "2023년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

모두 정찰위성 발사 '준비'를 마치라는 지시였을 뿐, 실제 '발사 시점'을 예고한 건 아니었던 셈이다. 정부도 서해위성발사장 내 사전 준비 동향이 포착되지 않았고, 북한 측이 2016년 2월 '광명성 4호' 발사 때처럼 국제해사기구(IMO)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사전 통보를 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지난달 내 발사 가능성을 낮다고 봤다.

다만 정부 소식통은 "최종 준비가 완료됐다면 날씨나 정치적 타이밍을 고려해 언제든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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