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보금자리’ 빌라가 사라진다 [김경민의 부동산NOW]
한동안 서민 주거지로 주목받던 빌라 시장이 위기를 맞았다.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착공 물량이 급감한 데다 ‘빌라왕’ 전세 사기 여파로 세입자들이 빌라 전월세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빌라 거래가 급감한 것은 지난해 ‘빌라왕 전세 사기’가 벌어진 영향이 크다. 빌라왕 사태는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수도권 일대에 1000채 이상 빌라를 보유한 빌라왕 김 모 씨가 사망했다.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김 씨가 보유한 빌라는 1139채, 피해 금액만 170억 원에 달한다. 또 다른 사기 수법으로 지목된 ‘건축왕’ 권 모 씨는 대부분 자신이 직접 지은 주택 2709채를 일명 ‘바지 임대업자’ 명의로 돌려 피해자를 대거 양산했다.
제2, 제3의 빌라왕이 계속 등장하다 보니 세입자들이 빌라 전월세 계약을 불안하다고 여기면서 빌라는 찬밥신세로 전락했다. 게다가 정부가 대출, 세금 등 아파트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실수요자들이 빌라 대신 아파트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빌라 가격도 계속 떨어지는 중이다. 서울 빌라의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해 7월 기준 2억688만 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올 2월에는 2억40만 원까지 하락했다. 신축 빌라 분양을 미끼로 한 전세 사기 피해가 커지면서 신축 빌라 착공도 감소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의 빌라 건축허가 면적은 1만8866㎡로 지난해 같은 기간(10만2462㎡)보다 81.5% 줄었다. 2월 허가 면적은 월별 기준으로 역대 최저치다. 연립, 다세대주택이 밀접한 서울 강서구 화곡동, 관악구 신림동 일대에는 신축 빌라 공사가 대부분 멈춰선 상태다.
빌라 가치가 떨어진 것은 경매시장에서도 잘 드러난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3월 빌라 경매 건수는 841건으로 전년 동기(392건) 대비 11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90.2%에서 79.4%로 떨어졌다. 낙찰률(경매건수 대비 낙찰건수 비율)도 23.5%에서 9.5%로 급감했다. 빌라는 착공 이후 6개월 내 공사가 끝나는 덕분에 그동안 신혼부부, 청년, 서민층의 주거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현재 전국에 연립주택 53만 가구, 다세대주택 227만 가구 등 약 280만 가구 빌라가 들어섰다. 하지만 빌라 시장이 위축되면서 공급이 감소하면 서민 주거 불안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빌라는 아파트보다 가격이 낮아 서민층의 전월세 공급 역할을 해왔는데 최근 빌라 매력이 크게 떨어졌다. 당분간 빌라 인기는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 사진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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