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갤러리' 차단거부한 디시…과거 일베 소라넷은?
"디시인사이드, 포털 사회적 책임 있어"
서울 강남에서 10대 학생이 라이브 방송을 켠 채 건물에서 추락해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경찰은 해당 학생이 활동하던 디시인사이드 (디시) 내 우울증 갤러리에 대한 임시 폐쇄를 요청했만, 디시 측은 저작권 문제와 풍선 효과 등을 근거로 거부하면서 논란이 번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우울증 갤러리 차단 보류를 결정하면서 논란의 불씨는 그대로 남았다.
디시 측이 저작권 등을 방패막이 삼아 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게 비판론자들의 지적이다. 현재 갤러리가 성 착취와 약물 오·남용 등 범죄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데다 과거에도 해당 갤러리에서 디지털 성범죄 게시물이 올라왔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최근 경찰은 해당 학생이 이용하던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일시 차단할 것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와 디시에 요청했다.
하지만 현재 디시는 임시 폐쇄 요청을 사실상 거부했다. 갤러리 폐쇄 시 다른 이용자들이 본인이 저작권을 가진 게시물을 이용하지 못하는 피해를 받거나 기존 이용자들이 타 갤러리로 퍼지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디시는 폐쇄에 대한 반발 심리로 더 많은 2차 가해성 게시물이 올라올 수도 있다면서 대신 미성년자 이용 제한을 검토하고 모니터링을 보다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디시가 예로 든 풍선효과는 실제로 과거 다른 사이트 폐쇄 때도 벌어진 일이다. 지난 14일 불법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가 폐쇄된 이후 제2의 누누티비를 자칭하는 유사 사이트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2018년 5월 폐쇄된 국내 최대 불법 웹툰 사이트 '밤토끼' 폐쇄 이후에도 새로운 불법 웹툰 사이트가 나타났다.
하지만 디시 측이 게시물 저작권을 방패 삼아 포털의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 우울증 갤러리가 극단적 선택을 종용하고 성 착취, 약물 오남용 등 또 다른 범죄의 통로로 이용된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이를 자체 모니터링만으로 자정하겠다는 입장을 신뢰할 수 없어서다. 해당 갤러리는 과거에도 동물 학대, 디지털 성범죄 등 게시물이 올라와 논란이 된 곳이다.
경찰 측의 요청도 갤러리 '영구 폐쇄'가 아니라 '임시 폐쇄'다.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여성 회원을 상대로 그루밍(길들이기) 성범죄와 약물 오남용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추측되는 이른바 '신대방팸'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동안 2차 가해와 모방 범죄를 막기 위해 일시적으로 사이트 접속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난달 20일 CBS 라디오에서 "(2차 가해 등) 영상을 일찍 내리려면 협조를 받는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일주일이 걸린다. 일정 기간 차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디시라는 포털에 (이 사건과 관련한) 사회적 책임이 없는가에 대해 논의를 할 때가 왔다. 과거에는 포털에 올라오는 정보를 삭제할 수 있는 기술이 많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위험을 탐지하는 자동화 시스템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면서 "(자정)하고자 하면 할 수 있다. 외국처럼 포털도 사회적 책임을 무는 시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사이트 폐쇄 사례로는 소라넷 폐쇄가 대표적이다. 1999년부터 운영된 소라넷은 여성의 신체를 몰래 찍은 사진이나 아동 음란물 등을 불법 공유하는 통로로 이용되면서 사회 문제로 대두됐고, 2016년 서버가 폐쇄됐다. 당시 소라넷 운영진은 개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했으나, 이들은 소라넷을 운영해 불법 음란물 제작 및 공유배포를 방조한 혐의로 처벌받았다.
해당 사이트의 게시물 중 불법 정보가 일정 수준 이상이라면 방심위 심의를 거쳐 사이트 폐쇄나 접속 차단이 가능하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7에 따르면 ▲음란한 내용 ▲비방 목적의 명예훼손 ▲공포심·불안감 유발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 ▲범죄 목적 또는 교사·방조 행위 등을 '불법 정보'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유통을 금지한다.
다만 불법 정보 여부 판단에 따라 사이트 폐쇄가 어려울 수도 있다. 극우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의 경우 2020년 텔레그램 성 착취 대화방 '박사방' 운영자였던 조주빈과 한강 몸통 시신 사건의 피의자 장대호가 활동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폐쇄 청원과 사회적 질타가 이어졌다.
그보다 앞선 2018년 1월에도 일베 폐쇄를 청원하는 글이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왔지만 여전히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다. 사이트 운영 목적 자체가 도박 등 불법이 아니고, 불법 정보의 공유가 일정 수준에 이르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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