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도입 무산된 '먹는 임신중지약', 일본서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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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에서 도입이 무산된 먹는 임신 중지(낙태) 약이 일본에서 승인됐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몇번의 심의 보류를 거친 경구형 인공임신중절약 '메피고 팩'의 제조·판매를 지난달 21일 조건부 승인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일본 정부가 처음으로 낙태약을 승인했다고 보도하며 승인되기까지의 과정을 간략히 소개했다.
일본 내에서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에서 낙태약 승인에 긍정적인 의견이 우세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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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임신 9주까지 사용 가능… 관리 엄격히
지난해 한국에서 도입이 무산된 먹는 임신 중지(낙태) 약이 일본에서 승인됐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몇번의 심의 보류를 거친 경구형 인공임신중절약 ‘메피고 팩’의 제조·판매를 지난달 21일 조건부 승인했다.
앞서 한국에서도 같은 약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결국 불발됐다. 지난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후 라인파마와 한국 독점 계약을 맺은 현대약품이 같은 약을 ‘미프지미소’라는 명칭으로 2021년 식약처에 승인 신청했지만, 절차가 더디게 진행되자 지난해 말 자진 철회한 바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일본 정부가 처음으로 낙태약을 승인했다고 보도하며 승인되기까지의 과정을 간략히 소개했다.
가디언은 미국에서 사실상 유일한 경구용 낙태약인 미페프리스톤을 둘러싼 논쟁이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미국 텍사스주 연방법원이 '미 식품의약국(FDA) 경구용 낙태약(미페프리스톤) 승인 취소' 판결을 내렸다. 이후 연방 대법원이 이 판결 집행에 대한 일시중지 명령을 연장했다.
일본에서 이 약을 처방받을 수 있는 대상은 임신 9주까지의 여성이다. 임신 지속에 필요한 황체호르몬의 작용을 억제하는 ‘미페프리스톤’을 먼저 복용한 뒤 36~49시간 후에 자궁 수축제인 ‘미소프로스톨’을 복용하는 방식이다.
적절한 의료 체제가 갖춰지기 전까지는 두 번째 약을 먹은 후 임신 중지가 확인될 때까지 병원에서 대기하라고 했다. 오·남용 방지를 위해 제약회사와 의료기관에 매월 판매량과 사용량을 광역지자체 의사회에 보고하는 의무도 부여했다.
일본은 승인 절차를 엄격하게 진행했다. 메피고 팩은 세계보건기구(WHO)가 20년 넘게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고 80개국 이상에서 오랫동안 사용해 온 약이지만 일본 내 임상시험을 별도로 거쳤다.
총 120명이 참여한 임상시험에선 90%가 8시간 이내, 93%가 24시간 이내 임신중지를 확인했다. 일부에서 하복부 통증과 구토 등 부작용이 있었으나 대부분 경미했고, 이상 출혈이나 세균 감염 같은 사례는 4건 보고됐다.
일본 내에서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에서 낙태약 승인에 긍정적인 의견이 우세한 분위기다. 아사히신문은 여론 조사 분석 결과를 전하며 낙태 자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낙태약 승인 만큼은 엄밀하게 관리돼야 한다는 전제하에 찬성하는 의견이 많았다고 보도했다.
지난 20년간 낙태 문제를 연구해온 츠카하라 쿠미 가나자와대학원 교수가 “피임과 낙태 권리는 여성 차별의 해소에 필수이며 모든 여성에게 중요한 과제”라며 “안전한 피임과 낙태를 제공하는 정책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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