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천재 아닌 꼴등된 백종원, 망가진 자존심 회복할까
[김종성 기자]
▲ tvN 예능 <장사천재 백사장>의 한 장면. |
ⓒ tvN |
한식당의 불모지 나폴리는 '장사 천재' 백종원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 장소였다. 전통을 중시하는 나폴리 사람들은 낯선 음식에 굉장히 보수적인 태도를 취했다. 마르게리타 피자의 원산지답게 자신들의 음식에 엄청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게다가 일식장과 중식당은 있어도 한식당은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기에, 짧은 시간 내에 설득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30일 방송된 tvN <장사천재 백사장>에는 새로운 직원으로 존박과 소녀시대 유리가 합류했다. 기존에 활약 중인 이장우와의 호흡이 기대됐다. 새 식구를 맞이한 백종원은 한 달 전에 의뢰했던 식당 인테리어 상태를 체크했다. 과연 식당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우선, 외부에는 음식에 대한 설명을 보여줄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가시성을 높였다. 내부 벽에는 한식 먹는 방법이 적힌 벽보를 붙였다.
널찍한 홀에 비치된 테이블에는 상판을 덧대 사이즈를 키웠다. 백종원이 말했던 크기의 트레이도 마련되어 있었다. 테이블에는 한식 한 상을 담을 트레이 2개가 딱 들어갔다. 다행히 주방은 변경하지 않고 써도 될 정도로 준수했다. 최소 비용으로 필요한 것을 바꿔 놓았다. 식당 이름은 한글로 '백반집'으로 정했다. 나폴리 최초의 한식당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창업을 위한 다음 순서는 직원 면접이었다. 모로코에서 식당을 할 때도 거쳤던 과정이었다. 백종원의 구인 기준은 마케팅이었다. 따라서 가게를 홍보하고 손님을 끌어들이기 수월한 직원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또, 연기력과 뻔뻔한 직원을 뽑아달라고 요청했다. 홀에서 원활하게 소통 가능해야 하는 건 기본이었다. 홀매니저 존박은 백종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시노네와 파비오를 선택했다.
다음 단계는 현지 식재료 확인이었다. 백종원과 직원들은 METRO라는 이름의 초대형 도매 마트로 향했다. 제작진에게 받은 자본금은 한화 약 500만 원(약 3,753유로)이었다. 온갖 종류의 식재료가 가득한 마트의 한 구역에서 동양 식품 코너를 발견했다. 그곳에서 찾은 김치 소스는 씁쓸하게도 일본 제품이었고, 간장 등 조미료들도 대부분 일본과 중국 제품이었다.
나폴리에서 영업 중인 아시안 식당은 주로 일식당과 중식당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중국과 일본의 식재료가 자리잡은 것이다. 그만큼 '한식당'이 넘어야 할 벽이 높다고도 살 수 있었다. 식재료 사냥에 나선 백종원은 표고버섯은 포르치니 버섯으로, 물엿은 아가베 시럽으로 대체했다. 또, 떡볶이에 쓸 떡 대신 뇨끼를, 당면 대신 쌀국수 면을 활용해보기로 했다.
테스트용 장보기를 끝낸 백종원은 돌아가서 장을 본 영수증으로 원가 계산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도 수없이 강조했다시피 정확한 원가 계산은 장사의 기본이다. 다음은 메뉴를 선정할 차례였다. 백종원은 코스 요리가 기본인 이탈리아에서 백반의 한 상 구성으로 승부를 걸어 보기로 했고, 다양한 한 상 정식의 틀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장장 3시간 동안의 회의 끝에 백종원은 제육볶음을 메인 요리로 제시했다. 한 달 전 시식 때 (피자에 대한 반응은 시원찮았지만) 제육에 대한 호응은 좋았던 점에 착안했다. 백종원은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쌈을 추가하자고 제안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우리의 식문화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따라서 1일 차 메인 메뉴는 제육+쌈으로 결정됐다.
현지에서 쌈으로 조달할 수 있는 채소는 배춧속처럼 타원형으로 끝이 뾰족한 엔다이브와 로메인이었다. 문제는 로메인이 접시에 비해 커서 다른 방식으로 데코를 하야 한다는 점이었다. 백종원의 미션을 받은 유리는 몇 전의 시도 끝에 에스프레소 잔을 활용해 합격점을 받았다. 백종원은 밤늦게까지 반찬 등 메뉴판 선정에 심혈을 기울였다. 드디어 모든 준비가 끝났다.
드디어 장사 당일, 오늘의 한 상은 제육 쌈밥 한 상으로 국은 소고기뭇국이었다. 가격은 15유로였다. 쌈밥에 곁들일 한국의 전통주 2종(복분자, 막걸리)도 준비했다. 마침내 첫 영업이 시작됐다. 생소한 한식당 오픈에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듯했지만, 정작 가게에 들어오는 이는 없었다. 12시가 됐지만 거리에 유동인구가 많지 않았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무심히 지나쳐갈 뿐이었다.
"손님 들어오시기 전에는 내일 거나 저녁 거 준비하면 돼." (백종원)
시작부터 위기가 도래했다. 백종원은 초조해 하는 직원들에게 가게를 처음 오픈했을 때는 손님이 들어올 때까지 조마조마하기 마련이라며 그 심리적 압박감을 이겨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물론 두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기에 가게 앞으로 나가 호객을 시도했다. 결국 메뉴와 가게에 대한 정보 부족이 문제였다. 장사를 시작한 지 30분이 경과했지만 손님은 0명. 무언가 방법을 찾아야 했다.
백종원은 가게 밖으로 나가 야외 메뉴판에 한글을 써 한식당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했다. 또, 바깥의 한식을 소개하는 디스플레이의 화면이 나폴리의 강렬한 햇빛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 점도 지적했다. 일단 메뉴 종이를 야외 벽 등에 붙여 관심을 끌기로 했다. 그러자 문의하는 손님들이 조금씩 늘어났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 상태였기에 이제 기다릴 뿐이다.
▲ tvN 예능 <장사천재 백사장>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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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생들 앉혀서 먹여. 왜냐면 손님 입장에서 안심이 돼야 하거든." (백종원)
모로코의 골든타임은 해가 진 이후의 저녁 시간이었다. 그렇다면 나폴리의 골든타임은 언제일까. 나폴리 사람들은 비교적 밥 먹는 시간이 늦은 편이었는데, 오후 1시에야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식당' 앞에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한 손님은 나폴리인들은 전통을 중시하는 사람들이라 나폴리 음식을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건너편 피자집에서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
손님도 없는데 백종원은 갑자기 요리를 하기 시작하더니 현지인 알바생들을 야외 테이블로 이동시켰다. 무슨 까닭일까. 백종원의 생각은 처음 접한 낯선 음식에 거부감을 느끼는 나폴리 사람들에게 현지인 알바생이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이었다. 신뢰감도 주고 시선도 사로잡는 일석이조의 전략이었다. 잠시 후 미끼 테이블의 효과가 나타났다.
혼자 '한식당' 안으로 들어온 손님은 막걸리와 쌈밥을 주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명의 손님이 추가로 방문했다. 음식에 대한 반응은 호의적이었지만, 먼저 들어온 손님은 막걸리가 반주로 먹기에 지나치게 달다며 클레임을 제기했다. 존박은 침착하게 대처한 후 막걸리는 환불해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손님은 그저 이상하다는 점에 대해 의견을 말하고 싶었을 뿐이라 설명했다.
이후 2명의 손님을 더 받은 후 첫 날 영업은 마무리 됐다. 손님은 총 7명이었다. 객관적으로 매우 저조한 성적이었다. 게다가 클레임에 환불 소동까지 백종원으로서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상황이었다. 여기에 제작진은 기름을 들이부었다. 매출현황표를 만들어 '한식당'이 주변 상권 중에서 가장 매출이 낮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충격적 결과에 백종원은 심란함을 드러냈다.
'장사 천재'에서 '장사 꼴등'이 된 백사장은 과연 다음 장사에서 만회할 수 있을까. 한식의 불모지인 나폴리, 게다가 낯선 음식에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나폴리 사람들을 상대로 백종원은 자신의 장사 능력을 증명할 수 있을까. 그가 평생 쌓아온 노하우가 어떤 식으로 발현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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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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