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L 멀어진 토트넘, '손케' 품을 자격 없었다
[이준목 기자]
손흥민이 7년 연속 리그 두 자릿수 득점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고도 팀 패배로 웃지못했다. 다음 시즌 UCL(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사실상 멀어진 토트넘은 리빌딩과 세대교체의 기로에 놓이며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5월 1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2022-2023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4라운드 경기에서 토트넘은 리버풀과 접전을 펼쳤으나 3-4로 석패했다.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올시즌 리그 10번째 득점과 동점골 도움을 추가하며 1골 1도움으로 활약했다.
토트넘과 리버풀 모두 경기 전부터 벼랑 끝에 몰려있었다. 다음 시즌 UCL 티켓이 걸린 4위 경쟁을 펼치고 있던 두 팀은 이날 경기에서 반드시 승점 3점을 획득해야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갈수 있던 상황. 특히 최근 리그 3경기 연속 무승에 빠져있는 토트넘의 상황이 더 다급했다.
하지만 토트넘은 원정에서 초반부터 리버풀의 거친 공세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불과 전반 15분만에 커티스 존스-루이스 디아스-모하메드 살라(PK)에게 내리 연속골을 내주며 0-3으로 끌려갔다. 경기 시작 21분만에 5골을 내주며 1-6으로 참패했던 지난 4월 23일 뉴캐슬전의 데자뷰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토트넘은 이번엔 손케 듀오(손흥민-해리 케인)를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해리 케인이 전반 40분 이반 페리시치의 역습 크로스를 왼발 발리슛으로 마무리하며 반격의 불씨를 살렸다.
후반 33분에는 손흥민이 나섰다. 앞서 활발한 공격에도 슈팅이 두 번이나 골대를 맞히며 분루를 삼켰던 손흥민은 로메로의 로빙패스를 이어받아 수비 뒷공간을 침투하며 날린 슈팅이 기어코 골망을 흔들었다. 7시즌 연속 리그 10호골을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히샬리송의 극적인 동점골을 손흥민이 어시스트했다.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의 프리킥을 히샬리송이 다이빙 헤딩으로 밀어 넣으며 토트넘 소속으로 올시즌 EPL 첫 골이었다. 기쁨을 주체하지못한 히샬리송과 손흥민은 함께 커플 댄스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3골차를 극적으로 따라잡은 토트넘은 열광했지만, 곧바로 이어진 리버풀의 마지막 공격에서 루카스 모우라의 치명적인 패스 미스가 디오구 조타의 극장골로 연결되며 끝내 허탈한 패배를 감수해야했다.
이날 패배로 토트넘(승점 54점)은 어느덧 6위까지 내려앉았다. 5위 리버풀(56점)과 승점 2점차, 유럽챔피언스리그 마지노선인 4위 맨유(63점)와는 어느덧 9점차까지 벌어졌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을 경질한 이후 두 명의 감독대행(스텔리니-메이슨) 체제를 거치면서도 반등은 고사하고, 오히려 최근 리그 4경기 연속 무승(1무 3패)의 부진에 빠졌다.
특히 4위 경쟁팀이던 뉴캐슬-맨유-리버풀과의 3연전에서 승점 1점에 그친 것이 치명타였다. 이로서 토트넘은 다음 시즌 UCL는 고사하고 유로파리그(UEFA) 진출도 장담하기 어려운 절망적인 상황에 몰렸다.
수비가 처참하게 무너진 것이 뼈아프다. 토트넘은 올시즌 리그 전체로 보면 34경기에서 57실점으로 EPL 팀 최다 실점 5위다. 토트넘보다 더 많은 실점을 내준 리즈 유나이티드(67실점) 본머스(64실점), 노팅엄 포레스트(62실점), 사우샘프턴(60실점) 등은 모두 리그 14위 이하의 하위권 팀들이다. 토트넘 수비진의 클래스가 사실상 강등권 수준임을 보여준다.
리그에서 마지막 무실점 경기는 2월말에 열린 첼시전이었고, 이후 내리 9경기 연속으로 클린시트 없이 무려 22실점 했다. 특히 콘테 감독의 경질 이후 수비붕괴가 더 가속화되며, 4위 경쟁의 분수령이던 최근 4경기에서만 무려 15실점을 허용했다.
토트넘은 최근 경기에서 대에게 대량실점을 허용하며 힘겹게 따라가야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본머스전과 리버풀전은 그토록 힘겹게 추격에 성공하고도 종료 직전 추가시간에 수비집중력 하락으로 극장골을 얻어맞으며 무너졌다. 이런 수비력으로 우승 트로피나 유럽클럽대항전 진출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형편없는 수비 속에서도 그나마 공격진에서 고군분투중인 손흥민과 케인의 활약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케인은 올시즌 25골로 엘링 홀란(34골,맨시티)에 이어 득점 2위에 올라있고, 지난 시즌 득점왕 손흥민도 부진하다는 평가속에서도 기어코 10골(전체 14위)을 돌파했다. 손케 듀오는 올시즌 토트넘이 리그에서 기록한 63골중 절반이 훌쩍 넘는 35골 8도움을 책임지며 공격을 이끌었다.
손흥민은 오히려 콘테 감독이 경질된 이후로 점점 살아나고 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32경기에 출전해 10골 5도움을 기록 중이다. 전반기 16경기에서 4골 2도움에 그쳤던 손흥민은 후반기 16경기에서는 6골 3도움을 기록했으며 최근 5경기에서만 4골 1도움으로 맹활약했다. 여기에 콘테 감독의 전술 하에서 수비가담과 플레이메이킹에 치중하느라 공격력이 억제당했던 것과 비교하여 스텔리니-메이슨 대행 체제에서 본연의 골사냥에 집중하면서 플레이가 더 살아났다는 평가다.
또한 손흥민은 2015년 8월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이후 두 번째 시즌이던 2016-2017시즌부터 이번 시즌까지 7년 연속 리그에서 두 자릿수 득점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손흥민은 2016-2017시즌 14골, 2017-2018시즌 12골, 2018-2019시즌 12골, 2019-2020시즌 11골, 2020-2021시즌 17골, 2021-2022시즌 23골로 아시아 선수로 최초의 EPL 공동 득점왕에 등극하며 커리어 하이를 달성한바 있다.
또한 손흥민은 올시즌 현재까지 EPL 통산 104골을 득점하며 역대 34번째로 EPL 100골 클럽에도 가입했다. 올시즌 슬럼프와 안면부상과 전술적 제약 등으로 비판도 많이 받았지만, '폼은 떨어져도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격언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손흥민과 케인의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토트넘은 올시즌 15년 연속 무관을 피하지 못했고 마지막 희망이던 유럽클럽대항전 진출조차 점점 멀어지고 있다. 손케 듀오는 월드클래스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토트넘 동료들의 수준은 그에 미치지못한다. 토트넘에 전성기를 보낸 탓에 두 선수 모두 화려한 개인 경력에 비하여 우승트로피와는 인연이 없었다.
손케 듀오도 어느덧 나란히 30대를 넘겼다. 이제 전성기가 얼마 남지않은 상황에서 다음 시즌 꿈의 무대인 UCL조차 밟지 못하게 된다면 다음 시즌 전력보강에도 큰 난관이 예상된다. 토트넘과 계약기간 만료가 다가오고 있는 케인은 올여름 이적시장에서 다시 팀을 떠날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케인마저 떠난다면 토트넘의 우승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고, 손흥민의 거취와 커리어 역시 덩달아 불투명할 수 있다. 분명한 사실은, 지금의 토트넘은 더이상 손케 듀오를 품을만한 자격이 없는 구단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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