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콩쿠르 45년 만의 여성 우승자’ 아브제예바, 쇼팽으로 내한

장지영 2023. 5. 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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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8년만의 내한 리사이틀
쇼팽으로만 독주 구성은 13년만… “성장 시간 필요했다”
피아니스트 율리아나 아브제예바. (c)Harald Hoffman

지난 2010년 제16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결선 도중 암전 사고가 발생했다. 갑작스러운 어둠에 객석은 동요했지만, 무대 위 피아니스트는 흔들림 없이 연주를 이어나갔다. 당시 관객과 콩쿠르 방송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피아니스트는 결국 우승을 차지했다. 바로 ‘피아노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 이후 45년 만에 탄생한 여성 우승자 율리아나 아브제예바.

러시아 출신의 아브제예바는 할리나 체르니스테판스카, 벨라 다비도비치 그리고 아르헤리치에 이은 네 번째 여성 쇼팽 콩쿠르 우승자로 기록됐다. 그리고 요즘 스타 피아니스트로 주가가 높은 잉골프 분더(오스트리아)와 다닐 트리포노프(러시아)가 당시 나란히 2·3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콩쿠르 결과를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분더와 트리포노프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심사위원 중 일부와 청중이 분더를 옹호하며 채점 방식에 대해 항의하기도 했다. 콩쿠르 스캔들 꼬리표가 붙어서인지 아브제예바는 쇼팽 콩쿠르 직후 45년 만의 여성 우승자에 걸맞은 환호를 받진 못했다. 오히려 분더와 트리포노프가 수많은 러브콜을 받았다.

아브제예바의 경우 쇼팽 콩쿠르 이후 차근차근 쌓은 커리어를 통해 현재 클래식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무대에서 화려한 드레스 대신 단정한 바지 정장을 입는 것도 피아노 연주로만 오롯이 평가받고 싶었던 의지로 읽힌다. 덕분에 그는 요즘 유럽 오케스트라들이 가장 선호하는 연주자 가운데 한 명이 됐다. 아브제예바와 기돈 크레머가 함께 작업한 작곡가 미치슬라브 바인베르크의 실내악 음반(2017·2019)은 높은 완성도로 쇼팽 콩쿠르 금메달 수상자만을 대상으로 헌정하여 제작되는 도이치 그라모폰의 솔로 음반 컬렉션으로 발매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아브제예바(38)가 오는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8년 만의 내한 독주 리사이틀을 가진다. 협연자로는 지난해 1월 내한해 피에타리 잉키넨 음악감독이 지휘하는 KBS교향악단과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을 연주한 바 있다. 이번 독주 무대는 2014년과 2015년과 마찬가지로 쇼팽으로만 레퍼토리를 구성했다. 전반부에서는 폴로네이즈 2곡, 뱃노래, 전주곡, 스케르초를, 후반부에서는 마주르카 4곡과 피아노 소나타 3번을 연주한다.

피아니스트 율리아나 아브제예바 (c)C. Schneider

내한공연을 앞두고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아브제예바는 “독주회 레퍼토리를 쇼팽으로 구성한 것은 13년 만이다. 쇼팽 프로그램으로만 리사이틀을 결정하기까지 스스로 많은 성장의 시간이 필요했다”면서 “이번 공연으로 쇼팽 음악의 비전을 제시하고, 내가 요즘 느끼는 쇼팽의 음악은 어떤지 한국 관객과 공유하고 싶다”고 밝혔다.

‘마르타 아르헤리치 이후 45년 만에 탄생한 쇼팽 콩쿠르 여성 우승자’라는 수식어에 대한 그의 생각은 어떨까. 동시에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10년이 넘은 지금 콩쿠르와 연주자 활동에 대한 생각 역시 궁금하다. 그는 “아르헤리치와 같은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것은 언제나 영광스럽다. 특히 아르헤리치가 제16회 콩쿠르 심사위원 중 한 명이었기 때문에 더 특별한 감정이 느껴진다”고 밝혔다. 이어 “쇼팽 콩쿠르 우승이 내게 더 큰 세상을 경험하게 해준 열쇠가 된 것은 확실하다. 전 세계의 다양한 콘서트홀에서 연주하고, 환상적인 오케스트라와 멋진 지휘자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각기 다른 관객들을 마주하며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좋은 경험이다”면서 “하지만 전문 연주자의 길을 걸어가는 데 있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규칙이 따로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내 경우 쇼팽 콩쿠르 이후 관심을 많이 받은 것은 분명하지만, 국제 콩쿠르 우승 없이도 세간의 주목을 받은 젊은 음악가들의 사례가 이미 충분히 많다”고 강조했다.

한편 아브제예바는 한국 연주자들에 대한 친분과 함께 한국에 대한 특별한 소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1월 KBS교향악단 협연이 그에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륙을 이동하며 가진 첫 해외공연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한국 아티스트들이 활동하는 것을 알고 있다. 클래식계에서도 여러 한국인 연주자들이 있지만,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와는 여러 차례 만나는 등 친분이 있다. 특히 김봄소리는 매우 친한데, 언제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한국 공연은 팬데믹 시국에 세상 밖에 나올 수 있었다는 점에서 굉장히 특별하게 기억된다. 연주자로서 이런 무대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다시금 깨닫게 됐기 때문이다.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피력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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