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LG, 득이 클까 실이 클까

김효경 2023. 5. 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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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를 바라보는 염경엽 LG 감독. 연합뉴스

프로야구 LG 트윈스는 달리고 또 달린다. 염경엽 LG 감독은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득'만큼 '실'도 작지 않다.

지난해 11월 팀을 새롭게 맡은 염 감독은 "공격적인 야구를 바탕으로 전략적으로 잘 준비하겠다"고 공언했다. 염 감독이 자신있는 기동력과 작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선전포고'였다. 염 감독은 2012년 넥센 주루코치를 맡아 팀 도루 1위로 끌어올렸다. 발 빠른 주자들 뿐 아니라 박병호 같이 힘있는 타자들도 20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했다. 이듬해 사령탑에 오른 뒤에도 같은 기조로 성과를 내 '염갈량'이란 별명을 얻었다.

예상대로 올해 LG는 적극적으로 달린다. 시범경기에서 도루 1위(33개)에 올랐던 LG는 정규시즌에서도 26경기를 치르는 동안 39개의 베이스를 훔쳤다. 2위 NC 다이노스(25개)보다도 50% 가까이 많고, 꼴찌 KT(8개)의 다섯 배 정도다.

문제는 성공율이다. 도루실패도 25개로 압도적인 1위다. 성공률은 60.9%로 꼴찌다. 도루를 많이 시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견제사(3개)도 제일 많이 당했다. 주루사도 21개로 제일 많다.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RAA도루(Runs Above Average·평균선수 대비 도루 득점 기여)는 -3.21이다. RAA주루는 -5.11이다. 뛰지 않는 것보다 비효율적이란 의미다.

LG는 작전도 가장 활발히 쓰는 팀이다. 히트앤드런과 희생번트에 적극적이다. 팀 타율(0.299), 출루율(0.390) 1위지만 한 점을 짜내기 위한 야구를 펼친다. 하지만 이마저도 효율이 좋은 편이 아니다. LG의 희생번트 시도횟수는 28회로 가장 많지만, 성공(12개)보다 실패(26개)가 많다. 성공률도 42.9%로 9위다.

염경엽 LG 감독은 지난달 30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도루 덕분에 이긴 경기는 있었지만 도루 때문에 진 경기는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상대가 적극적으로 발을 활용하면 상대팀은 이에 대비할 수 밖에 없다. KIA 정해영은 "상대가 잘 달리니까 미팅 때 이야기를 나눴다. 실제로 견제구를 너무 많이 던졌다"고 했다. 상대팀 투수 입장에선 투구 리듬을 유지하기 어렵고, 포수가 2루로 공을 뿌리기 쉽게 바깥쪽이나 직구로 공을 많이 요구하게 된다. 염경엽 감독이 노리는 부분이다.

염 감독은 "주자가 1루에 있을 때 상대 투수들은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아도 2구째에 유인구를 던지지 않고 바깥쪽으로 던진다. 피치아웃을 하기도 한다. 그만큼 우리 주자를 신경쓰다보니 쓸데없이 버리는 공이 생긴다. 투구수를 늘린다. 그게 상대팀에 데미지를 입힌다"라고 했다. 올 시즌 LG 타자들의 타석당 상대 투수 투구수는 4.02개로 가장 많다.

스탯티즈가 제공하는 구종가치에 따르면 LG 타자들은 올해 패스트볼을 때려 8.8점(2위)을 더 올렸다. 상대팀 견제구 실책도 LG를 상대했을 때 제일 많았다. 볼넷도 지난해보다 더 많이 얻어냈다. 인과관계를 정확히 따지긴 어렵지만, 팀 타격이 좋아진 것도 '발야구'의 부수적인 효과로 생각할 수 있다.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염경엽 감독(오른쪽 둘째). 연합뉴스


하지만 LG 스스로 경기를 어렵게 만드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지난 주말 열린 KIA와 3연전에선 '부작용'이 도드라졌다. 28일 경기에선 다섯 명의 주자가 루상에서 사라졌다. KIA 양현종은 4회 2사 1루 오스틴 딘 타석 때 2스트라이크 이후 4개의 견제구를 던진 끝에 문성주를 2루에서 잡아냈다. LG는 결국 13개의 안타를 치고도 3-4로 졌다. 29일 경기에선 투구시간이 짧은 숀 앤더슨이 KIA 선발이었기 때문에 도루 시도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KIA에게 되려 홈스틸을 허용했다.

30일 경기에선 3-4로 뒤진 6회 말 박동원이 2루타를 치자 발빠른 대주자 신민재를 기용했으나 박해민의 희생번트가 뜨면서 더블플레이가 됐다. 이후 4타자 연속 출루에 성공했지만 홈 주루사까지 나오면서 1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대량득점 찬스를 스스로 날렸다. 결국 LG는 8-8이던 9회 4점을 내주고 패했다. 상대팀이 LG의 전략에 충분히 대비했을 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점수 차를 크게 벌려 이기면 필승조가 휴식을 가져갈 수 있지만, '스몰볼'을 하는 지금의 방식으론 그런 경기가 많이 나오기 어렵다. 도루와 주루는 체력 소모도 크고, 부상 위험도 높아지는 플레이다.

염경엽 감독은 "까다로운 팀이 LG의 팀 컬러가 돼야 한다. 앞으로 공격적인 야구, 까다로운 팀이라는 이미지를 가져가는 게 큰 목표"라고 말했다. 정규시즌은 물론 가을 야구까지 꾸준히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일종의 '선언'이다. 염경엽 감독의 '작전 야구' 손익계산서는 돌아오는 가을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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