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LG, 득이 클까 실이 클까
프로야구 LG 트윈스는 달리고 또 달린다. 염경엽 LG 감독은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득'만큼 '실'도 작지 않다.
지난해 11월 팀을 새롭게 맡은 염 감독은 "공격적인 야구를 바탕으로 전략적으로 잘 준비하겠다"고 공언했다. 염 감독이 자신있는 기동력과 작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선전포고'였다. 염 감독은 2012년 넥센 주루코치를 맡아 팀 도루 1위로 끌어올렸다. 발 빠른 주자들 뿐 아니라 박병호 같이 힘있는 타자들도 20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했다. 이듬해 사령탑에 오른 뒤에도 같은 기조로 성과를 내 '염갈량'이란 별명을 얻었다.
예상대로 올해 LG는 적극적으로 달린다. 시범경기에서 도루 1위(33개)에 올랐던 LG는 정규시즌에서도 26경기를 치르는 동안 39개의 베이스를 훔쳤다. 2위 NC 다이노스(25개)보다도 50% 가까이 많고, 꼴찌 KT(8개)의 다섯 배 정도다.
문제는 성공율이다. 도루실패도 25개로 압도적인 1위다. 성공률은 60.9%로 꼴찌다. 도루를 많이 시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견제사(3개)도 제일 많이 당했다. 주루사도 21개로 제일 많다.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RAA도루(Runs Above Average·평균선수 대비 도루 득점 기여)는 -3.21이다. RAA주루는 -5.11이다. 뛰지 않는 것보다 비효율적이란 의미다.
LG는 작전도 가장 활발히 쓰는 팀이다. 히트앤드런과 희생번트에 적극적이다. 팀 타율(0.299), 출루율(0.390) 1위지만 한 점을 짜내기 위한 야구를 펼친다. 하지만 이마저도 효율이 좋은 편이 아니다. LG의 희생번트 시도횟수는 28회로 가장 많지만, 성공(12개)보다 실패(26개)가 많다. 성공률도 42.9%로 9위다.
염경엽 LG 감독은 지난달 30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도루 덕분에 이긴 경기는 있었지만 도루 때문에 진 경기는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상대가 적극적으로 발을 활용하면 상대팀은 이에 대비할 수 밖에 없다. KIA 정해영은 "상대가 잘 달리니까 미팅 때 이야기를 나눴다. 실제로 견제구를 너무 많이 던졌다"고 했다. 상대팀 투수 입장에선 투구 리듬을 유지하기 어렵고, 포수가 2루로 공을 뿌리기 쉽게 바깥쪽이나 직구로 공을 많이 요구하게 된다. 염경엽 감독이 노리는 부분이다.
염 감독은 "주자가 1루에 있을 때 상대 투수들은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아도 2구째에 유인구를 던지지 않고 바깥쪽으로 던진다. 피치아웃을 하기도 한다. 그만큼 우리 주자를 신경쓰다보니 쓸데없이 버리는 공이 생긴다. 투구수를 늘린다. 그게 상대팀에 데미지를 입힌다"라고 했다. 올 시즌 LG 타자들의 타석당 상대 투수 투구수는 4.02개로 가장 많다.
스탯티즈가 제공하는 구종가치에 따르면 LG 타자들은 올해 패스트볼을 때려 8.8점(2위)을 더 올렸다. 상대팀 견제구 실책도 LG를 상대했을 때 제일 많았다. 볼넷도 지난해보다 더 많이 얻어냈다. 인과관계를 정확히 따지긴 어렵지만, 팀 타격이 좋아진 것도 '발야구'의 부수적인 효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LG 스스로 경기를 어렵게 만드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지난 주말 열린 KIA와 3연전에선 '부작용'이 도드라졌다. 28일 경기에선 다섯 명의 주자가 루상에서 사라졌다. KIA 양현종은 4회 2사 1루 오스틴 딘 타석 때 2스트라이크 이후 4개의 견제구를 던진 끝에 문성주를 2루에서 잡아냈다. LG는 결국 13개의 안타를 치고도 3-4로 졌다. 29일 경기에선 투구시간이 짧은 숀 앤더슨이 KIA 선발이었기 때문에 도루 시도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KIA에게 되려 홈스틸을 허용했다.
30일 경기에선 3-4로 뒤진 6회 말 박동원이 2루타를 치자 발빠른 대주자 신민재를 기용했으나 박해민의 희생번트가 뜨면서 더블플레이가 됐다. 이후 4타자 연속 출루에 성공했지만 홈 주루사까지 나오면서 1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대량득점 찬스를 스스로 날렸다. 결국 LG는 8-8이던 9회 4점을 내주고 패했다. 상대팀이 LG의 전략에 충분히 대비했을 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점수 차를 크게 벌려 이기면 필승조가 휴식을 가져갈 수 있지만, '스몰볼'을 하는 지금의 방식으론 그런 경기가 많이 나오기 어렵다. 도루와 주루는 체력 소모도 크고, 부상 위험도 높아지는 플레이다.
염경엽 감독은 "까다로운 팀이 LG의 팀 컬러가 돼야 한다. 앞으로 공격적인 야구, 까다로운 팀이라는 이미지를 가져가는 게 큰 목표"라고 말했다. 정규시즌은 물론 가을 야구까지 꾸준히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일종의 '선언'이다. 염경엽 감독의 '작전 야구' 손익계산서는 돌아오는 가을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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