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앞둔 英 찰스 3세 대관식, 간소하게 한다는데…비용공개 안해

정현진 2023. 5. 1. 10: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64년 왕세자 끝내고 드디어 쓰는 왕관
대관식 '간소화' 강조…비용은 함구

영국 찰스 3세의 대관식이 오는 6일 거행된다. 64년간의 왕세자 시절을 보낸 끝에 75세의 국왕 찰스 3세가 드디어 황금 왕관을 쓰게 된다. 그의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이후 70년 만에 치러지는 대관식인 만큼 세계의 관심이 뜨겁다.

찰스 3세 영국 국왕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 대관식은 어떻게 치러지나…"70년 전보다 간소하게"

1일(현지시간) BBC방송 등에 따르면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은 70년 전인 1953년 치러진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보다 간소하게 진행된다. 찰스 3세가 직접 간소하게 치르길 원했다고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대관식을 하던 당시 20대였고 찰스 3세는 70대라는 점, 7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현대에 맞춰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찰스 3세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치러지는 대관식을 마친 뒤 황금마차를 타고 2.1㎞를 약 30분간 행진한다. 이 행렬은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출발해서 정부중앙청사(화이트홀) 앞 도로를 거쳐 트래펄가 광장으로 간 뒤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버킹엄궁까지 쭉 뻗은 1㎞ 길이 도로 더 몰을 따라간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1953년 엘리자베스 2세와 비교하면 찰스 3세의 행렬은 비교적 짧은 거리다. 엘리자베스 2세는 템스강 옆을 따라 2.6㎞를 달리고, 버킹엄궁으로 돌아올 때는 피커딜리, 리젠트 거리, 옥스퍼드 거리 등을 거치며 8㎞를 2시간 동안 행진했다.

찰스 3세는 일부 행렬 중 전통적인 황금마차 대신 냉난방장치가 달린 안락한 마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황금마차는 1831년부터 대관식 때마다 사용된 것으로, 나무에 금박을 입혀 만든 굴러가는 예술 작품이다. 여왕이 2018년 대관식을 회상하며 황금마차의 승차감이 끔찍했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불편하기로 유명하다.

외신들은 국왕 부부가 허리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행렬 중 일부는 안락한 마차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에 등장한 마차의 모습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영국 왕실의 대관식 비용은 영국 정부 예산에서 지출된다. 이번 대관식 비용에 대해 영국 정부는 함구하고 있다. 1953년 대관식 비용은 2021년 현금 가치 기준으로 1880만파운드(약 314억원)였던 것으로 평가됐다.

◆ 대관식에 누가 오나

찰스 3세의 대관식 손님은 약 2000명 수준이라고 BBC방송은 보도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당시 8000명을 초대했던 것을 감안하면 대폭 줄었다. 영국 왕실에서는 대부분 참석하고 차남인 해리 왕자도 참석하지만, 해리 왕자의 아내 메건 마클은 불참한다.

영국 주요 내각 인사들이 참석하는 가운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등 주요국 정상이 참석한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 대신 질 바이든 여사가 참석한다. 조지 3세 때인 1776년 독립한 미국의 대통령은 아직 한 번도 영국 국왕 대관식에 간 적이 없다.

중국은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반환받기 전 협정을 무시한 채 홍콩의 체제를 파괴하는 데 앞장선 한정 부주석을 대관식에 보낼 것으로 알려져 영국이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일본 왕세자 부부 등 주요국 왕실 인사들도 참석할 예정이며 손님 중에는 자선단체와 지역사회 대표 등이 450여명 포함됐다.

◆ 대관식 앞두고…英 '축제' 분위기

대관식이 70년 만에 진행되면서 영국 내부에서는 벌써 축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대관식을 기념해 8일이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영국인들도 한국, 일본처럼 5월 초에 '황금연휴'를 즐기게 됐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대관식 다음날인 7일에는 윈저성에서 2만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형 대관식 축하 콘서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세계적인 가수 케이티 페리와 라이오넬 리치, 안드레아 보첼리가 찰스 3세의 축하 공연을 펼친다.

이러한 대관식을 보기 위해 영국을 방문하는 관광객도 많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CNBC방송이 여행사 레드 사바나 데이터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 영국 여행 관련 문의가 전년동기대비 9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CNBC는 "수백만 명의 인파가 대관식을 보기 위해 영국 전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런던의 호텔에서는 대관식 패키지를 마련해 판매하기도 한다고 CNBC는 전했다.

◆ 군주제 관심↓·영연방 이탈 조짐 등 과제 직면

찰스 3세의 대관식이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반발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영국 왕실에 대한 '전례 없는 도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찰스 3세가 대관식을 계기로 많은 시험대 앞에 서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진다.

우선 청년층을 중심으로 군주제에 대한 관심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주제와 왕실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면 왕실은 존재 그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최근 BBC방송이 영국 여론조사 업체인 유고브를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8~35세 영국인 응답자 70%가 왕실에 큰 관심이 없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58%가 군주제를 지속해야 한다고 한 것에 반해 청년층은 세 명 중 한명 정도가 군주제를 지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런던 웨스턴민스터 사원 앞에 걸려있는 영연방 국가 국기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찰스 3세의 대관식을 앞두고 대영제국의 마지막 잔재인 영연방(The Commonwealth) 국가의 이탈 조짐도 확인된다. 영연방은 17~20세기에 걸친 이른바 대영제국 시절 식민 지배를 받았던 국가를 중심으로 1931년 설립된 국제 연합 기구다. 찰스 3세는 56개국 정치 연합체인 영연방의 수장으로 영국을 비롯해 호주, 캐나다, 자메이카, 뉴질랜드 등의 국가 원수가 됐다.

하지만 영연방 중 하나인 호주가 지난 2월 5달러 지폐에 그려져 있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초상화를 호주 원주민 예술 작품으로 교체키로 했고, 카리브해 국가에서는 2021년과 지난해 연이어 공화정으로 독립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치거나 이를 추진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영연방 수장 역할을 해왔던 엘리자베스 2세가 떠난 뒤 찰스 3세가 이 역할을 맡게 된 상황에서 영연방 국가의 독립 선언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948년생인 찰스 3세는 1969년 왕세자로 등극했다. 지난해 9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96세의 나이로 사망한 뒤 찰스 3세는 영국의 국왕이 됐다. 1981년 다이애나비와 결혼, 윌리엄 왕자와 해리 왕자 등 두 아들을 낳았고 1996년 이혼했다. 2005년부터는 현재 부인인 커밀라 왕비와 결혼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