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서이, 김소니아, 김애나... '보상선수' 활약 눈부셨다
[양형석 기자]
여자프로농구가 FA보상선수 지명까지 마치며 한 달 간의 FA일정을 마무리했다.
부천 하나원큐 구단은 30일 공식 SNS를 통해 FA자격을 얻어 KB스타즈로 이적한 포워드 김예진에 대한 보상선수로 프로에서 네 시즌을 보낸 포워드 엄서이를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FA김정은이 하나원큐로 이적한 우리은행 우리원 역시 하나원큐로부터 보상선수로 포인트가드 김지영을 지명했다. 이로써 올해 FA로 이적한 두 선수에 대한 보상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면서 FA시장이 공식적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 202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BNK에 지명됐던 엄서이는 네 시즌 만에 세 번째 팀으로 이적하게 됐다. |
ⓒ 하나원큐 |
보상선수 풍년이었던 2022-2023 시즌
작년 FA시장에서 신한은행 에스버드는 큰 비상이 걸렸다. 15년 동안 팀을 이끌었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에이스 김단비와 1998년생의 젊은 나이와 180cm의 좋은 신장을 겸비하며 차세대 에이스로 꼽히던 한엄지가 FA자격을 얻어 각각 우리은행과 BNK 썸으로 팀을 옮겼기 때문이다. 김단비는 우리은행 이적 후 정규리그와 챔프전 MVP를 휩쓸었고 한엄지도 BNK에서 주전 포워드로 활약하며 구단의 창단 첫 챔프전 진출에 기여했다.
하지만 2022-2023 시즌 신한은행이 마냥 손해 본 장사를 한 것은 아니었다. 신한은행은 김단비의 보상선수로 2021-2022 시즌 우리은행에서 가장 높은 득점력을 자랑했던 혼혈선수 김소니아를, BNK로부터는 한엄지의 보상선수로 강한 승리욕과 투쟁심을 갖춘 다재다능한 포워드 김진영을 데려왔다. 그리고 '보상선수 듀오' 김소니아와 김진영은 2022-2023 시즌 이적하자마자 곧바로 신한은행의 새로운 원투펀치로 맹활약했다.
김소니아는 신한은행 유니폼을 입은 첫 시즌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출전시간(34분7초)을 소화하며 프로 데뷔 후 가장 높은 3점슛 성공률(32.9%)과 자유투 성공률(83.2%)로 18.87득점9.43리바운드의 좋은 성적을 올렸다. 김소니아는 박지수(KB)가 9경기 출전에 그쳤던 2022-2023 시즌 리그 득점 1위를 차지하며 BEST5에 선정됐다. FA 보상선수가 이적 첫 시즌 리그 득점왕에 오른 것은 김소니아가 역대 최초였다.
득점왕 김소니아에 다소 가리긴 했지만 또 다른 보상선수 김진영의 활약도 대단히 눈부셨다. 김소니아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32분9초의 출전시간을 소화한 김진영은 12득점6.07리바운드2.70어시스트로 프로 데뷔 후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은 김진영은 신한은행과 계약기간 3년, 연봉총액2억4000만원의 조건에 FA계약을 체결하며 한 시즌 만에 보상선수에서 FA선수로 신분(?)이 상승했다.
신한은행과 FA계약을 체결했던 슈터 구슬의 보상선수로 하나원큐 유니폼을 입었던 가드 김애나의 활약도 기대 이상이었다. 168cm로 신장에서 약점이 있는 김애나는 2022-2023 시즌 선발보다는 벤치에서 출전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24경기에서 23분33초를 소화하며 9.50득점3.71리바운드2.88어시스트1.50스틸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김애나는 지난 3월6일에 있었던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식스우먼상을 수상했다.
▲ 2022-2023시즌 하나원큐에서 주전급으로 활약했던 김지영은 김정은의 보상선수로 우리은행에 지명됐다. |
ⓒ 한국여자농구연맹 |
올해 FA시장에서 김정은을 영입하고 김예진을 떠나 보낸 하나원큐는 우리은행에 보호선수 4명(김정은 포함)을 제외한 보상선수 한 명을 내줘야 한다. 그리고 KB로부터는 보호선수 6명(김예진 포함)을 제외한 보상선수 한 명을 영입할 수 있다. 하나원큐는 우리은행에 2022-2023 시즌 전 경기에 출전해 28분20초 동안 6.80득점3.2리바운드3.9어시스트1.5스틸을 기록한 김지영을 보상선수로 내주고 KB로부터 2001년생 유망주 엄서이를 영입했다.
춘천여고 출신의 엄서이는 아직 프로에서 네 시즌 밖에 보내지 않은 신예지만 하나원큐가 벌써 세 번째 팀이다. 지난 202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BNK에 입단한 엄서이는 잇따른 부상으로 BNK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2021년 4월 BNK로 이적한 FA 강아정의 보상선수로 KB유니폼을 입었다. BNK가 2021년 강아정과 김한별을 동시에 영입하며 포워드 전력이 대폭 강화됐음을 고려하면 썩 나쁘지 않은 이적이었다.
엄서이는 KB이적 첫 시즌 28경기에서 12분51초를 소화하며 3.64득점2.64리바운드를 기록했고 박지수,강이슬 등쟁쟁한 언니들의 활약 덕분에 프로무대에서 첫 우승을 경험했다. 하지만 2022-2023 시즌 19경기에서 10분22초를 소화한 엄서이는 박지수가 없는 팀의 추락을 경험했고 2.05득점2.26리바운드로 개인 성적도 다소 떨어졌다. 그리고 30일 FA 김예진의 보상선수로 지명되며 하나원큐로 이적하게 됐다.
하나원큐는 부상선수가 없을 경우 2023-2024 시즌 김정은과 박소희, 김미연 등으로 포워드진을 구축할 전망이다. 아무래도 무게감만 보면 강이슬과 김민정이 있는 KB보다 약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엄서이가 그만큼 하나원큐에서 많은 경기에 출전해 긴 출전시간을 소화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하나원큐 역시 리그에서 손 꼽히는 힘을 자랑하는 엄서이의 장점을 잘 활용한다면 팀 전력에 분명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편 우리은행은 박혜진과 박지현, 나윤정 등 비교적 탄탄한 가드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김정은에 대한 보상선수로 포인트가드 김지영을 선택했다. 물론 우리은행이 추후 김지영을 중심으로 한 트레이드를 추진할지 김지영을 2023-2024 시즌 선수구성에 포함시킬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FA와 보상선수로 인한 선수들의 이적은 비 시즌에도 여자프로농구를 더욱 흥미롭게 하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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