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고조선 때부터 키운 한우, K-콘텐트 붐 타고 세계로 수출 길 열어요
축사 환경 개선부터 유전자 연구까지 한우 품질은 계속 업그레이드 중
소(牛)는 과거 농경사회에서 논밭을 갈고, 무거운 짐을 옮기고, 고기를 제공하며 인간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가축이 됐습니다. 오늘날 소는 기술 발달로 농사에서의 역할은 기계가 대체했지만, 육용(고기용) 역할이 커지면서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여러 소 중 한우(韓牛)는 한국 고유 품종으로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했는데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한우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한우연구소를 찾았습니다.
한우(Bos taurus Coreanae)는 중국과 만주를 거쳐 유입된 유럽 원우(Bos primigenius)와 인도 원우(Bos indicus)의 혼혈종에서 기원한다고 알려졌어요. 기원전 2000년경 전부터 사육된 우리나라 고유종이죠. 고조선 유적지에서 다량의 소·말·돼지·닭 등의 뼈가 출토됐고, 중국 남북조시대 역사서 『후한서(後漢書)』의 ‘동이전(東夷傳)’에 부여와 고구려에서 소를 사육하고 있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농경사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4~6세기 한우는 농사·운반 등 일하는 용도(역용)로 그 역할이 커졌어요. 외교 선물이나 하사품, 군사용으로도 이용됐으며, 뿔·가죽 등 부산물은 의복·약재·장식 등으로 활용됐죠. 고구려는 한우 보호증식을 위해 도살을 금지하는 보호법을 제정했고, 백제는 육부(肉部)를 설치해 한우 보호정책을 폈으며, 신라는 당나라와의 무역품으로 쓸 한우 증산에 주력했죠. 조선시대에는 세조 때 한우 개량 증식을 위해 양우법을 의생들에게 익히게 했으며, 고종은 수원에 권모모범장을 설치해 근대적 축산기술을 도입하고 한우 개량사업을 펼쳤습니다.
‘한우’ 명칭 사용 시기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광복 이후로 추정해요. 1960년대 후반 급속한 산업발전이 이뤄지면서 농업 분야에 농기계가 보급돼 한우는 역용에서 육용으로 그 역할을 바꾸기 시작했죠. 1993년 세계 다자간 무역협상이 체결되면서 농산물 국제화 교류에 따라 정부는 한우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한우 고급육 생산기술 개발 등의 시책을 도입해 품질이 좋은 한우를 공급할 수 있게 됐습니다.
■ 한우 품종
「 한우는 털 색깔에 따라 황소(황우)·칡소·흑우·백우 등으로 품종이 나뉘어요. 한우 품종마다 어떤 특징이 있는지 알아볼까요.
황소(황우)
털색: 황갈색
체장: 128~160cm
체중: 320~400kg(암소), 600~750kg(수소)
체고: 112~128cm
흔히 한우 하면 떠올리는 황갈색 털의 황소는 대표적인 한우 품종입니다. 성질이 온순하고 거친 사료도 잘 먹고 질병에 강하죠. 근대화 이전에는 역용으로 사용됐으며 1960년대부터 육용으로 개량이 진행됐어요. 현재 전국에서 약 300만 두를 사육합니다.
칡소
털색: 황갈색에 검정 세로줄 무늬, 검은색에 갈색 세로줄 무늬
체장: 135~160cm
체중: 330~400kg(암소), 500~680kg(수소)
체고: 117~127cm
털색이 황갈색이며, 검정 줄무늬를 갖는 ‘호반모(호랑이를 닮은 얼룩무늬)’의 특징을 지녀 ‘호반우(虎班牛)’라고도 해요. 성질이 온순하며 고기 맛이 뛰어나 임금의 수라상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현재 전국에서 약 4000두가 사육되고 있어요.
흑우(내륙 흑우)
털색: 흑색
체장: 134~145cm
체중: 350~480kg(암소), 540~740kg(수소)
체고: 118~140cm
털이 검은 소의 품종으로 제주도를 제외한 한반도 및 부속도서에 살고 있어요. 제주 흑우와 구분하기 위해 ‘내륙 흑우’라고 부르기도 해요. 제주 흑우와 달리 등에 ‘만선’이라고 부르는 황색 선이 있고 입 주변에는 흰색 테두리가 있어요. 코와 주둥이 부분이 흑색이나 회색 또는 살구색으로 보이는 개체도 있죠. 현재 흑우는 내륙에서 100여 두를 사육합니다.
제주 흑우
털색: 흑색
체장: 120~143cm
체중: 340~400kg(암소), 370~500kg(수소)
체고: 117~125cm
2013년 천연기념물 제546호로 지정된 흑색 털의 한우 품종이에요. 기원전부터 제주에서 사육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조선왕조실록』 등 옛 문헌에 제향과 진상품으로 공출된 기록이 있을 정도로 역사·문화적 가치가 크죠. 체구는 작으나 체질이 강건하고 지구력이 좋아요. 현재 제주도에서 제주흑우 350여 두와 흑한우(제주흑우와 황소 교배종) 600여 두를 사육해요.
백우
털색: 흰색
체장: 130~145cm
체중: 310~400kg(암소), 420~650kg(수소)
체고: 117~134cm
우리 고유종인 황소의 변이종으로 털과 망막에 색소가 없는 알비노증(백색증)을 가진 희소 품종이자 멸종위기종이에요. 흰색 털을 가진 샤로레 등 외래 품종과는 유전자가 다릅니다. 국립축산과학원 가축유전자원센터에서 2009~2010년 전북 정읍과 대전지역 농가로부터 수컷 1두, 암컷 2두 등 총 3두 백우를 수집해 유전자원 증식을 통해 20여 두를 보존·사육 중이죠.
」
국립축산과학원 한우연구소를 가다
고일재 학생기자·김태연 학생모델·오윤서 학생기자가 강원도 평창군에 있는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한우연구소(이하 한우연구소)를 방문했어요. 장선식 한우연구소 농업연구사는 “2015년 발족한 한우연구소는 한우 산업 발전을 위해 각종 연구를 하는 곳”이라며 “1956년 설립된 중앙축산기술원 대관령지원이 전신”이라고 소개했죠. “30여 명의 연구원들이 한우가 송아지를 잘 낳게 하기 위한 ‘번식’, 품질 좋은 고기 생산을 위해 우월한 유전자 혈통을 찾아내고 만드는 ‘육종’, 한우의 건강을 유지하고 잘 자랄 수 있게 사료 급여·우사(소 축사) 환경을 조성하는 ‘사양’ 등을 연구해요. 연구를 위해 약 1100여 두의 한우를 한우연구소 우사에서 관리하죠. 연구 내용 등 한우에 대한 새로운 소식은 신문·온라인 뉴스·농촌진흥청 홈페이지 등에서 접할 수 있어요. 논문을 만들어 한국축산학회 등 관련 학회에 발표하고 전 세계에 홍보도 하죠.”
태연 학생모델이 “한우 종류가 다양하나요? 한우연구소에는 어떤 한우가 있나요?”라고 물었어요. “한우는 외래 품종과 혼혈 없이 순수한 집단으로써 고유한 유전자를 갖고 있어요. 털색에 따라 황소(황우)·칡소·흑우·백우 등으로 나뉘죠. 우리나라에 황소는 약 300만 두, 칡소는 약 4000두, 흑우는 내륙 흑우 100여 두, 제주 흑우(제주 흑우와 황소 교배종인 흑한우 포함) 1000여 두가 있어요. 백우는 모두 국립축산과학원 가축유전자원센터에서 보존·사육하며 20여 두가 있죠. 한우연구소에 있는 한우는 모두 수급하기 쉬운 황소예요.” 과거에는 칡소·흑우의 수가 많았어요. 일제 강점기인 1938년 일본이 ‘조선우심사표준’을 제정하면서 일본의 소를 개량하기 위해 칡소·흑우 등을 150만 두 이상 반출했고, 황소만 조선의 소로 규정했죠. 이에 따라 조선 내에선 황소를 기준으로 품종 개량에 나서면서 다른 색 털을 가진 소들의 모습을 찾기 어렵게 됐어요.
한우 종류에 대한 설명을 들은 소중 학생기자단이 한우연구소 본관 1층에 있는 한우번식실험실로 향했죠. 한우의 번식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와 기술 개발을 하는 곳이에요. 마침 주사기를 들고 있는 연구원들이 보였죠. “번식 실험을 담당하는 연구원이 도축한 암소의 난소에서 주사기로 알세포(난자)를 채취하고 있어요. 이 알세포를 유전자 능력이 뛰어난 수소의 정자와 결합해 인공 수정란을 만들죠. 인공 수정란은 다른 암소 생식기에 이식해요.”
일재 학생기자가 “왜 인공 수정란을 만들고 다른 암소에게 이식하나요?”라고 물었죠. “국가에서 체형·외모·정액 등을 검정해 뽑은 유전적 능력이 우수한 수소를 ‘국가 보증종모우(보증씨수소)’라고 해요. 보증종모우 정액을 사용하면 품질 좋은 송아지가 탄생할 확률이 높아지죠. 우사에서 24시간 관찰하지 않으면 수소와 암소 교배시기를 놓칠 수 있고, 어떤 암소가 임신했는지 바로 파악하기 어려워요. 인공 수정란을 만들어 수정하면 임신한 암소, 임신 시기, 송아지 품질 등을 관리하기 편하죠. 난자·정액 등 한우 생식세포와 조직샘플은 실험에 사용하기 위해 -79도의 초저온냉장고에서 동결해 세포·조직이 변하지 않게 해요. 초저온냉장고에 보관한 보증종모우 정액은 사용 시 현미경으로 정자 움직임을 확인하고, 건강한 정자만 인공 수정에 사용합니다.”
한우번식실험실 옆 한우영양실험실(사양실험실)은 어떻게 하면 한우가 잘 자라고 우수한 고기를 생산할 수 있을지 한우의 성장 특성을 연구하는 곳이에요. 장 연구사가 한우 혈액이 담긴 혈액용기를 보여줬죠. “오늘 뽑은 한우 혈액이에요. 사람은 보통 팔에 주사를 놓고 피를 뽑지만, 소는 목에 있는 굵은 혈관인 경정맥(목정맥)에 주사를 놓아요. 이때 소가 움직일 수 있어 머리를 고정하는 고정틀을 사용합니다.” 윤서 학생기자가 혈액분석기를 보고 “이 혈액용기는 계속 움직이네요”라고 했어요. “혈액분석기는 한우 혈액 성분을 분석해 현재 건강 상태, 질병 감염 여부 등을 파악해요. 이를 통해 감염병 예방을 위한 백신 접종도 하며, 온도·먹이 양을 조절하는 등 우사 환경을 조성하죠.”
2층에 있는 한우육종실험실에선 한우의 유전적 다양성 확보를 위해 국가 보증종모우와 독립적으로 육성된 계통을 조성하는 연구를 합니다. “한우연구소는 연구소 내 한우들을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보증종모우를 선발합니다. 내부적으로 그동안 쌓인 데이터들을 활용해 연구하기 쉽거든요. 보증종모우 수소 한 두의 정자를 여러 두에 인공 수정하면 어떻게 될까요?” 장 연구사의 질문에 소중 학생기자단은 “좋은 품질의 송아지가 나올 것 같아요”라고 했어요.
“보증종모우 정자로 인공 수정하면 뛰어난 유전자 능력을 이어받은 송아지가 나와요. 다만 같은 보증종모우 정자로 계속 인공 수정하면 혈연이 가까운 근친 간에 이뤄지는 교배, 즉 근친교배가 돼 열성유전자가 만들어져 생산성이 줄고 육질이 나빠져요. 이를 방지하기 위해 혈연관계가 먼 보증종모우 혈통을 계속 만들어야 하죠. 육종실험실에서는 혈액 속 DNA를 분석해 한우들 간의 유전자 형태를 비교하고, DNA 샘플을 만들어 혈연관계가 먼 보증종모우 집단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우사에서 만난 한우들
소중 학생기자단이 한우연구소에서 관리하는 한우들을 보기 위해 본관에서 500m 정도 떨어진 우사로 향했어요. 입구에서 방역 소독을 하고, 방역복을 입은 뒤 들어갈 수 있었죠. 한우연구소 우사는 허가 없이 일반인은 출입할 수 없지만, 소중 학생기자단은 취재를 위해 특별히 우사에 있는 한우들을 만날 수 있었답니다. “한우연구소 우사는 총 16개예요. 사육하는 소에 따라 암소가 송아지를 낳는 분만우사, 육용으로 키울 소들이 있는 육성우사, 보증종모우 선발을 위한 검정우사, 각종 연구 실험에 사용되는 소들을 모은 시험우사 등이죠.”
우사로 가는 길에 넓은 초지(草地)가 눈에 띄었어요. “이 넓은 들판은 무엇을 위한 건가요?” 태연 학생모델이 물었어요. “우사에만 있어서 운동량이 부족해진 한우들이 뛰어놀 수 있도록 272.8ha 면적의 초지를 조성했죠. 한우들이 뜯어먹을 수 있을 정도로 풀이 자라는 5월 말부터 11~12월까지, 주로 임신하지 않은 암소 200~300두를 방목해요. 어린 송아지들과 임신한 암소들, 육용으로 키우기 위해 일부러 살을 찌우는 소들은 내보내지 않아요.”
육성우사가 가까워지자 몸집이 큰 한우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100두가 넘는 한우가 사육되다 보니 울음소리가 옆 사람 목소리가 잘 안 들릴 정도로 컸죠. 윤서 학생기자가 “연구원분들이 이 한우들을 다 관리하려면 힘들 것 같아요”라고 했어요. "저를 포함해 연구원 14명이 우사를 관리합니다. 먹이 주기, 우사 청소를 비롯해 급수 파이프를 통해 깨끗한 물을 공급해요. 겨울에 영하로 떨어지면 얼지 않도록 급수 파이프에 보온재를 설치하는 일도 하죠. 임신한 암소가 스트레스받지 않고 송아지를 잘 낳게 하는 산실(분만실)에 체온유지를 위한 적외선 기계도 설치하고, 몸무게를 재는 우형기로 매달 체크해 얼마나 잘 크고 있는지 확인하죠. 전염병 예방을 위해 피를 뽑아 검진하고 우방(우사 내에서 소가 지내는 방)에 소독제를 뿌려 방역도 합니다. 전염병에 걸린 개체는 처분해야 다른 개체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어요."
일재 학생기자가 "동식물을 키울 때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음악을 틀어주기도 하는데 한우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 있나요?"라고 질문했어요. "한우는 시력이 낮고 후각과 청각이 발달돼 큰 소리와 낯선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해요. 우사 천장에 큰 선풍기를 달아 환기를 잘 시켜서 나쁜 냄새를 제거하고, 일부 농가에서는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틀어 스트레스를 줄이기도 해요."
우방에 있는 한우를 자세히 보던 태연 학생모델이 "한우가 귀에 귀걸이를 했어요"라고 말했어요. “귀걸이가 아니라 노란색 귀표예요. 왼쪽 귀에 다는 귀표는 개체식별번호표예요. 오른쪽 귀에 달린 귀표는 한우연구소 자체적으로 소를 구별하기 위한 것이죠. 개체식별번호는 국가를 의미하는 ‘KOR’과 ‘002’ 그리고 일련번호 8자리와 위·변조방지 체크번호 1자리까지 총 12자리의 숫자로 구성됐죠. 소에게 개체식별번호를 부여하는 건 ‘축산물이력제’ 때문이에요. 국내산 축산물의 개체식별번호를 통해 유통과정과 고기 정보 등 이력을 추적하기 위한 제도죠. 축산물이력제 홈페이지에서 조회 가능하며, 이를 통해 소비자는 축산물 위생·안전을 확인해 구매할 수 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건초를 주며 한우와 친해지기 시작했어요. 한우가 고정틀을 열고 스스로 머리를 빼 건초를 먹자 신기한 듯 쳐다봤죠. “한우는 건초인 티모시·볏짚 등 풀 사료(조사료), 곡물사료와 첨가제 등을 배합한 배합사료(농후사료)를 먹어요. 암소는 하루에 보통 풀 사료 4kg·배합사료 3kg을 먹고 수소는 풀 사료 3kg·배합사료 7kg을 먹어요. 한우연구소는 정부 예산으로 국내외에서 사료를 사 오고, 연구소 초지에서 건초를 만들기도 하죠.” 한우가 우사 우방 안에서 안전하게 걸어 다니고, 따뜻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바닥에는 톱밥을 깔아줍니다. 대소변과 섞여 뭉치면 톱밥 채로 버리면 돼 우사를 깨끗이 관리하기에도 좋죠. “대소변이 바닥에 쌓이면 질퍽해지고, 몸에 묻을까 봐 한우가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서서 밤을 보내죠. 톱밥은 일주일에 한 번, 혹은 한우가 바닥을 계속 밟아 질퍽해질 때쯤 갈아줘요. 평창 소재 축산용 톱밥 제조 공장에서 톱밥을 구해오죠. 우사 근처에 사료창고와 톱밥창고가 있어요.”
분만우사에는 태어난 지 3~4개월 된 송아지들이 있었어요. “어미의 젖을 먹고 자란 송아지는 성 구별을 하기 위해 인간으로 치면 청소년기가 시작되는 6개월부터 암수 분리해 사료를 먹이기 시작합니다. 6개월 수소의 경우, 상태가 좋은 소를 골라 12개월까지 키워 보증종모우 검정을 받아요. 나머지 수소들은 거세하고 12개월까지 사료를 먹여 육용을 위한 몸집을 만들죠. 운동을 제한하고 질 좋은 사료를 줘 살을 찌우는 비육 전기(12~21개월)에는 사료량을 늘리고, 비육 후기(22~30개월)에는 몸무게를 유지하도록 사료량을 소의 상태에 맞게 조절합니다. 우리가 먹는 한우고기는 대부분 거세우이며, 비육 후기에 도축한 것이에요. 거세우의 경우 보통 30개월에 출하하며, 출하 체중이 최소 750kg, 최대 1300kg입니다.”
암소는 9~10개월 사춘기가 시작돼 14개월쯤 수정이 가능하며, 임신 기간은 인간과 비슷한 10개월 정도죠. 암소는 평생 송아지를 적게는 2~3두, 많게는 10두까지 낳아요. 번식을 위한 ‘번식우’는 2~3두 낳고 나서 비육합니다. 이를 ‘경산비육’이라고 해요. 송아지를 낳지 않은 암소를 비육하면 ‘미경산비육’이라고 하죠. 경산비육 암소는 보통 5년, 미경산비육 암소는 거세우와 같은 30개월에 출하합니다.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한우고기
“한우고기를 보면 ‘1++(9)’ 같은 숫자와 기호가 있는데, 무슨 뜻인가요?” 우사를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일재 학생기자가 물었어요. “한우고기 등급으로, 육질 등급과 육량 등급을 종합해 결정돼요. 육질 등급은 마블링이라고 불리는 ‘근내지방도(BMS·Beef Marbling Score)’, 색깔에 따라 7단계로 나눈 ‘육색’ ‘지방색’, 수분 보존 능력과 탄력성을 보는 ‘조직감’, 연골 골화 정도를 보는 ‘성숙도’에 따라 최고 1++등급부터 1+등급, 1등급, 2등급, 최저 3등급으로 나뉘죠. 특히 근내지방도는 소고기 등급에 표기될 정도로 중요해요.”
“근내지방도는 등급 판정 부위(소를 도축한 후 이분할된 왼쪽 도체에 마지막 등뼈와 제1허리뼈 사이를 절개한 후 등심 쪽의 절개면)에서 등심(배최장근) 단면에 나타난 지방 분포 정도예요. 고기 단면에 지방이 얼마나 골고루 분포됐느냐에 따라 BMS 1은 3등급, BMS 2~3은 2등급, BMS 4~5는 1등급, BMS 6은 1+등급, BMS 7~9는 1++등급이죠. 1++(9)는 BMS 9인 1++등급 한우고기라는 뜻이에요.” 육량 등급은 등 지방 두께·배최장근 단면적·도체(도축 후 머리·내장·가죽·다리를 뗀 나머지) 중량을 측정해 육량지수에 따라 A·B·C 3개 등급으로 구분해요. 지방이 적고 도체 중량이 많이 나갈수록 A에 가깝죠. 최고 등급은 육량 등급 A, 육질 등급이 1++(9)인 'A1++(9)'입니다.
태연 학생모델은 어떤 한우고기가 맛있는지 궁금해했어요. “한우 수소는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의 작용으로 근육이 단단하고 질기며 근내지방이 적어요. 반면 거세우는 생식기를 제거해 일반 수소보다 근내지방이 많은 편이죠. 이론상 제일 맛있는 한우는 암소고기예요.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 작용으로 수소·거세우보다 고기가 연하고 근내지방도 잘 껴있죠. 특히 미경산비육 암소는 임신하지 않아 영양 손실이 적어 고기 맛이 더 좋죠. 물론 사람 취향에 따라, 소고기를 어떻게 가공하고 요리해 먹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어요.”
한우는 부위마다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해 ‘일두백미(一頭百味·소 한 마리에서 100가지 맛이 난다)’라는 말이 있어요. 부위별로 근육량이 달라 질긴 정도가 차이 나 조리법에 따라 사용하는 부위가 다르죠. 근육량이 많아 구우면 질겨지는 앞다리·목심·사태·양지 등은 불고기·국거리로, 적당히 지방이 껴 구우면 풍미가 있는 갈비·채끝·등심 등은 구이로 많이 먹어요. 우리나라는 석쇠나 숯불에 소고기를 굽는 ‘구이’ 문화가 발달해, 고기에 부드러운 식감과 풍미를 내는 지방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마블링 모양이 어떠한지 신경을 많이 써요. 그래서 한우 등급을 매길 때 근내지방도가 중요하죠.
“마트나 정육점에서 소고기를 구매할 때 제품에 ‘한우’ 표시가 없으면 국내산이라고 해도 한우고기가 아니라 다른 육우고기·젖소고기예요. 소고기 종류를 표기할 때 ‘국내산(한우고기)’, ‘국내산(육우고기)’, ‘국내산(젖소고기)’ 등으로 적어야 하죠. 외국산 소고기의 경우 ‘외국산(소고기, 국가 이름)’이라고 표기해야 합니다. 원산지를 제대로 표기하지 않고 판매하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돼요.”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3월 28일 한우고기가 말레이시아에 첫 수출된다고 밝혔어요. 이와 함께 홍콩·마카오·캄보디아 등 총 4개국에 수출 중이며, 현재 태국·싱가포르·필리핀 등과 검역 협상을 진행 중이죠. “최근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K-콘텐트 효과로 한우 수출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어요. 드라마·영화·예능에서 한우를 먹는 장면이 해외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것이죠. 2021년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는 '왜 한국 한우고기는 지구 최고의 소고기인가' 제목의 글을 통해 한우의 우수성을 알리기도 했어요.”
“한우고기의 장점은 맛도 좋고 불포화지방산도 많다는 것이에요. 한우고기는 단가불포화지방산인 올레인산의 함량 약 49~52%로, 수입산(39~42%)보다 높아요. 올레인산은 고기의 풍미를 살려주면서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죠. 이렇게 품질 좋은 한우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선 뛰어난 유전자를 가진 한우를 찾아야 하고, 이 유전자로 육종·번식도 잘하고, 좋은 환경에서 잘 자랄 수 있게 사양 관리도 해야 하죠. 한우를 잘 키우다 보면 전 세계 사람들이 한우고기를 먹는 일이 많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 강원도 평창에 있는 한우연구소를 다녀왔습니다. 연구소에는 한우가 없어 못 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우사에 수많은 한우가 있어서 놀랐어요. 장선식 연구사님의 설명을 듣고 한우에게 먹이도 주며 가까이에서 만져 보는 뜻깊은 경험도 했죠. 취재 전에는 소고기를 엄청 좋아했는데, 연구소에서 만난 소의 눈을 보고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어요. 평소 별생각 없이 먹었던 한우고기가 많은 사람의 노력으로 생산된다는 것도 알게 됐죠. 한우가 어떻게 키워지고, 어떤 노력들이 더해지는지 알게 되니 항상 한우고기를 먹을 때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일재(서울 강명초 5) 학생기자
책에서만 보고, 먹기만 했던 한우를 이번 취재를 통해 처음 봤어요. 장선식 연구사님께서 자세히 설명해 주셔서 한우 연구와 우사 등 한우의 많은 것을 알게 됐답니다. 한우는 우리나라에서만 먹는 줄 알았는데 수출된다는 게 자랑스러웠죠. 한우 산업 발전을 위해 육종·번식·사양 등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는 지도 처음 알았어요. 우사에 있는 수많은 한우를 관리하는 연구원들이 얼마나 많이 노력하시는지도 생각해보게 됐죠. 한우고기를 먹을 때마다 한우연구소에서의 추억이 떠오를 것 같아요.
김태연(인천 진산초 4) 학생모델
이번 한우연구소 취재가 제 첫 취재였습니다. 기쁜 마음에 빨리 취재 날만을 기다렸죠. 한우연구소 우사에서 만난 한우는 조금 무섭게 보여서 처음엔 다가가기 어려웠어요. 한우에게 먹이도 주고, 가까이에서 계속 지켜보면서 무서움은 사라졌죠. 송아지는 물론, 큰 한우를 본 건 처음이었어요. 많은 연구원의 노력으로 한우들이 잘 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동안 한우고기는 소고기 중에서도 가장 맛과 질이 좋은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요. 한우고기가 전 세계로 나아가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소중 친구들이 한우에 대해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국립축산과학원 홈페이지에서 찾아보는 걸 추천해요.
오윤서(서울 원명초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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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박경희 기자 park.kyunghee@joongang.co.kr, 사진=임익순·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동행취재=고일재(서울 강명초 5) 학생기자·김태연(인천 진산초 4) 학생모델·오윤서(서울 원명초 6) 학생기자, 자료=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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