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린이가이드]빚으로 주가조작…개미 울린 ‘CFD’ 뭐길래?
편집자주 - [주린이가이드]는 ‘주린이(주식+어린이)’들의 똑똑한 투자 길라잡이입니다. 주린이들에게 낯선 주식 이야기를 친절하고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한국판 빌황 사태
영화 ‘작전’의 현실판
최근 우리 증시를 뒤흔든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를 두고 이같은 수식어가 붙고 있는데요.
어떤 이슈도 없이 어느날 갑자기 8개 종목이 동시에 하한가를 맞으며 시가총액이 7조원 넘게 증발했습니다.
과연 그 내막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8개 종목 동시에 하한가…시총 7조 넘게 증발한 사연
지난 24일.
선광, 하림지주, 대성홀딩스, 세방, 다우데이타, 삼천리, 서울가스, 다올투자증권.
총 8개 상장사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지며 장을 마쳤습니다.
문제의 8개 종목은 개장 직후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불과 30분만에 일제히 하한가를 기록했죠.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8개 종목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모두 외국계 증권사인 SG증권 창구에서 매도 물량이 대량으로 쏟아졌다는 것이죠.
SG증권은 24일 하루 동안 하림지주 191만2287주, 다올투자증권 61만6762주, 다우데이타 33만8115주, 세방 12만1925주, 삼천리 1만3691주, 대성홀딩스 1만1909주, 서울가스 7639주, 선광 4298주를 매도했습니다.
이들 8개 종목 중 서울가스와 대성홀딩스는 24일부터 4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 2015년 6월 가격제한폭(30%)이 확대된 이후 코스피시장에서 처음 있는 일입니다.
주범 지목된 CFD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걸까요?
바로 CFD(Contract For Difference), ‘차액결제거래’라는 파생상품 때문인데요.
아마 주린이 여러분들에겐 생소한 개념일겁니다.
CFD는 전문투자자, 즉 1년 동안 월말 평균 잔고가 5000만원 이상이어야 하고, ▲개인 연봉 1억원 이상 혹은 부부합산 연봉 1억5000만원 이상 ▲금융 자격증, 특수자격증 보유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 5억원 이상 등 세 가지 요건 중 한 가지 요건을 갖춰야만 CFD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CFD란 어떤 상품일까요.
CFD는 기초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분에 대해서만 차액을 결제하는 파생상품 중 하나입니다.
쉽게 이야기 하면, 증거금을 내면 증권사가 대신 주식을 매매해 차익은 투자자에게 주고 증권사는 수수료를 가져가는 상품이죠.
전문투자자는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아도 거래가 가능하고, 증거금 40%만 있으면 최대 2.5배까지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즉, 100만원어치 주식을 사기위해 40만원만 있으면 되는 것이죠.
위험성이 크지만, 투자주체가 노출되지 않아 고액 자산가들이 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차입거래인 만큼 상환시기가 도래시 상환을 하거나 만기를 연장해야하는데요.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반대매매가 이뤄집니다.
즉, 이번 SG증권발 주가폭락사태는 특정 집단이 CFD를 통해 대량 주식 거래를 했고, 이 과정에서 상환을 하지 못해 대량 매도가 나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SG發 후폭풍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는 우리 증시에 큰 충격을 준 만큼 그 후폭풍도 만만치 않은데요.
가수 임창정씨부터 비롯해 연예인, 의사 등 전문직, 유명 기업 회장님들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져 개인투자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CFD라는 파생상품 특성상 CFD 계좌를 통해 매매할 경우 투자 주체가 외국계증권사로 잡혀 마치 외국인이 주가를 사들이는 것과 같은 수급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죠.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외국인들이 매수하는 종목이니 ‘우량한 종목’이라고 생각하고 매수하기도 합니다.
이번 SG증권발 주가폭락사태는 특정 세력이 거래량이 거의 없거나, 유통주식수가 적은 종목들을 타겟으로 삼았습니다.
실제로 이번 주가조작 8개 종목 중 하나인 서울가스의 유통주식수는 17.4%에 불과합니다.
선광 역시 38.3%만이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습니다.
그래야만 ‘조작’이 쉽기 때문이죠.
이들 세력은 ‘통정매매’를 이용해 서서히 주가를 끌어올렸는데요.
통정매매란 매수자와 매도자가 미리 정해둔 가격과 시간에 서로 주식을 사고파는 불법 매매 행위입니다.
예를들어, A씨와 B씨가 짜고 주식 1만주를 서로 사고 팔면 거래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주가가 오르는 것이죠.
거래량이 늘고 주가가 오르면 작전세력 외에도 개인투자자 등도 관심을 갖게 돼 매매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일반 투자자들이 붙기 시작하면 차익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시세조종을 해왔던 것이죠.
결국 일부 세력들이 이익을 위해 개인투자자들만 피를 보게 됐는데요.
후폭풍이 어마어마하자 금융당국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해 엄벌하겠다며 강경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검찰과 금융당국이 합동수사팀을 꾸려 본격 수사국면에 접어들었죠.
금융위원회는 주가조작 일당으로 지목된 H투자컨설팅업체 사무실과 관계자 명의 업체,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또한 주가조작 세력으로 의심되는 관계자 10여명에 대해서도 출국금지를 내렸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꿎은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크자 금융당국은 뒤늦은 대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금융위원회는 4월 초부터 해당 주가조작 의혹 제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신속한 조치가 없어 피해 규모가 커졌다는 지적입니다.
주린이여러분.
때론 현실이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 할 때가 있죠.
이번 SG증권발 주가폭락사태가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됐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까운데요.
금융당국이 어떻게 대처해나가는지,
과연 이번 사태가 자본시장의 불공정행위를 뿌리 뽑는 일벌백계의 표본이 될지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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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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