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해주세요” 이 말에 옆집 일가족 5명 총살
미국에서 총기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미 텍사스주에서 한 30대 남성이 “아기가 자고 있으니 조용히 해 달라”고 요청한 일가족을 총으로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한 20대 남성이 데이트를 하던 도중 주차요금 40달러(약 5만3000원)를 사기 당했다는 이유로 자신을 속인 남성을 총으로 살해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29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은 텍사스주 클리블랜드의 한 주택에서 총격을 가해 8세 어린이를 포함해 5명의 일가족을 살해한 혐의로 멕시코 출신의 프란시스코 오로페사(38)를 수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전날 밤 자정쯤 클리블랜드의 한 주택가에서 오로페사의 옆집에 사는 피해자들이 “어린 아기가 잠을 자려고 한다”며 “밤에 집 마당에서 총을 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술을 마시던 오로페사는 “내 집 마당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고 말한 뒤 이웃집에 쳐들어가 범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샌재신토 카운티 경찰관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30분쯤 클리블랜드에서 사격 소음과 관련한 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현장에 경찰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피해자들이 총을 맞은 상태였다. 당시 집안에는 모두 10명이 있었는데 그 중 3명의 아이들을 포함한 5명 만이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아이들은 피범벅이 된 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부상은 당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살해당한 가족 중 사망한 8세 어린이는 집안 첫 번째 방에서 발견됐다. 성인 2명의 시신은 현관에서 발견됐다. 또 다른 사망한 성인 여성 2명은 침실에서 아이들을 보호하려는 듯 아이들을 감싸고 엎드린 모습으로 발견됐다. 샌저신토 카운티 보안관은 “사망자 전원은 거의 처형 당한 모습으로 목 부근에 총을 맞았다”고 밝혔다.
경찰 당국은 현재 수사용 탐색견들과 무인기 등을 동원해 오로페사를 추격하고 있다. 경찰은 사건 직후 현장에서 도주한 그가 최소 16~32㎞ 떨어진 곳에서 도주 중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범죄 현장 인근에서 오로페사의 휴대전화와 옷이 버려진 것을 발견했으며, 오로페사의 집 안에서 최소 3개의 무기를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피해자들은 모두 온두라스 출신 이민자로 알려졌다. 엔리케 레이나 온두라스 외무장관은 SNS를 통해 “이 범죄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 법의 모든 무게가 적용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휴스턴 주재 온두라스 영사관이 수사 상황을 자세히 파악하는 동시에 피해자 유족들과 연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내 총격 사건을 추적하는 비영리단체 ‘총기폭력아카이브’에 따르면 이번 공격은 올해 지금까지 미국에서 발생한 170건 이상의 대량 총기 난사 목록에 포함된다. 총기폭력아카이브는 총격범에 4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사건을 총기 난사로 규정한다. FBI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총기 난사로 인한 사상자는 최근 5년 가운데 가장 많았다.
텍사스주에서 20대 남성이 데이트를 하던 도중 자신에게 주차요원인 것처럼 행세해 40달러를 사기로 편취한 남성을 총으로 쏴 죽이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 남성은 총격을 벌인 뒤 아무렇지 않게 다시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돌아왔다. CNN은 27일 에릭 아기레(29)가 텍사스주 휴스턴의 한 거리에서 엘리엇 닉스(46)를 살해한 살인 혐의로 법정에 출두해 재판을 받았다고 법원 기록을 인용해 이 같이 보도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아기레는 지난 11일 저녁 한 여성과 데이트를 하기 위해 텍사스주 휴스턴의 한 식당을 방문했다. 이때 피해자인 닉스가 자신이 주차요원이라며 “아기레와 데이트 상대의 차를 주차하는 데 각각 20달러가 든다”고 하자 아기레는 닉스에게 40달러를 지불했다.
이들은 식당에 들어가기 전 식당 직원과 얘기하던 중 자신들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현장에 있던 목격자는 “아기레가 자신의 차로 달려가 총을 들고 닉스를 쫓아가는 것을 봤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 목격자는 “총소리를 들은 후 용의자가 총을 손에 들고 ‘아무렇지 않게’ 차로 돌아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목격자가 길거리에서 피를 흘리는 닉스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아기레는 닉스의 몸통에 총을 쏜 것으로 추정되며, 닉스는 나중에 병원에서 사망했다.
아기레는 사건 발생 후 총을 다시 차에 넣고 데이트 상대가 기다리는 레스토랑으로 돌아갔다. 당시 데이트 상대였던 여성은 “당시 총격 사건을 보지도, 알지도 못했다”고 이후 경찰에 진술했다. 아기레는 닉스를 쫓아갔다가 다시 돌아온 뒤 “단지 겁을 줬을 뿐 모든 것이 괜찮다”고 이 여성에게 말했다. 아기레는 식탁에 앉기 직전 어딘가 불편해 보이기 시작했으며 ‘다른 곳에서 식사를 하자’고 제안했다고도 이 여성은 전했다. 이 여성은 사건 이후 경찰에 연락해 아기레에 대해 자발적으로 증언했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아기레는 현재 구금돼 있으며, 아직 항소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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