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을 깨워라]②하반기 디폴트옵션 의무화…운용 성적표 공개

박소연 2023. 5. 1.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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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옵션 승인받은 포트폴리오 수익률 순위 공개
연금상품의 실물 이전 방안도 고민…해지할 필요 없어

#1. 직장인 A씨는 오늘도 퇴직금 계산기를 두드려 본다. 입사일과 퇴직 예상일, 3개월 급여 총액과 연간 상여금 총액, 연차수당까지 입력하고 받은 결과는 생각보다 큰 돈이다. 해마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퇴직금, 노는 돈을 적극적으로 불릴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이다.

#2. 최근 직장을 옮긴 B씨는 직전 직장에서 받은 퇴직금을 개인형퇴직연금계좌(IRP)에 거치해놓고 직접 운용 중이다. 주변의 조언을 받아 유망하다는 산업 분야와 관련된 펀드에 가입했지만, 널뛰는 수익률을 지켜보면 노후를 풍족하게 보낼 수 있을지 불안감이 엄습한다.

하반기 퇴직금 운용 성적표 공개, 자유로운 실물이동 가능

올 하반기부터 각 금융사의 퇴직연금 운용 성적표가 공개된다. 투자자 입장에선 퇴직연금 운용을 좀 더 투명하게 볼 수 있고, 적극 관리할 수 있는 기회다.

금융당국은 정부로부터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승인을 받은 포트폴리오의 수익률 순위를 공개할 예정이다. 디폴트옵션이 올해 7월부터 의무화되기 때문에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수익률을 직접 비교해보고 상품을 고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 공시 여부도 검토 중이다. 현재는 통합연금포털사이트에서 원리금 보장 상품의 수익률만 공개하고 있는데, 비교공시 대상이 확대되는 것이다.

정부와 금융업계는 연금상품의 실물이전 방안도 함께 고민 중이다. 쉽게 말해 A은행에 퇴직연금을 맡겼는데 수익률이 마땅찮으면 B증권사로 가입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 그대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간 퇴직연금 계좌를 갈아탈 때는 반드시 보유한 상품을 매도해야 했다. 수익률이 저조하더라도 가입자는 그대로 있든지, 손실을 감수하고 이동해야 했다.

앞으로는 해지없이 옮길 수 있으며 방문없이 비대면으로도 사업자를 바꿀 수 있도록 개선할 예정이다. 나석진 금융투자협회 산업시장본부장은 "가입자들이 수익률 공시를 비교하고 자유로운 이동까지 가능해지면 금융사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기 때문에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리하다"라고 말했다.

퇴직연금 유형 파악부터…새롭게 운용할 기회

퇴직연금을 현명하게 불리려면 일단 내 퇴직연금이 어떤 유형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퇴직연금제도는 적립금을 사용자가 운용하는 확정급여형(DB형) 퇴직연금과 적립금을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DB형 퇴직연금의 경우 사업주는 적립금을 외부 금융회사에 적립해야 하고, 적립금 운용손익과 관계없이 정해진 금액(평균임금 30일분 X 근속연수)에 해당하는 금액을 근로자에게 지급한다.

DC형은 퇴직연금이란 사업주가 근로자의 퇴직연금계좌에 해마다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적립하고 근로자가 적립금을 직접 운용하는 퇴직연금제도다. 근로자는 적립금을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으며, 그 결과 발생한 손익에 따라 퇴직급여액이 달라진다.

개인형퇴직연금계좌(IRP)는 퇴직급여제도를 운영해 받은 퇴직급여를 퇴직 후에도 계속 운용할 수 있는 제도다. 회사에서 퇴직연금에 가입하고 있어도 개인이 추가로 가입할 수 있다. 은행·보험사·증권사 등 원하는 금융회사에서 개인형퇴직연금계좌를 가입할 수 있다.

내 퇴직연금이 어떤 유형인지 적립금은 얼마인지 알고 싶으면 통합연금포털에서 개인연금·국민연금 등을 포함해 일괄적으로 조회할 수 있다. 통합조회를 통해 DB·DC·IRP 등 자신이 가입한 퇴직연금을 유형별로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의 연금이 가입된 금융회사에서 개별적으로 조회할 수도 있다.

퇴직연금 계좌에 적립된 돈으로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상품을 심사해 위험등급별로 나눈 259여개의 디폴트옵션 적용 가능 상품을 발표했다. 타깃데이트펀드(TDF), 밸런스펀드, 단기금융펀드, 사회간접자본(SOC)펀드, 원리금보장형 등이다.

TDF는 투자 목표 시점을 정해두고 시간이 지나면서 위험이 낮은 자산 비중을 늘리는 자산배분 펀드다. 밸런스펀드는 투자 위험도가 다른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한 후 금융시장 상황과 자산 가치 변동을 고려해 주기적으로 자산 배분을 변경하는 상품이다.

단기금융펀드는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해 리스크를 낮추고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SOC펀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하는 펀드다. 원리금보장상품으로는 예·적금 등이 있다.

펀드 상품을 선택할 때는 위험 등급과 과거 수익률을 잘 살펴야 한다. 원리금보장형을 선택할 때는 금리 수준, 만기 시점, 예금자보호 여부를 살펴야 한다. 매달 금리가 바뀌기 때문에 디폴트옵션 설정 때 금리와 실제 적용금리가 다를 수 있다.

손실 위험이 있는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은 해마다 커지고 있다. 2021년에는 13.6%로 늘었다.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퇴직연금 수익률 등에 관심을 갖게 된 개인들이 좀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펀드 등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이동하고 있어서다. 퇴직연금 적립금 대부분은 연 1~2%의 낮은 수익률로 방치되고 있었다. 4%대인 명목임금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낮은 수준이다.

기존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경우 디폴트옵션 선택 유예기간이 오는 7월 종료된다. 퇴직연금에 이미 가입된 근로자라면 자신의 퇴직연금이 현재 어떤 금융상품에 투자됐는지 확인하고, 운용 방식을 고민해 볼 수 있다.

기존에 퇴직연금을 정기예금 등에 적립했던 가입자들은 만기·운용방식을 확인해 봐야 한다. 디폴트옵션이 적용됐더라도 다른 금융상품으로 바꿀 수 있다. (실물이동이 가능해지기 전까지는) 운용 중이던 상품을 매도하고 다른 상품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된다. 디폴트옵션 적용 대상자가 아니더라도 희망하는 가입자는 디폴트옵션 중 하나를 선택해 가입할 수 있다. 손수진 미래에셋자산운용 마케팅본부장은 "퇴직연금이 진정한 노후 안정 자금이 되려면 일시금으로 인출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근로자가 확정기여형(DC)이나 IRP에 자기자금을 추가 불입하면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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