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크로우’, 그래픽이 게임의 전부는 아닌데 [게임 들춰보기]
국내 게임업계가 올 상반기 세 번째로 선보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대작 ‘나이트 크로우’ 역시 ‘리니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개성있고 차별화 된 콘텐츠를 내세우기보다, 국내 MMORPG의 흥행 공식을 철저히 따르는 등 ‘익숙한 맛’을 내는 데만 집중한 모양새다.
지난 27일 출시된 나이트 크로우는 위메이드가 서비스하고 매드엔진이 개발한 게임이다. 국내 최초 언리얼 엔진 5로 개발된 트리플 A급 게임이라 업계 내외의 기대감이 컸다. 사측 역시 극사실적인 그래픽으로 중세 유럽의 세계관을 생동감 있게 그려낸 작품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PC 버전으로 플레이 한 나이트 크로우의 전반적인 그래픽 품질은 분명 수준급이었다. 그러나 경쟁 게임 대비 크게 앞선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질감 표현이 돋보이는 캐릭터 모델링이나 생동감 있는 배경 연출 등은 인상적이었지만 몇몇 부분에선 의문 부호를 자아냈다.
일례로 초반 사냥터에 등장하는 한 호수는 수면의 질감 처리나 유속 표현이 미흡해 호수보다는 늪지대를 연상시키는 비주얼로 구현됐다. 게임 내 배경은 지나치게 밝게 표현돼 사측이 거듭 강조한 사실적이고 자연스러운 빛 표현과는 거리가 있었다. 게임 내 몇몇 논플레이어 캐릭터(NPC)의 일러스트는 완성도가 다소 떨어지기도 했다.
그래픽을 제외하고는 타 게임과의 차별화를 위한 개발진의 고민이나 노력을 엿보기 힘들었다.
스토리상 이용자는 마법이 존재하는 중세 유럽에서 비밀 결사 조직인 밤까마귀 길드의 일원으로 활약해야 하는데, 초반 세계관 설명이 부족해 몰입하기 힘들었다. 컷신은 오프닝 이후 찾아보기 힘들고, 이후에는 스토리와 개연성이 부족한 사냥 퀘스트만 줄줄이 이어졌다. 근처에서 도움이 필요한 병사가 소리치는 것을 들었는데도, 몬스터 n마리를 잡으면서 목소리의 주인을 찾으라는 식이다.
사냥 시 타격 모션은 역동적이지만, 타격감은 스킬 별로 큰 차이가 없다. 구르기 등의 별다른 회피 시스템도 없는데다 컨트롤을 통해 공격을 피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 자동 사냥 시스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스토리나 퀘스트 몰입도마저 높지 않으니 사냥이 지속될수록 지루함만 커졌다.
내러티브가 간결하고 시스템 등을 알려주는 튜토리얼이 간소화 돼 게임 진행이 빠르다는 점은 장점이다. 그러나 이 때문인지 한편으로는 초반 콘텐츠가 빈약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었다.
수익 모델 역시 ‘외형 뽑기’ 등만 없을 뿐, 확률형 아이템이 중심인 ‘리니지라이크’의 전형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높은 등급의 아이템은 획득 확률이 극악으로 낮아, 그만큼 많은 돈을 쏟아 부어야 한다.
물론 타 게임과 비교해 빛나는 요소도 적지 않다.
내 캐릭터를 처음 선택한 직업으로 줄곧 성장 시키고, 취향에 맞게 전직하는 등 MMORPG의 기본 덕목에 충실했다. PC와 모바일을 가리지 않는 수준급의 최적화도 장점이다. 무엇보다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인 게임 플레이는 이용자들 사이에서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이밖에 활강 비행 등의 기능을 갖춰, 이용자 간 전투(PvP)에서 전략적으로 활용될 ‘글라이더’에 과금 요소를 과감히 배제한 시도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이러한 강점을 앞세워 나이트 크로우는 출시 당일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 1위를 달성하고, 30일엔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2위에 오르는 등 경쟁력을 과시했다. MMORPG 이용자들의 취향을 겨냥한 위메이드의 전략적인 판단이 현재로선 적중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일각에선 스트리머 서포팅 시스템(SSS)의 누적 후원 기금 규모 등을 토대로 나이트 크로우가 80억 원을 상회하는 일 매출을 거뒀다고 분석하고 있다. 추세대로라면 구글 플레이 매출 1위 달성도 가시권이다.
자연스레 위메이드의 실적 개선 기대치도 높아졌다. 특히 연내 나이트 크로우에 블록체인 기술을 이식해 P2E(플레이 투 언·일명 돈 버는 게임) 버전으로 글로벌 시장에 내놓으면, 위메이드의 성장 곡선도 가파른 우상향을 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위메이드는 지난해 3개 분기 연속 적자에 빠지는 등 영업 손실 849억원을 기록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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