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가는 '최연소 女총리'…4년전 충격적 사건 연구한다 [후후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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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여성들에게 영감을 주는 그는 미국 하버드대행을 택했다."(AP통신)
"지도자 자리에서 물러난 그는 정치 대신 해외 학계에서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CNN)
지난 1월 ‘깜짝 사임’을 발표한 저신다 아던(43) 전 뉴질랜드 총리가 석달여 만에 새로운 인생 항로를 발표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그는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과 로스쿨의 펠로십에 동시 참여한다"며 "다른 이들과 내 경험을 공유하고, 또 배우겠다"고 밝혔다.
올 가을 시작하는 이 펠로십을 위해 뉴질랜드 총선 기간인 오는 10월 출국 예정이다. 퇴임 후에도 정치적 영향력 행사에 나서는 여느 정치인들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2017년 뉴질랜드 역대 최연소인 37세에 총리직에 올랐던 아던은 지난 1월 번 아웃(burn out·소진)을 호소하며 전격 사임했다. 당시 그는 "이제 총리직을 제대로 해낼 충분한 에너지가 없다"며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고 했다.
그를 초빙한 각 학교 측에 따르면 아던은 하버드대 로스쿨에선 온라인상의 극단주의 콘텐트를 척결하는 연구를 하고, 케네디스쿨에선 하버드대 학생들과 교수진이 리더십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줄 전망이다.
하버드대 로스쿨의 조나단 지트레인 교수는 "국가 원수가 임기 중은 물론 임기 후에도 디지털 정책 문제에 몰입하는 건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던이 힘들게 얻은 전문 지식과 다양한 사람들, 기관을 하나로 모으는 능력은 심각한 온라인 문제에 실행 가능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케네디스쿨의 더글라스 엘멘도르프 학장은 "아던 전 총리는 공감하는 리더십으로 자국을 넘어 전 세계의 존경을 받았다"며 "우리 학생들에게 귀중한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던은 지난해 하버대에서 명예 법학 박사 학위를 받고 총기 규제를 주제로 연설해 기립 박수를 받기도 했다.
연구 주제는 총리로서 겪은 사건이 계기..."책임감 느껴"
아던이 폭력적인 온라인 콘텐트에 맞서는 연구를 하게 된 건 그가 총리 재임 시절 뉴질랜드에서 발생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2019년 3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한 이슬람 사원에선 백인우월주의자가 총기로 51명을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범인은 소셜미디어로 자신의 범행 현장을 17분간 생중계해 전 세계가 경악했다. 영상 복사본까지 돌면서 소셜미디어상의 폭력적인 콘텐트 확산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사건 직후 아던은 검은 히잡을 쓰고 유족들을 위로하고, 총기 규제를 강화해 신속하게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온라인에서 폭력·극단주의 콘텐트를 강력 규제하는 '크라이스트처치 콜'이란 협의체를 만들었다. 이 협의체엔 현재 뉴질랜드·한국·미국·영국·프랑스 등 50여 개국과 구글·유튜브·메타·아마존 등이 가입했다.
지난 4일 아던은 뉴질랜드 정부에 의해 이 협의체의 특사로 임명되기도 했는데, 보수를 일절 거절했다고 한다. 총리 사임 이후에도 이 일에 몰두하는 이유를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나는 여전히 이 비극의 영향을 받는 지역사회에 개인적인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이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란 것을 알고 있다." 세계인들이 그를 ‘공감의 리더십’ 아이콘으로 부르는 이유다.
전 세계가 주목한 '공감의 리더십'
아던은 나이는 젊지만, 정치 경력은 20년이 넘는다. 17세에 진보 진영인 노동당에 입당했으며 대학에선 언론정보를 전공했다. 2008년 28세에 청년층을 대표하는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됐고, 이후 4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2017년 8월 노동당 대표로 선출된 후 9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뤄내며 같은 해 10월 총리가 됐다. 2020년 10월 총선 승리로 재선에도 성공했다.
뉴질랜드 총리론 처음으로 재임 중인 2018년 6월 출산 후 6주간의 출산 휴가를 다녀와 워킹맘들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아이 아빠인 클라크 게이포드와는 사실혼 관계여서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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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 사임에 엇갈린 시선...새 출발에 기대감
이처럼 쉼 없이 달려온 정치인 생활에 지쳤던 것일까. 깜짝 사임 발표 당시 "정치인도 인간이다", "박수 칠 때 떠나야 한다"며 그의 이런 결정을 옹호하는 여론도 있었다. 그러나 곱지 않은 시선도 있는 게 사실이다. 고물가·저성장 등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어려워진 경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노동당과 아던의 지지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때문에 그의 사임은 현직 총리로서 다가올 총선 패배를 피하고, 자신의 명성을 더는 잃지 않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 깔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재임 시절엔 "성과보단 이미지에 치중한다"는 일각의 비판도 그를 따라다녔다.
어떤 이유였든 그의 새 출발은 주목받고 있다. 총리로서의 경험을 살려 전문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던은 한 학기 동안 '하버드 공부'를 마치면 "뉴질랜드로 돌아오겠다"고 했다. 외신은 벌써부터 그가 앞으로 또 어떤 길을 개척할지 기대하고 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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