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전례없는 전방위 협력…핵공유 논란은 성장통" [美전문가가 본 尹방미]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29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방문으로 “한·미 협력의 범위와 깊이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커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회담 후 백악관이 내놓은 팩트시트(설명자료)를 보면 상무부에 미 항공우주국(NASA), 국제개발처(USAID), 보건복지부, 로런스버클리 국립연구소(에너지부 산하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협력 대상으로 등장했다”며 “한·미가 지금처럼 높은 수준에서 광범위하게 집중적으로 협력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Q : 이번 국빈 방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A : 윤 대통령이 지난 26일 백악관 국빈만찬에서 '아메리칸 파이'의 첫 소절을 아카펠라로 불렀다. 한국 대통령이 그 어느 때보다 폭넓은 미국 각계 인사들을 만나며 일정을 마무리하는 자리였다. 이후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도 큰 박수를 받았는데 한국에 대한 미국의 인식이 얼마나 높아졌고 열려있는지 보여준다. 12년 전 한국 대통령의 국빈 방미 때는 백악관·국무부·국방부 정도가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한국 측과 접촉하는 주요 기관이었다. 한·미 FTA 논의를 위해 미국 무역대표부가 추가로 의견을 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방미에서 회담 후 백악관이 내놓은 팩트시트를 보면 상무부, 미 항공우주국(NASA), 국제개발처(USAID), 보건복지부, 로런스버클리 국립연구소까지 한국 측과 상당한 조율을 하고 있다. 공급망이나 우주·사이버·생명공학·지역협력 등 여러 분야에서, 3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던 한·미 간 협의체가 12개 이상 나열됐다.
Q : 미국이 이런 인식을 하게 된 이유는
A : 한국 기업들이 미국 전역에 걸쳐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하면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인식과 평가는 더 깊어졌다. 윤 대통령이 의회에서 받은 환대의 토대가 됐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 시청자들이 이용할 한국 콘텐트에 25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다. 미국 내 한국 문화의 영향력이 커진 것도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다. 전통적인 외교·안보 영역을 넘어서 이처럼 협력이 확대되는 것은 폭넓은 국민적 지지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Q : 회담 직후 '핵공유' 관련 논란이 있었는데
A : 한국 정부는 워싱턴 선언에 따른 양국 간 핵협의그룹(NCG)을 '핵공유(Nuclear Sharing)'와 비슷한 것으로 묘사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이는 핵사용 결정 권한은 미국 대통령 단독으로 보유하며, 한국에는 전술핵 재배치를 승인하지 않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과 부딪쳤다. 그러다 보니 NCG를 만든 게, 한국이 북핵에 대응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도록 하는 '동맹의 함정'으로 여겨질 위험에 처했다. 이런 인식이 한국 사회 주류의 시각이 된다면 한·미동맹의 성패까지 가르는 문제가 될 수 있다.
Q : 한국 기업 차별 문제에 대한 논의가 미흡했단 지적도 있다
A : 한국 기업에 대한 차별 조항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반도체지원법 시행과 관련, 윤석열 정부가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이 한국 내에서 나온다. 한국산 전기차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빠진 것에 대한 한국의 우려를 만족스럽게 해결하지 못했다. 미국이 지원금 조건으로 반도체 기업에 비밀 공개를 내걸자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손상될 수 있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특히 바이든 정부의 대중국 수출 규제로 중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의 수익이 주는, 실질적인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첨단기술 분야에서 한·미 협력의 새로운 길을 연다면 여기서 얻을 이익과 기회는 중국 시장에 대한 투자 중단으로 입을 손실을 뛰어넘을 것이다. 한국 대기업들이 이익을 낼 기회가 없는데도, 중국 노출을 줄이면서까지 미국에 1000억 달러 이상의 투자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Q : 한·미 정상회담 이후의 과제는
A : 바이든 대통령과 윤 대통령이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밝힌 '윈-윈'의 결과를 보장하는 게 앞으로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한국 기업이 미국 경제에 투자한 것만큼 한국으로 이익이 돌아가도록 공정한 경쟁의 장을 유지하면서 효과적으로 통합하는 게 미국 행정부의 의무이자 도전이다. '핵공유'를 둘러싼 불협화음, 미국의 보호주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한국 내 인식이 있다. 이는 전례 없이 빠르고 폭넓게 진행되는 양국 협력 과정에서 발생한 성장통일 수 있다. 이게 한계와 균열이 있는 양국 동맹의 취약성을 드러낸 것인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미국내 대표적인 동아시아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한·미동맹의 역학은 물론 한·일 관계의 미묘함, 북한 체제 등에까지 정통한 지한파다. 미국외교협회(CFR)에 앞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퍼시픽포럼에서도 동북아 전문가로 활동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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