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넘버3가 이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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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력은 있지만 무능한 태자와, 수완은 좋으나 인성이 나쁜 '넘버2' 왕자가 차기 황권을 놓고 경쟁하는 가운데 변방의 싸움터만 돌던 '넘버3' 왕자가 수도로 돌아온다.
젊고 강직한 넘버3 왕자는 군왕의 자질을 갖췄으나, 자기 세력이 전혀 없어서 누구도 황위 계승 후보로 쳐주지 않는다.
그렇게 양강 구도에 균열을 낸 매장소는 넘버3 왕자의 킹메이커라는 본모습을 드러낸다.
매장소와 넘버3 왕자는 피맺힌 복수심으로 황권 다툼에 뛰어들었기에 그들의 의지는 꺾일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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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력은 있지만 무능한 태자와, 수완은 좋으나 인성이 나쁜 ‘넘버2’ 왕자가 차기 황권을 놓고 경쟁하는 가운데 변방의 싸움터만 돌던 ‘넘버3’ 왕자가 수도로 돌아온다. 젊고 강직한 넘버3 왕자는 군왕의 자질을 갖췄으나, 자기 세력이 전혀 없어서 누구도 황위 계승 후보로 쳐주지 않는다. 이때 ‘강호의 실력자’ 매장소가 수도로 올라온다. 천하를 얻으려면 이 사람을 잡아야 한다고 소문이 난, 그야말로 앉아서 천 리 밖을 내다보는 책사다. 매장소는 처음에는 넘버2 왕자를 도와 태자와의 권력 투쟁에서 매번 이기게 한다. 하지만 그것은 태자뿐 아니라 넘버2 왕자도 조정 요직의 자기 사람들을 잃는, 출혈이 큰 승리였다. 그렇게 양강 구도에 균열을 낸 매장소는 넘버3 왕자의 킹메이커라는 본모습을 드러낸다.
중국 드라마 ‘랑야방’(2015)의 스토리다. 존재감 없던 제3세력이 어떻게 성공하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슈로 떠오른 ‘제3지대 신당’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최근 신당론은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불붙였다. 그는 ‘수도권 중심 30석’을 목표로 한 제3지대 신당을 추석 전까지 출범시키겠다고 밝혔고,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돕겠다고 했다.
거대 양당에 대한 실망과 혐오가 커진 현 정세가 제3지대 신당이 비집고 나올 틈새인 것은 분명하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최근 동아시아미래재단 주최 강연에서 극심한 사회 분열로 인한 민주주의의 위기를 두고 “개혁의 프로젝트가 무엇을 지향하든 성과를 낼 수 없는 상황”이며 “진보·보수 간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하더라도 개선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양당의 적대적 충돌에 진력이 나고, 제3당의 비전이 설득력 있고 미래지향적이라면 제3당의 출현이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지금 정치권에서 제3지대 신당이 성공할 수 있다고 보는 인사는 거의 없다. 특히 개혁보수 신당을 해봤던 유승민 전 의원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말 어지간한 의지와 비전, 매력이 갖춰지지 않으면 성공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교훈이다.
매장소와 넘버3 왕자는 피맺힌 복수심으로 황권 다툼에 뛰어들었기에 그들의 의지는 꺾일 일이 없었다. 또 매력 면에서 양강 주자를 압도하는 넘버3 왕자는 공정한 인사, 정의로운 국정 운영으로 백성을 편안케 하겠다는 모범 답안 같은 비전을 제시했다. 그의 나머지 조력자들이 하나같이 유능하고 믿음직하다는 점도 중요한 부분이다. 리더가 탁월해도 그 밑에 어중이떠중이가 모여 있다면 될 일도 안 되기 때문이다.
1984년 미국 농구화 시장 3위 업체였던 나이키가 어떻게 마이클 조던과 손잡고 시장을 석권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 ‘에어’도 넘버3 성공기라 할 수 있다. 눈 밝고 열정적인 직원이 회사와 조던 가족을 설득해가는 이야기다. 1·2위 업체를 제치고 ‘슈퍼 루키’ 조던을 잡기 위해선 업계 관행을 하나씩 깨야 했다. 리스크가 큰 과정이었지만 동료들과의 팀워크, 보스 결단으로 돌파할 수 있었다. 결국 1·2위는 하던 대로 한다는 조건하에 3위가 상당한 리스크를 감당하며 혁신을 거듭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게 ‘에어’가 주는 가르침이다.
매력과 비전, 의지, 혁신, 설득력, 팀워크 등을 빠짐없이 갖춘 제3지대 신당이 갑자기 등장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늘 회의적일 수밖에 없지만, 문제가 많은 기존 체제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는 있어야 한다. 계속 두드려야 언젠가 열릴 테니 말이다.
천지우 정치부 차장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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