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 CCUS 기술만으론 한계… 정책적 ‘뒷받침’ 필수 [이슈&탐사]

정진영,이택현,김지훈,이경원 2023. 5. 1.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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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멸종위기종 인간]
이산화탄소 포집용 흡수제 개발 기업 씨이텍은 지난 2월 미국 켄터키주 파일럿플랜트에서 습식(액체) 흡수제 ‘CT-1’의 실증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사진은 당시 실험에 투입된 CT-1의 모습. 씨이텍 제공


한국이 저탄소 사회로 전환해 '기후 악당' 꼬리표를 떼려면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와 투자 또한 필요하다. 이미 배출된 탄소를 잡아내겠다는 혁신 기술이 많은 기대를 받지만 연구·개발 현장에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았던 네덜란드는 국민으로부터 "기후위기 대응 미비로 인권이 침해된다"며 소송을 당했고, 판결 이후 기후위기 대응 예산을 증액하는 한편 석탄화력발전소를 모두 닫았다. 가까운 거리는 걷고 플라스틱 사용을 꺼리는 네덜란드 사람들은 "아직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의 40%를 감축하겠다”는 정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속 숨은 핵심 중 하나는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기술이다. 배가스(연소 후 배출되는 가스) 속 이산화탄소를 잡아내고 지층·해양에 저장하는 이 기술은 핵심 기간산업에 불가피하게 따라오는 온실가스 배출의 장기적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 기술이 205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에 18%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고, 한국 정부도 CCUS의 역할을 확대한 상태다.

CCUS가 위기를 해결해줄 것이란 기대감은 전 세계적이지만 문제는 기술 상용화까지 갈 길이 멀다는 점에 있다. 현재 한국의 CCUS 기술 수준은 최고 기술력 국가의 85% 수준, 기술격차는 3.5년 정도로 평가된다. 미국과 EU(유럽연합) 등 해외 주요국과 같은 CCUS 기술 관련세제 혜택, 법률 개정, 연구·개발(R&D) 투자가 없이는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다.

미국에서 발견한 자신감

배가스 속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을 연구해온 중소기업 ‘씨이텍’은 지난 2월 자신들이 만든 이산화탄소 흡수제 ‘CT-1’이 해외 거대기업에 비해 결코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미 켄터키 지역에 있는 파일럿플랜트(시제품 생산 공장)에 방문해 실증실험을 한 결과 CT-1의 이산화탄소 흡수·분리 능력이 뛰어나다는 결론을 얻은 것이다. 특히 잡아낸 이산화탄소를 사후 분리할 때 드는 에너지가 종전의 60% 수준으로 줄어든 점이 고무적이었다. 이윤제 씨이텍 이사는 “다른 나라들의 흡수제는 물과 ‘아민’의 혼합 형태인데, 우리 흡수제에는 재생에너지를 줄여주는 화학 물질이 하나 더 들어간다”고 말했다.


실험의 결과는 쉽게 말해 ‘더 잡아내기 어려운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게 됐다는 확인이었다. 조금 어려운 의미로는 천연가스 발전에 최적화한 CCUS 기술의 가능성 발견이다. CT-1은 배가스 속 이산화탄소 농도가 4% 수준으로 낮은 천연가스발전소의 ‘대항마’ 역할을 목표로 개발됐었다. 배가스 속 이산화탄소 농도가 10~14%인 석탄화력발전소보다 천연가스발전소의 저농도 이산화탄소를 잡아내는 게 더욱 어렵다고 한다. 국가적 목표에 비춰볼 때도 천연가스발전소를 겨냥한 어려운 기술의 개발이 절실했다. 석탄화력발전소는 CCUS를 적용해 운영을 이어가기보다 발전소 자체를 점진 폐쇄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설정돼 있다.

멀리 미국에서 확인한 성과의 이면엔 아쉬움도 있다. 이 이사는 “기술을 개발하려면 국내에서도 경쟁할 수 있는 기술들을 많이 테스트해봐야 한다”며 “파일럿플랜트가 국내에도 한두 곳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국내에는 파일럿플랜트가 두 곳 있다. 하지만 모두 액화탄산가스의 생산이나 석탄화력발전소 대비 포집 기술과 관련해 계속 가동되는 실정이다. CT-1은 들어갈 ‘룸’이 없었다고 한다.

R&D·세제혜택… ‘탈락기술’ 안 되려면

한편으로는 미래의 해결책이라는 기대를 받지만 CCUS 사업은 여전히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의 감축량보다 배출량이 더 많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개별 기업의 인프라 투자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 세부 육성 목표가 없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모두가 아직 CCUS 기술력이 불완전하다는 점, 이런 CCUS에 감축목표는 비교적 크게 부여된 점 때문에 발생하는 우려들이다.

포집한 이산화탄소의 저장소를 찾는 일부터가 급선무다. 국가적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하기 위한 CCUS의 기본 전제는 배가스에서 잡아낸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땅속이나 바다에 저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저장소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권이균 한국CCUS추진단장은 “국내 저장소의 발굴과 해외 저장소의 확보 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도국과 CCUS 기술격차가 있는 상황에서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하다는 지적에는 각계의 이견이 없다. R&D 투자가 지금보다 강화돼야 하며 기업의 기술 도입을 유인할 세제 혜택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CCUS 분야 R&D 투자액은 2020년까지 500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최지나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재의 R&D 투자와 정책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2030년에 감축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는 “감축과 관련한 기업 부담을 가중하고, 반대급부로 CCUS 도입 기업에 세금 혜택을 주는 등의 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상석 녹색교통정책위원장은 “기술엔 모든 부분에서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탈락 기술’이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요즘은 5년 내에 판가름 난다”고 말했다.

이슈&탐사팀 정진영 이택현 김지훈 이경원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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