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핵무장론 마감할 때다

2023. 5. 1.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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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70주년을 성대히 기념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이 끝났다.

여러 평가가 가능하지만 핵심은 미국의 확장억제를 명문화한 '워싱턴 선언'일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에서 "핵을 포함한 미국 역량을 총동원"해서 북핵에 대해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으로 대응할 것"임을 강조했다.

정리하면 워싱턴 선언은 미국이 확장억제를 한국과 공동으로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대통령 수준에서 밝히고 문서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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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곤(이화여대 교수·북한학과)


한·미동맹 70주년을 성대히 기념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이 끝났다. 여러 평가가 가능하지만 핵심은 미국의 확장억제를 명문화한 ‘워싱턴 선언’일 것이다. 북한이 핵을 국체(國體)로 삼고 선제공격도 불사하겠다는 ‘억제력의 제2의 임무’를 공공연히 천명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은 필수불가결했다.

워싱턴 선언은 다음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첫째, 미국이 확장억제를 제공하는 비핵 동맹국가와 정상 차원에서 공동 합의문을 발표한 최초의 사례다. 공약(公約)을 명문화한 것은 신뢰성과 공신력을 높이는 행위다. 둘째, 미국 대통령이 직접 확장억제가 강력히 기능함을 문서와 발언으로 확인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에서 “핵을 포함한 미국 역량을 총동원”해서 북핵에 대해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으로 대응할 것”임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이 한국을 향해 핵을 사용할 경우 “북한 정권의 종말을 의미한다”라고도 밝혔다.

셋째, 확장억제를 보다 제도화하는 기제로 ‘핵협의그룹’을 창설하기로 한 것이다. 협의체의 기능은 기자회견 시 윤 대통령이 밝힌 “한·미 양국은 북한 위협에 대응해 핵과 전략무기 운영 계획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한국의 첨단 재래식 전력과 미국의 핵전력을 결합한 공동작전을 함께 기획하고 실행하기 위한 방안을 정기적으로 협의할 것이며, 그 결과는 양 정상에게 보고될 것”이라는 발언으로 확인된다. 풀어쓰면 우선 한·미가 정보 공유 수준을 대폭 향상한다는 의미다. 매우 제한된 정보만 미국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던 형태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핵 대응 계획을 한국과 광범위하게 공유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미는 북핵 대응을 공동기획하고 실행한다. 특히 미국 단독 작전이 아닌 한국이 참여하는 ‘공동작전’ 형태로 확장억제를 구축한다. 이런 한·미 간 논의는 정례적으로 이뤄지고, 양국 정상까지 보고된다.

정리하면 워싱턴 선언은 미국이 확장억제를 한국과 공동으로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대통령 수준에서 밝히고 문서화한 것이다. 1946년 제정된 ‘원자력 사용 촉진법(Atomic Energy Act)’에 의해 핵 사용의 최종 권한을 미국 대통령에게만 부과한 것을 감안할 때 미국이 한국과 공유할 수 있는 최대치를 약속한 것이다. 워싱턴 선언의 효과와 신뢰도는 역설적으로 북한 반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김여정은 “워싱턴 선언은 가장 적대적이고 침략적인 행동 의지가 반영된 극악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집약화된 산물”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30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서도 “핵전력 운용과 관련한 협상에 괴뢰들을 적극 참여시키기 위해 ‘핵협의그루빠’를 내온다”라면서 강화된 확장억제를 비난했다. 북한 스스로 워싱턴 선언과 핵협의그룹의 실효성이 큼을 인정했다.

북한은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 신뢰성을 한국이 의문시할수록 핵의 효용성을 높일 수 있다. 미국이 보스턴을 희생할 각오를 하면서 서울을 지켜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커질수록 북한은 쾌재를 부른다. 자신들의 핵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음을 인정받기 때문이다. 한국 내 퍼지는 핵무장론에도 북한은 미소를 지을 것이다. 자신들의 핵 보유를 정당화하고, 한·미동맹의 균열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핵무장론은 결국 미국을 믿지 못한다는 의사 표현이다.

이제는 핵무장론을 접을 때다. 워싱턴 선언과 하버드대 강연을 통해 윤 대통령은 “독자 핵 개발을 안 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존중할 것임”을 천명했다. 새로 구성될 핵협의그룹이 미국 약속대로 확장억제를 강화하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박원곤(이화여대 교수·북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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