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나의 허술한 비건 지향

2023. 5. 1.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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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소, 닭을 먹지 않고 동물의 신체 일부가 사용되거나 동물을 착취하는 방식으로 제작된 기성품을 불매하며 살아온 지 어느덧 4년의 시간이 흘렀다.

완벽한 비건이 아닌 이들을 비난하기보다 나의 허술함을 드러냄으로써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비거니즘에 접근하기를, 하루에 한 끼라도 비건 지향적 식사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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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오 시인


돼지, 소, 닭을 먹지 않고 동물의 신체 일부가 사용되거나 동물을 착취하는 방식으로 제작된 기성품을 불매하며 살아온 지 어느덧 4년의 시간이 흘렀다. 내가 시작할 무렵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비거니즘이란 소수의 전유물이었는데, 지금은 그 이름과 개념 정도는 모르는 사람이 적을 만큼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듯하다.

나는 비건을 지향하지만 누가 봐도 상당히 허술한 편이다. 돼지, 소, 닭 등은 전혀 먹지 않지만 물살이(물에 사는 수중 동물)의 경우 사람들과 함께 자리해야 할 땐 먹기도 한다. 동물이 아닌 인간의 노동 착취가 생산 과정에서 필요한 팜유나 재배 과정에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아보카도 역시 간혹 섭취한다. 외식할 때 동물성 재료가 포함되지 않은 음식인 줄 알고 주문했다가 알고 보니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어쩔 수 없이 먹는다.

그 순간의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지만,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내가 지치길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모순적이라거나 종차별주의적이라는 비난을 들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 명의 불완전한 인간으로서 나는 내가 가진 모순을 납득하고자 했다. 스스로에게 가혹해진다면 긴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이런 의지를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또한 한 명의 완벽한 비건보다 백 명의 느슨한 비건 지향인들이 존재하는 편이 세계에 이롭기에 나는 나의 허술함을 공유하고자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권유한다. 고기를 먹지 말아보라고. 채식은 동물들을 위한 일이었지만 동시에 스스로를 위한 일이기도 했다. 비건 지향적 식사를 시작한 이후 나는 고질적으로 앓았던 위장 장애와 온갖 염증성 질환으로부터 훨씬 자유로워졌다. 채식의 이로움은 조금만 찾아보아도 숱하게 발견할 수 있다. 완벽한 비건이 아닌 이들을 비난하기보다 나의 허술함을 드러냄으로써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비거니즘에 접근하기를, 하루에 한 끼라도 비건 지향적 식사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선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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